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천분의 부처와 구름위에서 술을 먹고..

2003.2.9

(매화산 산행후기)

08:00

여느때와 다름없이 시민회관앞은 산악회 차량들로 꽉 메워져 있다.올해 등산을 시작한지 단 한주도
그르지 않고 다녔고,지난주 설악산 무박2일 까지 완주한 상황에서 오늘 가는 매화산은 4시간 코스라고 하여
마음의 부담이 거의 없는 기분좋은 홀가분함이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 버스를 타면 멀미끼가 있어서 일단 차에 타고나면 되도록 잘려고 노력하는데 오늘은 설박사님과
담소를 즐기며 매화산 입구에 접어들었다.

10:30

드디어 매화산 들머리 홍류동계곡에 도착했는데 가득한 雲霧로 5M앞이 안보일 정도다.날씨는 포근하고
눈들도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인원점검을 하고 서서히 매화산 정상을 행해서 걷는데 계곡까지는
아스팔트길이 이어진다.아스팔트 길 아후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바뀌었는데 벌써 다리가 뻣뻣해지며
숨이거칠어진다.아직 감기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날씨가 포근해서 그런지 온몸은 벌써 땀으로 흥건하다.

11:20

날씨가 포근해서 청량사 조금 못미치어 따뜻한 햇살에 운무가 걷치며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래쪽은 아직 운무가 가득하다.조금 더 걸어가니 千佛山 청량사라는 고찰 표지석이
나타난다.

청량사 앞 계곡길로 올라가는데 눈들이 본격적으로 녹아 빙수처럼 걸쭉하다.아이젠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 같아 아이젠은 포기하고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데 길은 통나무로 잘 단장이 되어 있어
문제가 없는데 경사도는 제법 가파르다.여기부터가 본격 등산이다.

오늘 이산엔 타 산악회에서도 많이 와서 많은 인원때문에 줄을 기다리며 올라가는 곳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씩씩한 고성방가에 천불산 부처님들이 움찔 놀라는 것 같다.친구를 부르는 분,
"사랑은 아무나 하나" 노래를 부르는 분등 아줌마의 극성때문에 기분이 다소 언짢다.일주일 스트레스를
풀려고 조용한 산에 들었는데 아줌마 몇사람때문에 시장(?)이 섰다.

아줌마들 고함소리에 놀라 산짐승들도 아마 몇놈은 기절하고 몇놈은 똥을 싼채 주저 앉았을 것이다.

창원에서 온 50대 후반의 남자분은 올라오는 등산객마다 막걸리를 한잔씩 권하는데 나에게도 막걸리를
한잔주신다.시원하게 받아먹고 올라가려니 자신은 "창원에서 온 강마담(?)"이라나...생긴 모습은 인자한 신사인데
산에서 막걸리 공양을 하는 것을 보니 이 양반도 땡초이렸다.어쨌던 막걸리 때문인지 모르지만 능선까지 쉽게 올라왔다.

12:10


::: 끝없는 구름바다:::

아래를 보니 끝없는 운해가 압권이다.설박사님은 "풍덩 뛰어들고 싶다"고 하는데 장즈이가 무당산에서
뛰어들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뛰어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무슨소린고 하니 이안감독의 와호장룡이라는
영화가 기억 날 것이다.마지막 장면에 보면 장즈이가 분한 용은 수련이 일러준 대로 무당산에 찾아가
호와 하룻밤을 보낸 이후 그가 들려준 전설을 말한 다음 안개 자욱한 산에서 뛰어내려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는 장면이 기억 날 것이다.이안감독이 한국사람이었다면 아마 여기에서 영화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눈이 녹아서 걸쭉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응달 진 곳은 미끄러운 곳도 많다.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다리가 달달거리며 용을 쓰는 여성회원을 보니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자니 내입에서 불쑥 한마디가 날라간다.
"미끄러질때는 안 그런 척하면서 미끄러져야 밑에서 기다리는 분 가슴에 안길수 있는데..."라고 했더니
가볍게 웃으며 홍조를 띄는데 아래 있는 설박사는 만면이 희색이다.


쇠계단이 연속인데 산세를 보니 산이름이 이해가 된다.매화산이라는 이름은 바위암봉에 모습이 부처님에
손바닥 또는 매화꽃이 활짝핀 형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매화산의 다른 이름인 천불산은
기암괴석에 형상들이 천개의 불상들로서 이루진듯 하여 붙은 이름이다.남산제일봉이라는 이름은 물론
가야산 남쪽에 있는 으뜸 봉우리라는 의미일게다.


:::남산제일봉 아래로 철계단이 보인다.:::

매화산은 흡사 금강산 축소판과 같은 산세에 날카로운 바위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와 비슷한 산은 영암
월출산이다.매화산은 대둔산 같이 완전한 岩산으로 남성적 멋만 있는 것도 아니며 지리산 같은 陸산도 아니다.이둘의 장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신비감을 더해준다.

13:30

남산제일봉에 도착했다.해인사의 화재 예방을 위하여 소금을 묻었다는 유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는데
아마 바위의 모습들이 불꽃을 연상시켰기 때문일것이다.

산악회 대장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시산제를 올리고 있고 돌아가며 절을 하고 있다.나도 삼배했더니 올해는
선두로 가라는 덕담을 해주신다.음복하고 돼지수육에 김치를 얹어 술을 먹으니 감기염려는 어디가고 오늘도
땡초의 진면목을 보인다.

자기에게 주어진 최고 규범하에서 불가능과 영원에 대한 끊임없는 충동질의 결과 물질적으로는 무상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를 갈구하는 알피니즘은 물건너간지 오래됐지만 나 혼자만의 땡초로도 모자라 점차
땡초를 재생산하는 전염은 시키지 말아야 할텐데...땡초 눈엔 땡초만 보인다.산정에서 만난 보석처럼
빛나는 알피니스트는 강oo과 저o 정도인데 이분들이 오늘 안보이니 더욱 땡초가 기승을 부린다.


:::남산 제일봉 정상:::

14:20

식사하고 즐거운 담소를 나눈 후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아이젠을 하고 부담없이 하산한다.
눈도 제법있고 미끄러지면 엉덩이가 다 젖을 판이다.다행히 미끄러지지 않았고 오봉산 옆 안부를 지나
해인사 관광호텔까지 왔다.온천욕을 들릴 수있는 기회..그러나 땡초는 술을 찾는다.

15:30

치인리에 주차한 버스에 배낭을 두고 이제 느긋하게 가게에서 도토리묵과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1시간 가량
먹으며 오늘의 실질적인 등산을 마무리했다.오늘 벌써 술이 3차다.

16:30

치인리를 출발하여 부산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계속 술이다.오늘 먹은 술종류도 다양하다.막걸리,
소주,양주,맥주.....그런데 땀을 많이 흘린 덕분일까? 별로 취하지도 않고 기분은 마냥 좋다.오후 7시 지나서
내려주기로 했던 주례동을 기사가 잠시 착각하고 지나버렸다.이로써 4차를 끝날 오늘의 술은 더 이어지는데....

19:30

범일동 시민회관 앞에 내려 10여분이 함께 식사를 했는데 역시 원조 땡초는 밥을 먹으면 술맛이 없음을 알고
있는지라 계속 술이다.자리를 파하고 자리를 옮겨 산행대장,설박사님,그리고 나는 마지막 마무리로
호프집에서 피쳐2개를 비우고 집으로 왔는데 보통때보다는 훨씬 일찍 부산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니 밤 11시 30분이었다.하룻만에 탁주,소주,맥주,양주 찍고 호프로 6차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로써 봄을 안고 집으로 오는 땡초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孫穆의 싯구...

봄을 찾아 온종일 헤매었네(盡日尋春不見春)
짚신이 다 닳도록 찾지못하고(芒靴踏跛嶺頭雲)
돌아와보니 매화꽃이 만발했는데(歸來偶過梅花下)
찾던 봄 가지마다 가득 있었네(春在枝頭己十分)
 


그리고 나에게 술먹이며 다들 하던 소리..."감기는 술한잔 먹으면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집으로 올땐
분명 감기가 다 나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오늘 글을 쓴 이순간...
술기운이 떨어지니 콧물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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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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