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무장사지鍪藏寺址)어두운 골짜기(暗谷)로 통하여 절터로 가는 것은 과거로 들어가는 장치 같았다.

 

- 언제 : 2015.1.31  09:00~ 15:30
- 얼마나: 2015.1.31  11:30~13:30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 명: 홀로
- 어떻게 :자가SUV


 통도사 홍매 탐매-무장사지

 

무장사지(鍪藏寺址)는 투구와 병기를 묻었다는 의미인데 보통 우리가 무기(武器)weapon를 의미한다면 를 사용하겠지만 절 이름에 사용된 글자는 굉장히 생소한 글자다.통도사에서 홍매 탐매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대우증권 부산지점 직원들과 우연히 조우하였다.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같은 지점에서 근무를 했었다.부산지점 직원들은 코레일과 합동으로 봉사활동을 나온 것이다.


인사를 나누고 나는 오랫만에 폐사지 답사로 발걸음을 옮겼다.폐사지 답사는 홀로 가는 것이 더 극적이다.부서지고 망가져 남은 것이라고는 탑과 주춧돌 정도이니 글 쓸쓸함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그 쓸쓸함을 배가시키려면 아무래도 홀로 가야된다.특히 오늘은 홍매를 본 이후라 더 쓸쓸하였다.

 

계곡 옆 주차를 시켜 놓고 경주시 암곡동 산골짜기로 들어간다.경주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절터로 가는 이곳 골짜기의 이름은 암곡이다.어두운(暗) 골짜기(谷)라는 의미다.무려 2.4KM를 한낮인데도 어두운 골짜기를 걸어들어갔다.흡사 미로를 통하여 과거로 가는 느낌이었다.

 

무장사는 신라 원성왕(元聖王)의 아버지 김효양(金孝讓)이 지은 절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쟁에 지친 태종무열왕이 투구와 병기 등을 묻은 골짜기에 지은 절이라서 무장사라고 불렀다 한다. 1915년 이곳에서 신라 소성왕(昭聖王)의 왕비 계화부인(桂花夫人)이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어 무장사에 봉안한 내력을 새긴 사적비가 발견되면서 무장사 터임이 밝혀졌다. 일대에 무장사지삼층석탑(鍪藏寺址三層石塔:보물 제126호)과 무장사 아미타불조상사적비 이수 및 귀부(鍪藏寺阿彌陀佛造像事蹟碑螭首龜趺:보물 제125호)가 남아 있다.

 

 

비닐하우스로 만든 음식점들이 몇곳 지나니 경주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간간히 무장산 등산을 하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그러나 인원이 별로 없어서 거의 홀로 골짜기로 들어간다.


이곳의 나무들은 실핏줄 처럼 구불구불한 것이 특색인데 
햇살이 비치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불과 30분전쯤만 하더라도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지금은 암곡으로 2.4KM를 천천히 골짜기로 걸어들어가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이 골짜기의 흐름에 완전히 젖어들었다.

약간 지루함을 느끼 즈음 폐사지가 나타난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절묘한 위치에 놓인
무장사 아미타불조상사적비 이수 및 귀부(鍪藏寺阿彌陀佛造像事蹟碑螭首龜趺:보물 제125호)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수의 일부분은 부러져 없고
비신은 유난히 흰빛을 띄었는데
진본이 아니었다.


 

 

 

 

 

자세히보니 귀부의 거북이는 두마리였다.
그 위로 12지신상이 보이지만 세월의 무게로 마모되어 뚜렷하게 12지신을 구별하기는 힘들다.

 


 

 

 

 

아래쪽 귀퉁이에 무장사지삼층석탑(鍪藏寺址三層石塔:보물 제126호)이 보였다.
탑신의 연꽃문양이 뚜렸했다.

 

 


 

 

 

그동안 내가 본 폐사지 중 그 분위기는 최고였다.
폐사지의 표본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절묘한 위치와 분위기는 다른 폐사지에서 흉내내기 힘든 곳이었다.

처음에 암곡이라고 하여 어두울 암이 아닌 바위 암으로 생각하였다.그만큼 바위도 많았다.
바위와 나무와 흙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그 장치의 끝에는
무장사지 폐사지가 있었다.

 

이 암곡을 일연스님은
"그윽한 골짜기는 마치 산을 깎아 놓은 듯 몹시 가파르고 어둡고 깊어 저절로 텅 비고 순박한 마음이 생겨
마음을 쉬고 도를 즐길만한 신령스러운 곳이다"고 해설해 놓았는데

이곳을 걸어보면 맞장구를 치게 될 것이다.

 

전쟁의 상징인 병장기와 투구를 묻은 곳이니 전쟁이 끝났다는 평화로움과
더 이상 그동안 살아온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아쉬움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더 쓸쓸했을 것이다.

 

오늘 최고의 옛절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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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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