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용궐산 하늘길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을 저 지경이 되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고
경이로운 시각으로 찬탄하는 잡지의 내용과 그 기사의 댓글을 보아도
가보고 싶다거나 대단히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 너무 놀랐습니다.
어쩌다가 한국인들이 이렇게 심성으로 강팍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AI 이미지)
우리는 늘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짚어보면, 그것은 자연의 관점에서 ‘자연이 기꺼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요, 산의 관점에서 ‘산이 기쁘게 맞아줄 수 있는 상덕(常德)을 갖추라’는 침묵의 가르침일 것입니다.
문득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겹겹이 흘러내린 용궐산의 암벽 위로 억지로 새겨 넣은 지그재그 모양의 잔도를 바라보며, 과연 용궐산이 그 길을 낸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겠습니까? 인위(人爲)의 극단으로 자연의 성벽을 훼손한 그 오만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타국의 잔도를 비판 없이 시늉해 낸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본래의 고결한 용모 위에 인위적인 흔적을 무분별하게 새겨 넣은 저 경솔함은, 마치 제 얼굴에 흉측한 문신을 새기고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격이 아니겠습니까.
일찍이 강천산에 거대한 인공의 물길을 터놓았을 때부터 이미 아슬아슬한 징조는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을 가꾸고 보존함에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절제가 있는 법입니다. 혜안 없는 과욕이 만든 흉물이 호남의 영산(靈山)들을 더는 어지럽히지 않기를, 이제라도 자연 앞에 겸손해지기를 엄중히 경책합니다.
용궐(龍闕)의 비가(挽歌) - 김영한
자연을 사랑하라 배운 뜻은
뼛속 깊이 새긴 겸손이라.
산의 넓은 품이 기꺼이 사람을 품고
자연의 정직한 눈이 우리를 반기게 하라 함이었거늘,
거대한 암벽을 갈라 세운 지그재그 길,
용궐산 피 흘리는 이마 위로
무지한 사람의 손길이 어설픈 흉내를 새겼구나.
타국의 풍경을 시늉하며
절벽 위에 억지로 그어놓은 저 경솔한 가위질은,
제 고결한 얼굴에 칼을 대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맹목(盲目)의 흔적.
일찍이 강천산 골짜기에
억지 물길을 트고 헛된 폭포를 세울 때부터
자연의 절제는 무너지고 욕망의 기호만 남았으니,
아, 자연 앞에 숙일 줄 모르는 오만이여.
사람이 자연을 탐하는 마음에
금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
호남의 영산(靈山)을 찌르는 저 무정한 쇠붙이들이
언제쯤 겸허한 침묵으로 돌아갈 수 있으랴.
自然本是包容意 (자연본시포용의)
何事鑿崖倣異叢 (하사착애방이총)
虛妄人爲傷聖骨 (허망인위상성골)
幾時歸復寂寥空 (기시귀복적요공)
- 仙文 金永漢

자연본시포용의 (自然本是包容意)
자연은 본래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뜻이거늘
하사착애방이총 (何事鑿崖倣異叢)
무슨 일로 절벽을 깎아 타국의 낯선 모습을 흉내 내었는가
허망인위상성골 (虛妄人爲傷聖骨)
헛된 사람의 인위가 신령한 산의 뼈대(암벽)를 훼손하니
기시귀복적요공 (幾時歸復寂寥空)
어느 때나 저 무심하고 고요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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