[모든 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세상엔 질서가 있습니다. 자동차 수 백 대가 다녀도 정해진 차도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부딪치지 않고 질서가 잡힙니다.

직물을 짜는 실(絲)에도 사도(絲道)가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얽혀서 조직이 됩니다. 실이 엉클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신재영상막심산(身在嶺上莫尋山), 즉 산에 있으면서 산을 찾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산은 겹겹이 되어 있는데 각각의 골짜기로만 파고 들어 산 전체를 보지 못합니다.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말도 있습니다. 천리를 보고자 한다면 한 층 더 올라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시력은 좋은데 욕심이 눈을 가려 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육신의 안목을 넘어선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위입서궁(蝟入鼠宮), 즉 고슴도치가 쥐를 잡으러 쥐구멍에 들어갔다가 가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항상 뒤를 돌아보라고 강조합니다.

지금은 세상에 화(火)가 너무 많습니다. 모두가 성내는 마음(嗔心·진심)으로 상대를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본래 마음(眞心·진심)을 지켜야 합니다.

마음은 하나인데 생각은 천차만별입니다. 불교에서는 청산(靑山)과 백운(白雲)에 비유합니다. 청산은 마음의 주인(主人)이고 백운은 객(客)입니다. 청산은 그대로인데 흰 구름은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배를 부두에 접안시키는 것에 비유합니다. 배는 부두에 닿아야 물건을 부리고 사람이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완충작용이 없으면 배가 깨지든지 부두가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눈만 뜨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생각이 많으면 생각끼리 충돌합니다. 이럴 때 잘못하면 화가 끓어오릅니다. 배가 접안하듯이 항상 완충 작용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든 사회든 관용, 즉 너그러움이 있어야 합니다. 진시심중화(嗔是心中火) 소진공덕림(焼盡功德林) 욕행보살도(欲行菩薩道) 인욕호진심(忍辱護眞心)이라고 했습니다.

성냄은 마음의 불이라, 공덕의 숲을 불태워버립니다. 보살도를 행하려 할진대 진심(眞心·참마음)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보면 모두가 진심(嗔心·성내는 마음) 덩어리입니다. 상대를 잡아먹으려 하고 적(敵) 중의 적으로 대합니다.

화(火)를 다스리려면 인욕(忍辱·욕된 것을 참음)이 필요합니다. 인욕은 자꾸 연습하고 훈련하고 복습해야 합니다. 인욕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연습을 하지 않으면 몸에 배지 않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하든 태권도, 유도를 하든 계속 연습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되면 저절로 몸이 반응하듯이 인욕도 끊임없이 훈련해야 합니다.

분열(分裂)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魔)가 끼어듭니다. 분열은 정말 위험합니다.

우리는 지금 큰 우물에 빠져 나뭇가지 하나에 매달린 형국입니다. 밑에서는 용이 입을 벌리고 있고 위에서는 맹수들이 노리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 분열은 파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성(人性) 교육입니다. 인성이 메말랐다는 것은 다른 말로 타협(妥協)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집(我執)과 배타성(排他性)이 강해지면서 타협과 경청(傾聽)이 부족해졌습니다. 타협이 없으면 공존이 안 됩니다.

인간은 인륜(人倫)이 있습니다. 가정이 있고 이웃이 있고 사회가 있고 국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질서가 무너지고 네가 죽든지 말든지 나만 살면 된다고 하면 모두가 망합니다. 공존(共存)이 아니라 공멸(共滅)입니다.

<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말씀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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