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해운대 앞바다를 등지고 三味香을 맡으며...
△장산 산행후기

- 일 자 : 2003.2.23 11:00~15:00 산행4시간
- 날 씨 : 흐리고 간간이 보슬비
- 가족등반:4명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부산기계공고 옆 철길∼간비오산∼장산 정상∼반여3동 도서관

10:00

어젯밤 비디오를 늦게까지 보았더니 늦잠을 잤다.일어나 보니 벌써 김밥을 비롯한 산행준비가 되어있고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그친 것으로 보인다.준비를 끝낸 후 아파트에서 천천히 걸어서 주례지하철역에서
동백역까지 갔다.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겁(?)도 없이 지하철을 이용했다.그것도 온가족이 모두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지하철 내는 조는 사람도 거의 없고 책을 읽는 분도 거의 없이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튈 자세로,
얼굴 표정을 보니 긴장감이 느껴진다.

11:00

산행들머리를 찾지 못하겠다.부산기계공고 수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버스정류장 근처에 산길로
접어드는 곳이 있다고 한다.신경을 곤두세우고 입구를 찾았는데 운촌에서 산길을 가기 위해서는 철길을
건너야만 하는데 철길을 건너면 벌금을 물린다는 경고가 있다.

다른 길을 찾으려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길 이외는 없다.주위를 살핀 후 철길을 건너고 나니
입산금지라는 조그만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포기하고 뒤로 돌아오려는 순간, 산불감시원이 나타나 숙박계 비슷한 것을 내민다.이름과 주소 및
주민번호를 기재하고 난 후 우측으로 올라가면 장산으로 갈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정말 재미있는 곳이 한국이다.일단 벌금 물린다고 겁을 계속 주다가 몇개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길 안내까지 해주는 격이다.

우여곡절 끝에 산행들머리에 들어서서 걷는다.날씨는 비가 그친 이후라서 먼지는 전혀 없고 땅도 꼽꼽하게
적당히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걷기에 안성마춤이다.바다냄새와 동백 및 소나무 냄새가 어우러져 三味香을
느낄수 있고 간간이 바다바람이 제법 세게 분다.주 등산로 옆은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경쟁하듯 흐드러지게
놓여있다.

등에서 땀이 날듯 말듯한 순간 간비오산에 다다랐다.간비오산은 140여M의 작은 언덕 같은 산이지만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하여 조망이 좋아서 과거 봉수대로 이용된 곳이다.


:::간비오산 봉수대:::

이곳에서 장산을 바라보니 정상까지는 계속 능선이 이어지는데 능선이 파도치듯 너울지며 정상까지
오르막길로 이어지는데 중간중간 너울지는 곳을 감안해도 작은 봉우리 5번은 넘어야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산행이후 두번째 봉우리.뒤로 멀리 장산 정상이 보인다.:::

간비오산을 지나 두번째 봉우리에서 약간 우측으로 꺽어지며 걷는데 돌탑 세무더기가 나타난다.이후 산책로같은
분위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등산길이 낙엽이 떨어진 이후 낙엽이 부엽토가 되어 발아래 느껴지는 감촉은
쿠션 좋은 소파를 발로 밟듯이 기분이 좋다.


:::길 옆에 세무더기의 돌탑이 균형감있게 서있다.:::


:::산책길 같은 오솔길이 운치를 더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부산에 이렇게 좋은 등산로가 있었단 말인가?라는 탄성이 터진다.군 시설때문에
이곳은 등산로가 개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무들이 상당한 수준까지 수림을 이루었고 바다와 부산시내를
바라보며 주등산로 능선길을 걸을 수 있어 더욱 환상적이다.

좀더 올라가니 군사시설때문에 최전방 철책선에 온듯한 착각이 일정도이다.우측은 최전방 철책과 똑같은 시설이 있고
군데 군데 방호시설이 있다.좌측엔 훈련시설때문에 더욱 군부대 분위기가 나는데 초등학교 5학년 아들녀석은 드림팀
세트라고 우긴다.

계속 진행하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폭포사 길이고 좌측 능선으로 올라가면 장산 정상길이다.이후 몇번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올라가는데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며 나를 긴장시킨다.산정에 가까워 올수록 바람도 제법
세게 분다.초등학교 3년 딸에게 오버트라우저를 입히고 천천히 걷는다.

13:00


:::정상 바로아래에서 바라본 지나온길.맨 아래쪽이 동백섬이고 그 바로 위쪽 봉우리가 간비오산이다.
이후 몇개의 산봉우리가 더 보인다.우측으로는 광안대로가,좌측으로는 해운대 신시가지가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본 해운대 신시가지:::


:::정상에서 바라본 광안대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보슬비를 맞으며 기장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데 길이 진흙탕길이다.
이곳은 잡목이 많고 다소 경사도 있어서 진행하는데 수월치 않다.정상부근은 통신탑 같은 시설때문에
약간 정상아래 산허리를 둘러 진행을 계속했는데 이후 지뢰매설지역이라는 경고문이 자주 눈에 띄인다.


:::정상엔 가을느낌의 억새가 많다.:::

DANGER MINE ZONE이라는 경고와 함께 그림으로 군화발아래 지뢰가 터지는 그림이 나타나며 철조망과
지뢰매설지역이라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타난다.정상적인 등산길만 걸어도 신경이 바짝 쓰인다.

가끔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면 더욱 신경이 쓰이는데 멀리 레이다 같은 것이 몇개 돌아가는데 이곳이 마징가
Z(?)가 숨겨져 있는 곳이 틀림없다.

이곳은 더욱 경고문의 연속인데 심적으로 위축되어서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다. 또한 딸아이가 힘들어 하고
혹시 빗방울이라도 굵어지면 더욱 낭패라는 생각에 주능선에서 왼쪽길로 나 있는 곳으로 하산방향을 잡았다.

하산길은 중간중간 너덜지대가 나타났으며 계속 지뢰매설지대라는 경고문이 나타나는데 하산할수록 경고문의
빈도가 낮아진다.

15:00

한참을 하산해서 내려와보니 반여3동이다.반여3동 체육공원이 나오고 바로 반여3동 도서관이 나타난다.
흙묻은 옷을 털고 택시를 타고 집근처까지 왔다.

16:00

다음에 또 애들을 데리고 갈려면 맛있는 걸 사주어야한다.그래서 집 근처 만석정에서 고기를 먹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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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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