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온도를 보면 오늘까지 여름입니다.태풍 풀라산이 열대저압부로 바뀌고 다시 열대저기압으로 변하면서 한반도에 간접 영향권에 들게 되었습니다.마지막 남은 여름을 풀라산이 다 몰아갈 것 같습니다.제가 있는 부산의 경우 열대야로 밤 온도가 25에서 27였는데 이제 내일 토요일 밤부터 24도로 떨어지고 다음주 월요일되면 20도까지 떨어집니다.경험적으로 22도 이하면 에어컨 없이 쾌적한 잠자리가 됩니다.

 

 

 

‘초가을(초추·初秋)’ 맹호연(孟浩然·689∼740)

不覺初秋夜漸長, 불각초추야점장
清風習習重凄凉. 청풍습습중처량
炎炎暑退茅齋靜, 염염서퇴모재정
階下叢莎有露光. 계하총사유로광

어느새 초가을이라 밤 점차 길어지고,
청풍 산들산들 더더욱 서늘하네.
이글이글 무더위 사라진 고요한 초가,
계단 아래 풀숲엔 반짝이는 이슬방울.

 

맹호연(孟浩然·689∼740)

당대 산수전원시파의 조종(祖宗)으로서 왕유(王維)와 함께 ‘왕맹’이라 추존되는 맹호연. 서른 후반 뒤늦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낙양 등지를 유람하다 마흔이 다 되어서야 과거를 치렀지만 급제하진 못했다. 더욱이 우연히 당 현종을 배알한 자리에서 시를 읊었는데 하필이면 그중에 ‘재주 없어 명군께서 날 버리셨다’는 시구가 담기는 바람에 황제로부터 ‘내가 언제 그대를 버렸단 말인가’라는 핀잔을 들으며 그길로 속절없이 낙향해야 했던 시인. ‘황망 중에 보낸 30년 세월, 학문과 무예 둘 다 이룬 게 없구나. … 이젠 그저 술이나 즐길 뿐, 누가 다시 세상의 공명을 논하랴’라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그런 맹호연을 사모한 이백은 아래와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맹호연을 사모한 이백의 노래

吾愛孟夫子,(오애맹부자) 나는 맹 선생님을 좋아해요
風流天下聞.(풍류천하문) 그의 풍류는 세상이 다 알아요
紅顔棄軒冕,(홍안기헌면) 젊어서 벼슬 버리고
白首臥松雲.(백수와송운) 늙어서는 소나무와 구름 사이에 노네요
醉月頻中聖,(취월빈중성) 달에 취하여 자주 술 취하고
迷花不事君.(미화부사군) 꽃에 미쳐 나라님도 섬기지 못하셨으니
高山安可仰,(고산안가앙) 그 높은 산을 어찌 가히 쳐다볼 수 있을까요
徒此挹淸芬.(도차읍청분) 다만 이렇게 맑은 향기를 떠 올 뿐입니다.

*贈孟浩然증맹호연, 李白이백

 

 

P.s

 

9/22. 여름은 끝이 났지만 온대저압부를 몰고 온 풀라산과 가을장마전선의 잘 못된 만남의 영향권으로 제주 전남 부산 김해 창원 등 남해안 일대의 폭우 피해가 막심합니다.세상엔 공짜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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