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주를 그리며 - 김영한
한때
내 삶은 전통주의 향기 속에 젖어 있었다
한산소곡주의 은은한 꽃내음,
가을 국화와 생강이 어우러진
앉은뱅이 술 한 잔에
백제의 유민처럼
시나브로 취해갔다
이강주를 따르며
달빛 아래
배와 생강, 꿀의 조화가
입안에서 조용히 춤추었다
문배주는
문배나무 열매 없이도
곡물의 깊은 향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졌고
안동소주의 부드러운 곡물 향
진도홍주의 붉은빛
지초의 향기와 달콤함이
증권사의 붉은 그래프처럼
내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가장 그리운 건
죽력고의 청아한 맛
대나무의 속살에서 우러난
상쾌함과 부드러움
은은한 대나무 향이
불향과 어우러져
남자의 마음을 적셨다
이제
통풍이라는 이름의 이별로
술잔을 내려놓았지만
그때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추억이란
때로 술보다 더 깊이
사람을 취하게 하니까
思醇醪 - 仙文 金永漢
昔年浸酒香
芳氣深入腸
山菊斟秋露
坐酌沉百濟
李薑斟月下
舟蜜舞清光
文麯無樹果
穀芳撫心傷
安東柔似縷
珍島赤如霜
竹瀝清堪憶
篁韻繞餘芳
今與醇醪別
風痛斷壺觴
猶餘昔時味
憶醉勝瓊漿

昔年浸酒香 (석년침주향) 옛날에 술을 담그던 향기
芳氣深入腸 (방기심입장) 그 그윽한 향기가 깊이 속까지 스며들었네
山菊斟秋露 (산국짐추로) 산국화로 가을 이슬을 따라 술을 빚고
坐酌沉百濟 (좌작침백제) 앉아 마시며 백제의 옛 추억에 잠기네
李薑斟月下 (이강짐월하) 이강(생강)술을 달빛 아래 따라 마시고
舟蜜舞清光 (주밀무청광) 배꽃 꿀술은 맑은 달빛 아래 춤추듯 흐르고
文麯無樹果 (문곡무과과) 문곡(좋은 누룩)에는 과일이 없지만
穀芳撫心傷 (곡방무심상) 곡식의 향기는 마음을 어루만지며 슬프게 하네
安東柔似縷 (안동유사루) 안동소주는 부드럽기가 실처럼 이어지고
珍島赤如霜 (진도적여상) 진도홍주는 붉기가 서리처럼 곱네
竹瀝清堪憶 (죽력청감억) 대나무 술(죽력)은 맑아 떠올리기 좋고
篁韻繞餘芳 (황운요여방) 대숲의 운치는 남은 향기를 감돈다
今與醇醪別 (금여순로별) 이제는 순한 술과도 이별하고
風痛斷壺觴 (풍통단호상) 바람이 아프게 불어 술잔을 끊었네
猶餘昔時味 (유여석시미) 그래도 옛날의 그 맛이 남아
憶醉勝瓊漿 (억취승경장) 취한 추억은 옥같이 고운 술보다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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