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상에는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위험한 언사들이 떠돈다. 그중에서도 "남과 북이 언젠가는 한판 붙어야 한다"는 식의 가벼운 전쟁론은 듣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평화를 바라는 이 시대에 과연 누가 남북 간의 무력 충돌을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안보를 위장한 무지이며, 민족의 생존을 담보로 삼는 가장 어리석고도 무책임한 도박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이미 씻을 수 없는 거대한 상흔이 새겨져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은 국토를 황폐화하고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지울 수 없는 역사적 트라우마이다. 그 참혹한 동족상쟁의 고통 속에서 겨우 희망의 싹을 틔워 오늘날의 번영을 일구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과 눈물이 흘렀던가. 만약 이 땅에서 또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교전이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파멸, 즉 공멸을 의미할 뿐이다.
오늘날의 무기 체계와 전쟁 양상은 과거 6.25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다. 재차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승패를 논할 겨를도 없이 남과 북 모두 회복 불가능한 잿더미로 변할 것이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경제와 사회적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자리에서, 승자 없는 황폐한 유배지만이 남게 된다.
그 참혹한 비극의 폐허 위에서 미소 지을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한반도 파국 속에서 어쩌면 주변 강대국인 중국이나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챙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오롯이 당사자인 남과 북의 민중이 치러야 할 참혹한 피의 대가다. 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 민족의 생명과 미래가 철저히 짓밟히는 시나리오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렇기에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포장될 수 없는 최악의 재앙이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파괴와 대결이 아니라, 뼈아픈 역사가 남긴 교훈을 자양분 삼은 평화와 공존의 길이어야 한다. 남과 북은 서로를 겨누는 총구를 거두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야만 한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후손들에게 져야 할 가장 무겁고도 신성한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