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무월주락(梅無月酒樂)

 

백호대살 갑진년 청룡의 해가 되다보니 급변이 예고된 한해입니다.삶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의 연속입니다.

 

이런 해는 서양의 관념이라면 "공포(恐怖)-종교(宗敎)-상제(上帝)"로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종교의 강한 힘으로 따라죽게 만드는 순교(殉敎)로 나타날 것입니다.서양의 하느님은 황제같은 하느님입니다.

 

종교가 아닌 인간의 권위가 강한 시대에서는 순장(殉葬)으로 나타납니다. 먼 옛날 문명이 시작될 당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순장(殉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삼한시대 조문국의 순장을 보면 가족의 어린애까지 순장되었는데 요즘의 관념과는 많이 달랐을겁니다.자발적인 순장도 있었겠지만 강제로 죽여서 주된 시신과 함께 묻는 장례 습속도 있었으니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최악의 인권침해가 되겠죠.  

 

인도의 불교적 관념이라면 "고업(苦業) -종교(宗敎)-수도(修道)"로서 인간의 깨달음을 유도하여 해탈(解脫)을 지향 할 것입니다.이것은 하늘의 관점보다는 인간의 입장에서 노력으로 해결하려고 한 점이 돋보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적 관점이라면 "우환(憂患)-도덕(道德)의식-천명(天命)"으로 이어져 하늘의 말씀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이것은 인간의 노력과 하늘의 뜻을 살피려 한점을 보면 다소 절충적으로 느껴집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부디 잘 헤쳐나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하다보니 수호신의 형상같은 용(龍)의 모습이 가끔 보이는 것 같습니다.


2월24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정월대보름에 달이 있고 매화있다면 성춘향의 어미 이름과 같은 월매(月梅)이고,매화꽃이 있고 그 가지에 달이 걸린다면 매월(梅月)입니다. 어디를 중점으로 두느냐에 따라 순서가 바뀔뿐입니다.꽃에 중점을 둔다면 매화나무가 되고 열매에 중점을 둔다면 매실나무가 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여하튼 어떤 것이 먼저오든지 간에 매화꽃과 달이 함께 있다면 이 두가지만 있어도 풍류가 되고 시심이 살아나기 딱 좋습니다.그래서 "매월시풍류(梅月是風流)"라는 말이 있습니다.


梅(매) / 삼탄 이승소


매화는 눈과 같고 달빛은 서리 같아
이따금 어두움을 실바람이 알리는데
달 속에 잡념 일어서 시상 잠겨 드는구나.

梅花如雪月如霜 時有微風送暗香
매화여설월여상 시유미풍송암향
踏月看梅淸透骨 更無塵念到詩腸
답월간매청투골 갱무진념도시장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계속 비가 왔었고 오늘도 잔뜩흐려서 달을 볼 수가 없습니다.매화꽃은 있는데 달이 없으니 뭔가 휑한 느낌입니다.그래서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막걸리 한병과 음악을 더합니다.그래서 매무월주락(梅無月酒樂)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매화에 달이 있고 또한 술이 있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만 여기에 감각을 더하여 레이어(Layer)합니다.

시각적으로는 하늘엔 달이 없지만 땅에는 매화꽃이 있으며
미각으로서는 술이 있고
청각으로는 음악을 더하니 

공감각적으로 봄을 완상하는 것이 됩니다.

 

서거정은 대보름날 달과 매화를 보며 홀로 술을 마신 것을 한시로 남겼습니다.


上元夜獨酌 (상원야독작) /徐居正(서거정)
- 정월 대보름 밤에 홀로 술을 마시며 읊다 -

春風吹雪安排暖 (춘풍취설안배난)
눈 위에 봄바람 불어와 따스운 기운 스미고

臘酒浮蛆漏洩香 (납주부저누설향)
섣달에 담근 술 거품이 일어 향기를 풍기네

入夜月色明似晝 (입야월색명사주)
밤이 되니 보름달 빛 마치 대낮처럼 훤하니

梅花簷畔獨傾觴 (매화첨반독경상)
처마 곁 매화꽃 옆에서 홀로 술을 마시노라


"매월시풍류"가 나오는 한시는 율곡 이이가 산인 보응과 더불어 산을 내려와 풍암 이광문의 집에 이르러 묵으며(을묘 1552년)에 있습니다. 



(與山人普應下山[여산인보응하산]至豐巖李廣文[지풍암이광문] 之元[지원] 家[가]宿草堂[숙초당]乙卯  栗谷 李珥[율곡 이이])

學道卽無著[학도즉무저] : 도를 배움에 곧 마땅함이 없으니
隨緣到處遊[수연도처유] : 인연 따라 배우는 곳에 이르렀네.
暫辭靑鶴洞[잠사청학동] : 별안간 푸른 학의 고을 사양하고
來玩白鷗洲[래완백구주] : 흰 갈매기 물가에 와서 노는구나.
身世雲千里[신세운천리] : 신세는 일 천 리의 구름속이오
乾坤海一頭[건곤해일두] : 건곤은 오로지 바다가 시초라네.
草堂聊奇宿[초당료의숙] : 초당에 편안히 의지하며 묵으니
梅月是風流[매월시풍류] : 매화와 달빛 이것이 풍류로구나.


율곡 이이는 매화를 무척 좋아했던 퇴계 이황만큼이나 좋아했나 봅니다.

또 다른 한시 매초명월에도 그 심사가 잘 드러납니다.


梅梢明月(매초명월)_李珥(이이, 1536~1584)​

매화 가지 끝의 밝은 달 ​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淸寒徹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此洗靈臺(대차세영대)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今肖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풍륜을 타고 달무리수변공원에 가서
달은 없었으나 매화와 술과 음악이 있어서
의미있는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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