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세협상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음을 졸이며 그동안 협상과정을 지켜보았을 겁니다.

 

현재 한미관세협상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합의에 도달하며, 그 대가로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타결되었습니다. 이러한 협상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각국의 자국 우선적 통상정책이 강화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지구촌 통상압력과 그 배경

 

최근 세계 통상환경은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재편, 그리고 첨단기술·안보·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요인이 통상정책의 주요 동기로 부상하는 등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운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실행된 전 세계 통상정책의 절반 이상이 산업 보호나 국가안보, 공급망 안정 등을 명분으로 시행된 보호무역조치였습니다.

 

전통적인 무역적자 해소, 경제 활성화를 넘어서,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 공급망의 안정성 등 이른바 ‘비전통적 동기’가 주요 통상 이슈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결과, 선진국이 주도하는 규범 정비, 수입규제, 산업보조금 등 다양한 형태의 통상압력이 글로벌 무역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통상압력

 

보편성과 당위성의 갈등

 

국제통상 질서에서 통상압력은 흔히 '공정한 경쟁'이나 '자유무역'이라는 이념 아래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국의 이익이 부딪히는, 즉 자기중심적 논리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아 칸트가 말한 ‘보편적 당위’와 현실 사이의 갈등이 드러납니다. 결정론적 경제 질서와 자유의지적(도덕적·윤리적) 세계 질서가 충돌하는 국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변증법적 유물론의 시각

 

자본주의 세계질서하에서 통상압력은 물질적 이익 추구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경제적 진보와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의 궁극적 목표라는 신념 아래, 문제해결의 방법론 역시 ‘더 유리한 조건의 확보’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이는 결국 교역 상대국 간 새로운 갈등, 나아가선 내부적 불평등(계급·국가 간 격차)의 심화를 낳을 수 있습니다.

 

공동선과 정의의 기준

 

로울즈 등 현대 정치철학자들은 국제질서에서 정의와 공동선을 강조하지만, 실제 통상압력의 현실은 여전히 힘이 중심이 된 ‘누가 더 설득력과 강제력을 가지는가’가 판가름을 내는 환경입니다. 국제통상에서의 합의란, 진리나 보편적 선이라기보다, ‘최소한의 합의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매우 실용적·현실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이상과 실천 간의 괴리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마무리 관점

 

오늘날 통상압력은 단순한 경제적 계산이 아니라, 각국의 ‘생존’, ‘정체성’, ‘가치’를 둘러싼 복합적 갈등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한미관세협상에서처럼, 상호 이익의 조율이라는 외양 속에서도, 실제로는 힘과 국익이 우선되는 구조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무역이라는 원칙의 확대와 그 내부에서 공존하는 각국의 ‘정의’와 ‘선’을 둘러싼 끝없는 문제제기, 그리고 끊임없는 철학적 성찰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물결은 멀리서 온다 - 김영한

 

관세, 경계 없는 바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 그어진다

25에서 15로 낮춰도

파도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채

철썩인다

 

목전의 선, 생존의 윤곽

국익이란 깃발을 든 손들이

서로의 눈을 피하며

최소한의 합의 위에 서 있다

누구의 진실이 더 큰 소리를 내는가

누구의 정의가 통과의례로 채택되는가

 

공정이란 이름으로

각자의 성채에 불을 밝히고

이익의 계산은

온기를 잃은 저울 끝에서

기준을 논한다

 

그래도 바람이 분다

공급망의 실타래, 한 움큼씩 엉켜

자유의 꿈은

구부러진 하루의 끝에 기대고

가끔씩, 불현듯

모든 국경을 넘어

진짜 ‘공동선’을 묻는다

 

우리가 바라는

보편의 바다는 어디에 있을까

흔들리는 깃발 밑

철학의 언어는

또 다시 시작점으로

파도를 보낸다

 

 

 

浪淘远至 - 仙文 金永漢

 

 

波濤自遠生

關稅海無城

目外綸微劃

廿五降十五

浪花不相識

摵摵碎空聲

眼前存亡線

國旌蔽目行

共立妥協地

誰眞響愈宏

孰義禮儀選

公平爲號令

各壘火獨明

利算寒秤末

基準辯難衡

風起終難止

鏈纏絲縷縈

自由屈日倚

忽爾越疆籯

眞同善何處

搖旌問哲語

復遣浪歸程

 

 

波濤自遠生 파도 자원생

(파도는 저 멀리서부터 생겨난다.)

 

關稅海無城 관세 해무성

(관세의 바다에 성곽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目外綸微劃 목외 륜미획

(눈에 보이지 않는 실선이 희미하게 긋어진다.)

 

廿五降十五 염오 강십오

(25에서 15로 내린다.)

 

浪花不相識 낭화 불상식

(파도거품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摵摵碎空聲 색색 쇄공성

(부서지는 소리만 허공을 울린다.)

 

眼前存亡線 안전 존망선

(눈앞에는 생존과 소멸의 경계가 있다.)

 

國旌蔽目行 국정 폐목행

(국가의 깃발이 시야를 가린 채 나아간다.)

 

共立妥協地 공립 타협지

(공동으로 세운 타협의 땅/장소.)

 

誰眞響愈宏 수진 향유굉

(누구의 진실한 울림이 더 큰가?)

 

孰義禮儀選 숙의 예의선

(누가 정의와 예의를 선택할 것인가?)

 

「公平」爲號令 공평 위호령

(“공평”이란 구호가 명령이 된다.)

 

各壘火獨明 각루 화독명

(각자의 진지에서 불빛만 홀로 빛날 뿐.)

 

利算寒秤末 이산 한칭말

(이익의 셈에는 한기만 저울 끝에 남는다.)

 

基準辯難衡 기준 변난형

(기준을 따지기가 어렵다.)

 

風起終難止 풍기 종난지

(한번 바람이 일면, 결국 막기 어렵다.)

 

鏈纏絲縷縈 련전 사루영

(사슬과 실타래처럼 꼬이고 감겨 있다.)

 

自由屈日倚 자유 굴일의

(자유는 점차 꺾여서 기대게 된다.)

 

忽爾越疆籯 홀이 월강영

(문득 국경의 경계선을 뛰어넘다.)

 

眞同善何處 진동 선하처

(진실과 선함은 어디에 있는가?)

 

搖旌問哲語 요정 문철어

(나부끼는 깃발 아래, 지혜로운 자의 말을 묻는다.)

 

復遣浪歸程 복견 낭귀정

(다시 파도를 보내어 원래의 길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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