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회
웅어의 계절 -김영한
음식은
입안의 기억,
마음의 맛으로 먹는다
내게
봄은 웅어회
아버지는 웅어라면
누워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셨다
1년에 한 번,
비싸도
섭섭하지 않으려
꼭 먹었다
작년엔
가지 않았다
삼년 전,
익숙한 집
낯선 초장
방아잎과 된장은
사라지고
웅어의 고소한 맛,
단맛도
함께 사라졌다
가격은 두세 배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에게
가게를 넘겼었다
스무 해 단골집
녹산수문 근처
올해는
건너뛸 수 없어
다시 찾았다
할머니 혼자,
옛 레시피
옛 가격
돌아온 맛
아마 나 같은
오랜 손님도
끊게 했던
그 세월 때문이리라
가을엔 전어
봄엔 웅어
왕의 입맛을
사로잡는
봄의 진미
도다리 쑥국으로
시작해
웅어회로
봄을 마감한다
올해는
이상기후
6월 끝자락에도
웅어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세월이 하수상해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오늘
봄을 실컷
먹는다
나는
드디어
봄을
보낸다
[詠春魚] - 仙文 金永漢
春食葦魚膾
父嗜葦魚羹
臥起忽驚動
歲一度必烹
價昂亦不惜
唯恐負深情
去歲未曾往
三年舊館行
故葉醬已逝
甘香亦隨傾
價翻兩三倍
祖業付兒承
廿載老主顧
綠山水閘旁
今歲不可越
重尋舊味長
老嫗獨守店
古法舊價償
歲月蝕客緣
味歸淚沾裳
秋品錢魚美
春葦王者香
河豚蒿湯始
葦魚膾春藏
今歲氣候異
六月尾仍芳
世態已難測
再食恐渺茫
今日盡春味
終可送春陽
《詠春魚》 (영춘어)
春食葦魚膾 춘식위어회
父嗜葦魚羹 부기위어갱
臥起忽驚動 와기홀경동
歲一度必烹 세일도필팽
價昂亦不惜 가앙역불석
唯恐負深情 유공부심정
去歲未曾往 거세미증왕
三年舊館行 삼년구관행
故葉醬已逝 고엽장이서
甘香亦隨傾 감향역수경
價翻兩三倍 가번양삼배
祖業付兒承 조업부아승
廿載老主顧 입재로주고
綠山水閘旁 녹산수삽방
今歲不可越 금세불가월
重尋舊味長 중심구미장
老嫗獨守店 노우독수점
古法舊價償 고법구가상
歲月蝕客緣 세월식객연
味歸淚沾裳 미귀루점상
秋品錢魚美 추품전어미
春葦王者香 춘위왕자향
河豚蒿湯始 하돈호탕시
葦魚膾春藏 위어회춘장
今歲氣候異 금세기후이
六月尾仍芳 육월미잉방
世態已難測 세태이난측
再食恐渺茫 재식공묘망
今日盡春味 금일진춘미
終可送春陽 종가송춘양
春食苇鱼脍 父嗜苇鱼羹
봄이면 웅어회를 먹고, 아버지는 웅어탕을 즐기셨다.
臥起忽驚動 歲一度必烹
누워 계시다가도 웅어탕이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실 만큼 사랑하셨으니,한 해에 한 번이라도 꼭 먹으셨다.
價昂亦不惜 唯恐負深情
비싸더라도 아깝지 않게 여기셨으니, 그 정을 저버리지 않으려 함이었다.
去歲未曾往 三年舊館行
작년에는 가지 못했지만, 3년 만에 예전 단골집을 찾았다.
故葉醬已逝 甘香亦隨傾
예전의 방아잎 된장은 사라졌고, 웅어의 고소함과 단맛도 함께 사라졌다.
價翻兩三倍 祖業付兒承
가격은 두세 배 뛰었고, 할아버지는 자식에게 가게를 물려주셨다.
廿載老主顧 綠山水閘旁
20년 동안 다니던 단골집, 녹산수문 근처.
今歲不可越 重尋舊味長
올해는 지나칠 수 없어 다시 옛맛을 찾았다.
老嫗獨守店 古法舊價償
할머니 혼자서 옛방법과 예전 가격으로 웅어를 내어주셨다.
歲月蝕客緣 味歸淚沾裳
세월이 단골도 줄게 했지만, 다시 찾은 옛맛에 감동했다.
秋品錢魚美 春葦王者香
가을에는 전어, 봄에는 웅어가 왕의 입맛을 사로잡던 진미였다.
河豚蒿湯始 葦魚膾春藏
복어 쑥국으로 봄을 시작해 웅어 회로 봄을 마감한다.
今歲氣候異 六月尾仍芳
올해는 날씨가 이상해 6월 끝까지 웅어가 나온다 한다.
世態已難測 再食恐渺茫
앞으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今日盡春味 終可送春陽
오늘 봄맛을 실컷 즐기고, 비로소 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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