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산)봄기운 완연한 경주 남산 고위산에 올라

2003.2.16

전날 경주에 와서 밤을 새며 워크샵을 하였다.장소는 삼광 그레이스모텔로 보문단지에 있는 곳으로 방이
상당히 넓어서 토론하기엔 암성마춤이다.

토론이후 잠을 설치며 뒤척이며 자서 몸상태는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부산으로
가기엔 경주까지 온 걸 감안할때 아쉬움이 있어 잠시 남산에 둘러 볼 요량으로 난 미리 등산복을 준비해왔다.

09:30

아침 9시에 출발하여 9시반에 용장리로 왔다.경주 남산은 북쪽 금오산과 남쪽 고위산(수리산)이 있는데
둘다 금오산이라고 부르고도 있지만 최근엔 대부분 구별해서 북쪽 471M의 금오산과 구별하여 남쪽 494M의
봉우리를 고위산으로 부른다.

지난번엔 북쪽 금오산을 밟아봤으므로 이번엔 고위산으로 산행목적지를 정했다.그리고 남산은 산행코스가
70개 이상으로 어디로 오르느냐에 따라 탑과 불상등을 감상할 수 있는 노천박물관이다.

고위산을 선택한것은 워크샵을 간 틈을 이용한 간단한 등산이어야 한다는 점과 자가용을 이용했기 때문에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아야하는 원점회귀산행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번 등산은 남자동료직원 3명과 함께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같이 걷을 수있어 좋았고
그리 높지 않은 산과 다소 짧은 등산시간으로 마음의 부담은 거의 없었다.

삼릉을 지나 대충 좌측 산세를 보니 용장골로 여겨지는 것으로 무턱대고 차를 몰아갔더니 다행히 주차비
1,000원을 받는 출발지를 쉽게 찾았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땀이 날 정도로 걷고나니 바로 관음사에 도착했다.여기에 있는 할매스님은
대뜸 길을 막아놓고 다른길로 가라고 한다.

혹시 다른 등산로가 있나 싶어서 아래로 다시 내려가봤지만 다른 길은 없었고 지도상으로 보아도 관음사
뒤쪽으로 길이 나 있어서 막무가내로 절 중간을 가로질러 뒤로 갔더니 길이 산책로처럼 이쁘게 나 있었다.

모처럼 찾은 등산객에게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주지는 못할 망정 남산과 등산길이 자신의 개인용 길이나
되는 것 처럼 행동하는 할매스님의 처사에 불만을 느끼며 거북바위,흔들바위를 뒤로 하며 계속 올랐다.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 가족용 산책로 같은 평이한 길이었지만 지난주 마신 술들이 모두 땀으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포근했는데 낮은 해발 및 다소 남쪽인 경주지역 특성상
잔설도 전혀없어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하늘은 맑았고 나무아래에선 다소 선선한 기운때문에
등산하기 너무 쾌적한 날씨였다.


::: 발아래 천룡사터에 3층석탑이 보인다.:::

고위산으로 올라가는 능선길까지 와서 천룡사지를 보러 갈려고 했는데 같이 온 동료들이 바로 고위산으로
올라가자고 제안해서 다소 아쉬웠지만 발 아래 천룡사지의 3층석탑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한 후 고위산
정상에 올랐다.


::: 고위산 정상에서 함께한 동료직원과 기념촬영:::

10:40

고위산 정상은 10여평의 다소 펑퍼짐한 흙산으로 별로 특색은 없었다.

황룡이 마지막 일격을 받고 몸을 뒤틀어 산을 높이니 사람들은 이 산을 그저 '높아진 산'이라 하여
고위산이라고 불렀다.남산의 북쪽 봉우리를 금오산(金鰲山)이라 이름 붙이고, 단종이 폐위된 후 매월당
김시습이 세상을 웃으며 금오산에 칩거하여 금오신화를 썼건만 이 곳 고위산은 그저 높아진 산일 뿐 남산의
최고봉으로서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권위를 가지지도 못했다고 한다.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등산객도

다소 적은 느낌이다.

황룡의 마지막 뒤틀음이 바위가 되어 있고, 땅에서 채 삐져나오지 못한 채 죽어있는 황룡이 용두암이라고
하여 남아 있는 곳.죽은 황룡의 등을 타넘고, 벌어진 비늘 사이로 天女가 대나무창을 내리꽂던 그 자리를 뛰어넘어
고위산을 오른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하산 방향은 은적골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하산길은 세미 릿지등반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 눈맛도 좋았고 중간중간 로프로 연결된 아기자기한 바위 등산로가 묘미를 더해주었다.

우측아래 은적골은 작은 그랜드캐년같이 제법 발아래 천길 낭떠러지길 같은 아득한 어질함을 느끼게 하고
앞쪽 금오산이 손에 잡힐 듯 버티고 있다.


::: 금오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로프를 잡고 유격레펠같은 포즈로 하산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방향을 좌측으로 꺽어 용장골로 접어들었다.
용장골 마지막 부분엔 천우사라는 작은 암자로 하산했다.

남산은 신라인에게 신령한 산인지라 堂 · 塔과 佛 ·菩薩을 다듬어 모셨으니 절터가 146 곳을 헤아리고 석불과
마애불이 118체, 석탑과 폐탑이 96기에 이른다고 한다.그러나 이른 남산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스는
상대적으로 불상,절터,탑 등 유적지는 거의 없었지만 경치는 경주 남산 최고의 코스로 보인다.

12:00

산행시간은 천천히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정도 걸렸으며 돌아오는길에 봉계한우마을에 들러 소금구이를
맛보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봉계한우마을 안쪽에 있는 삽다리숯불식당은 경주를 들를때마다 귀향길에 간혹 들러서 다섯번정도 간 단골(?)집인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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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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