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가면 이지당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이지당은 임진왜란 시기 의병장 중봉 조헌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입니다.원래는 각신서당이었으나 우암 송시열이 이지당『二止堂』이라고 짓고 현판까지 썼습니다.

이곳에 중봉 조헌이 지은 시가 걸려 있습니다.

"水麗山明地 風高葉落秋
徜徉提督趙 邂逅廣文周
幸値仙翁集 因携童子遊
悠然成一醉 乘月步長洲”
- 重峯 趙憲

물빛 곱고 산 밝은 땅, 바람 높고 잎 떨어지는 가을
배회하는 조제독, 주광문을 해후했네
다행히 신선들 모인 때에, 어린 사람 데리고 같이 노닐며
한가로이 모두 다 한껏 취하고서,달빛타고 긴 모래톱 걷는다네

그리고 400년 세월이 흐른 뒤에 우암 송시열이 아래와 같이 답시를 달아 놓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차운을 하다보니 각 구절의 맨 뒷글자 秋,周,遊,洲의 글자가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가 바로 유(遊)인데 이 글자 때문에라도 같이 놀고 싶어졌습니다.




新構臨淸泚 山頹問幾秋
天衢箕尾遠 人世歲星周
事業朱書裏 淵源德水遊
欲陳明酌薦 蘋藻採芳洲
- 尤庵 宋時烈


새로 지은 집 맑은 물가에 임했으니,임 가신 지 묻노라 몇 해던가
하늘 거리에 기성 미성이 멀고,인간 세상에는 세월이 흘렀구려
사업은 주자의 글 속에 있고,연원은 율곡에게 받았어라
맑은 술잔 올리고자,마름을 물가에 캐었노라

그리고 다시 400여년이 지났고 이곳을 답사하던 제가 또 다시 답시를 달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저도 차운해야 하니 秋,周,遊,洲 네글자는 같게 해야 합니다.

이 또한 400여년 시간이 흐르면서 옛 선조와 교감하는 묘미가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실력은 부족하지만 흉내라도 내고 싶었습니다.

新築臨碧水 歲月幾經秋
星漢光依舊 世情轉未周
勳名垂竹帛 道脈繼川流
欲奉清酤祭 蒼葭採遠洲
-仙文 金永漢

새로 지은 집 푸른 물가에 임했으니, 세월이여 몇 가을을 지냈는가
은하수 빛은 여전한데, 세상 정은 돌아오지 않았구나
공을 세운 명성은 책에 길이 남고, 도의 맥은 강물처럼 이어졌네
맑은 술로 제사를 올리려니, 푸른 갈대 먼 모래톱에서 캐네



--- 작시 노트

1. 시공간의 대응: 원작의 "新構臨淸泚"에 화답하며 "新築臨碧水"로 청아한 자연의 경계를 강조했습니다.
2. 시간의 흐름: "歲月幾經秋"를 통해 원작의 "山頹問幾秋"에 대한 시간적 깊이를 이어받았습니다.
3. 천상 vs 인간: "星漢光依舊"로 원작의 천상적 이미지(天衢箕尾)를 계승하며, "世情轉未周"로 인간사의 덧없음을 대비시켰습니다.
4. 정신적 계승: 주자학적 유산(事業朱書裏)과 율곡의 연원(淵源德水遊)을 "勳名垂竹帛 道脈繼川流"로 재해석, 학문적 전통의 영속성을 강조했습니다.
5. 의례적 제스처: 원작의 제사(明酌薦) 모티프를 "欲奉清酤祭"로 승화시키며, "蒼葭採遠洲"에서 물가의 식물(蘋藻→蒼葭)을 확장해 우주적 차원의 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각각 400년 간의 대화 구조를 유지하며, 고전시가의 전형적 어법(臨, 幾, 依舊, 垂, 繼 등)을 활용해 시대를 초월한 문인 정신의 교감을 형상화했습니다.


수려산명지 풍고엽낙추
(水麗山明地 風高葉落秋)  


상양제독조 해후광문주
(徜徉提督趙 邂逅廣文周)  


행치선옹집 인휴동자유
(幸値仙翁集 因携童子遊)  


유연성일취 승월보장주
(悠然成一醉 乘月步長洲)  

重峯 趙憲 (중봉 조헌)
---

신구임청체 산퇴문기추
(新構臨淸泚 山頹問幾秋)  


천구기미원 인세세성주
(天衢箕尾遠 人世歲星周)  


사업주서리 연원덕수유
(事業朱書裏 淵源德水遊)  


욕진명작천 평조채방주
(欲陳明酌薦 蘋藻採芳洲)  

尤庵 宋時烈 (우암 송시열)

---

신축임벽수 세월기경추
(新築臨碧水 歲月幾經秋)  


성한광의구 세정전미주
(星漢光依舊 世情轉未周)  


훈명수죽백 도맥계천류
(勳名垂竹帛 道脈繼川流)  


욕봉청고제 창가채원주
(欲奉清酤祭 蒼葭採遠洲)  

仙文 金永漢 (선문 김영한)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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