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


구포교(龜浦橋)는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과 강서구 대저동을 연결했던 낙동강 최초의 교량으로, 1932년부터 2008년까지 존속한 부산의 대표적인 다리였습니다. 개통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긴 교량으로 기록되었으며, 부산을 상징하는 영도대교와 더불어 지역의 중요한 랜드마크였습니다.공식명칭은 구포교이나, 개통 당시에는 ‘낙동장교(洛東長橋)’라는 이름도 사용되었습니다.

저는 1964년생으로 입학은 1980년 3월이고 졸업은 1983년 2월이었습니다.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지금의 부산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자리로 부산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지금도 부산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직접 교차하며 환승이 가능한 역은 서면역입니다. 서면역은 부산의 중심 상업 지구에 위치해 유동 인구가 매우 많으며, 두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가장 많이 환승하는 대표적인 교차점입니다.

재학시절 저의 집은 부산강서구 등구마을이었습니다.거처와 학교사이 낙동강이 있어서 구포교를 건너야 했습니다.지금은 등구역 경전철이 있지만 그 당시는 버스가 있었는데 등구에서 구포까지 제일여객 버스를 타고 구포에서 환승하여 서면까지 통학을 하거나 요금이 2.5배 비싼 공항버스를 타면 서면까지 직행 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서면에서 구포까지의 구간은 1999년 6월 30일에 처음 개통되었기 때문에 지하철도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고1 당시 1980년 7월 23일과 24일,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려 사상구를 비롯한 낙동강 유역 저지대가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로 인해 도로가 물에 잠기고 교통이 마비되어, 사상 일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운행이 며칠간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교통편이 없다보니 결국 방과후 서면에서 젖은 도로를 피해 산쪽으로 약간 올라가 걸어서 구포로 간후 구포교를 넘어서 낙동강 제방을 걸어 집까지 갔습니다.거리는 15km정도 되지만 길도 없는 곳을 걸어야해서 다소 긴장했었습니다.

고2 당시인 1981년 전후 부산 서면에서 시위가 격화된 대표적 시기가 있었습니다.1982년 3월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전후입니다.최루탄과 화염병이 날라다니던 시절이라 버스가 교통중심지인 서면으로 올수가 없어서 또다시 걸어서 집으로 갔습니다.


현재 구포교는 없어진 상태이고 그 옆에 생긴 1993년 완공된 6차선 구포대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여러면에서 발전되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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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교의 기억 - 김영한


구포교,
낙동강을 가로지른
단선과 양옆 인도 기억 위로
내 젊은 날의 발자국이
길게 드리웠다.

서면의 분주한 아침,
롯데백화점 자리엔
옛 교정의 숨결이 남아
환승의 물결 속
내 학창시절이 흐른다.

1980년,
장대비가 부산을 덮치던 날
버스는 멈추고
도시는 물에 잠겨
나는 젖은 신발로
산길을 돌아
구포교를 건넜다.

15킬로미터의 불안과
젊은 심장의 두근거림,
낙동강 제방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
지리한 제방을 걸어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1981년,
서면의 공기는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고
버스는 오지 않았다.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거리에서
나는 또다시
걸음으로 집을 찾았다.

구포교,
너는 내 청춘의 기억
비와 시위,
불안과 희망을 건너
나는 오늘도
그 기억이 되살아난다.

낡은 다리 위에
지나간 시간의 무게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구포교,
내 젊음의 강을
묵묵히 건너준
그 이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다리.


龜浦橋憶 - 仙文 金永漢

龜浦橫滄浪
單線印舊蹤
青春留履跡
長影落堤東

西面繁華地
樓臺憶學窗
換乘人海裏
逝水映年容

庚申霖雨暴
巴士陷洪峰
踏濕登山徑
龜橋渡險淙

十五公里路
忐忑少年胸
沿堤歸家晚
孤影沒長空

辛酉硝煙熾
街頭巷戰重
公車絕輪跡
徒步再尋蹤

龜橋銘少壯
雨血共途逢
憂患兼希望
今猶夢裏濃

頹梁沉歲月
靜默壓殘虹
龜浦青春渡
銘心橋不封

 
 
 

龜浦橋憶 구포교억 - 仙文 金永漢

龜浦橫滄浪 구포횡창랑
單線印舊蹤 단선인구종
青春留履跡 청춘유리적
長影落堤東 장영락제동

西面繁華地 서면번화지
樓臺憶學窗 누대억학창
換乘人海裏 환승인해리
逝水映年容 서수영년용

庚申霖雨暴 경신림우폭
巴士陷洪峰 파사함홍봉
踏濕登山徑 답습등산경
龜橋渡險淙 구교도험종

十五公里路 십오공리로
忐忑少年胸 단탁소년흉
沿堤歸家晚 연제귀가만
孤影沒長空 고영몰장공

辛酉硝煙熾 신유초연치
街頭巷戰重 가두항전중
公車絕輪跡 공차절륜적
徒步再尋蹤 도보재순종

龜橋銘少壯 구교명소장
雨血共途逢 우혈공도봉
憂患兼希望 우환겸희망
今猶夢裏濃 금유몽리농

頹梁沉歲月 퇴량침세월
靜默壓殘虹 정묵압잔홍
龜浦青春渡 구포청춘도
銘心橋不封 명심교불봉

* 巴士 (버스 bus)
公里  (Km)

 

구포교에서의 추억

 

구포에 흐르는 푸른 물결

외로운 다리 오래된 발자취 남았네

청춘의 발걸음 여기에 남고

길게 누인 그림자는 둑 동쪽에 떨어졌네

 

서면은 번화한 거리

학창 시절을 공부하던 날을 떠올리네.

인파 속에서 환승하며

흐르는 물에 비춘 세월의 얼굴

 

경신년의 폭우 쏟아질 때

버스는 홍수에 빠졌네

젖은 등산로를 밟으며

구포교에서 험한 물결 건넜네

 

15킬로미터의 긴 길

불안한 소년의 가슴.

둑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니,

홀로 선 그림자 하늘에 사라지네

 

신유년에 시위 연기 자욱할 때,

거리마다 격전이 벌어졌다

버스는 끊기고

다시 걸어서 발자취를 찾았네

 

구포교에 새겨진 청춘

비와 피 함께한 길

근심과 희망 뒤섞여

지금도 꿈속처럼 생생하네.

 

무너진 다리 세월에 가라앉고

잔무지개 위로 고요 내리네

구포에 건넜던 청춘을

마음에 새긴 다리는 영원히 열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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