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朝對境(원조대경) - 朴趾源(박지원)(1737~1805)
곧 설날이어서 설날과 관련된 한시를 찾아 이것저것 들여다본 후 박지원의 한시를 선택했습니다.나이가 들어도 "철부지 같은 마음은 지난해 그대로네"라는 결구에 고개가 끄덕여졌기 때문입니다.박지원(朴趾源)의 설날 거울앞에서(원조대경)라는 한시입니다.원조元朝라는 말은 한 해의 시작 즉 설날입니다.
忽然添得數莖鬚(홀연첨득수경수)
全不加長六尺軀(전불가장육척구)
鏡裏容顔隨歲異(경리용안수세이)
稚心猶自去年吾(치심유자거년오)
설날 거울 앞에서
모르는 사이 몇 가닥 턱수염이 늘었네
육척 장신 이 내 몸은 전혀 그대로인데
거울 속 내 얼굴은 해마다 달라가지만
어릴 적 내 마음은 아직 그대로 인걸
忽然(홀연) ; 갑자기
莖(경) ; 줄기, 가지, 기둥
鬚(수) ; 수염, 입가에 난 털
猶(유) ; 오히려, 지금도 역시, 마치 ~와 같다, ~조차
- 朴趾源(박지원)(1737~1805)
「허생전(許生傳)」과 「양반전(兩班傳)」을 비롯한 한문소설과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로 널리 알려진,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작품입니다. 이 시는 朴趾源(박지원)이 약관 때 쓴 것이라고 하지요. 새해 아침에 거울을 보니, 갑자기 몇 올 수염이 더 돋아났는데 육 척 몸은 전혀 더 크질 않았다. 그리고 거울 속 얼굴 모습 해마다 변하는데 치기어린 마음은 작년 내 모습 그대로라는 내용이네요. 몸은 어른이 되어 가는데 마음은 치기어린 그대로라는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 드러나 있습니다.
박지원 하면 떠오르는 게 '문체반정'이라는 사건. 무력이나 힘으로 보통 역모를 꾀하는 게 반정인데 그런 것도 아닌데 반정이라는 말을 쓴 것을 보면 당대 사람들이 박지원의 문체에 얼마나 많이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기존의 문체가 발라드 형식의 노래나 가사였다면 박지원의 문체는 일종의 힙합 기반의 랩이라고나 할까. 파격적이었던 거다. 초기에 힙합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박지원의 문체를 보고 기존의 성리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영 못마땅했나봅니다.
*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복 많이 지어시길....
현대사회가 복잡다단하여 사실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사회라는 것은 다소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미쳐 날뛸 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경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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