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지상에서 맛보는 하늘나라 공룡 로데오 타기...

- 언제 : 2003.10.4~5(무박2일 토요일 22:00출발)
- 얼마나:2003.10.5 04:20 ~ 14:40(12시간 20분)
- 날 씨 : 쾌청
- 몇명:48명
- 어떻게 : 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가이드 따라
▷(공룡능선)설악동A지구-비선대-천불동계곡-무너미고개-희운각-신선암-1275봉-나한봉
-마등령-비선대-설악동B지구
- 개인산행횟수ː 2003-31회
- 산높이ː공룡능선 천화대 1,275봉 1,275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 BGM:Mary Hopkin - Those Were The Days

설악산 공룡능선을 마지막으로 타 본것은 1987년 8월21일로 텐트까지 챙겨 설악을 한바퀴 돌아본 이후론
이번이 처음이다.배낭무게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고 다람쥐들이 다가와서 라면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마지막 설악 공룡능산행일자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산행이라는 것도 여행처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그때는 모든 산행일정을 직접 재단한 맞춤복이었다면 오늘 산행은 가이드산악회를 따라가는 기성복 산행인 셈이다.

내 기억으로는 13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판단되는데 산악회에서는 10시간 코스라고 한다.내 기억을 믿을 것도 못되지만 내가 간 코스의 반대방향이라서 좀 수월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에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지었다.설악산 단풍산행시즌이라서 산꾼들 때문에 상당히 번잡 할 것으로 예상되어 산악회에서는 보통때의 코스 반대로 무너미에서 마등령으로 꺼꾸로 길을 잡았다.16년전에 앞으로 두번다시는 공룡을 타지 않으리라고 했건만 금붕어처럼 세월의 흐름속에 잊고 다시 길을 떠난다.과거 당시에는 고통스러웠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추억으로 좋았던 시절로 변해버리는 것 아닌가?

오늘의 메인테마 공룡능선(恐龍綾線)가는길을 먼저 16년만에 천기누설을 해보자.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구분하는 백두대간으로...재미없다.좀 더 재미있게....

설악골과 잦은바위골을 비켜지나 천분 부처들(천불동/千佛洞)에게 심사를 받으며 단풍빛깔 옷자락을 스치면 인간세상과 하늘나라가 공존하는 곳에 귀신(귀면암)이 있다.음양사의 도움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음양의 (양폭/음폭)조화를 거치고 나면 바로 천당(천당폭)으로 가게되니 지금부터는 하늘나라이다.

천당을 지나면 인간세상은 끝이나고 희구름 가득한 천상으로 오르니 이곳이 바로 희운각이다.
희운각(喜雲閣)아래 마지막 물을 건너면(무너미고개) 바로 신선(신선암/神仙岩)의 길안내를 받는다.
하늘의 꽃(천화대/天花臺)이 피어있는 정원을 지키는 범(범봉)을 피해 부처님을 향해가면
羅漢(나한봉/羅漢峰)이 마중을 나오고 잠시 말안장(마등령/馬登嶺)에 몸을 실고 따라가면 금강역사가 지키는 문(금강문/金剛門)이 나온다.여기서 몸을 굽히고 안에 들어서면 석가세존(세존봉/世尊峰)을 알현 할수있다.알현하면 석가세존께서는 더러운 몰골부터 씻고 오라고 하는데 물가에 씻으러가면 신선 한분은 기겁을 하고 하늘로 줄행랑을 치며 날아가고(비선대/飛仙臺) 선녀 한분은 나뭇꾼에게 옷을 도둑맞아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손톱이 긴 늙은 선녀인 마고선(麻姑仙)이 되어 나신(裸身)에도 불구하고 선녀 체면때문에 죽은 척 드러눕는다(와선대/臥仙臺).

얼굴을 씻고 다시 올라가 석가세존을 알현하려고 하는 사이 석가세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 다시는 이토록 신성한 성지를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어린애처럼 공룡등을 타고 한바탕 로데오를 즐기지 말것이며, 이곳에서는 가래가 끓어도 함부로 침을 밷지 말것이며, 좋다고 너무 깔깔거리지 말지어다.
너는 오늘 너무나도 아름다운 천상 화원을 지나 나(석가)를 알현했지만 부디 인간세상에 가서라도 절대
석가를 보았다고 천기누설하지 말것이며,그냥 아래 마을사람들처럼 찐대(?)(진대봉)를 보았다고 하여라.

조폭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처럼 "차카게 살기"바란다.수양이 부족하여 도저히 입이 건질거려 참을수 없는 지경이 되면 "금강굴/金剛窟"로 찾아오길 바란다.//

저는 겁이 나서 숱한 설악산행에도 불구하고 차마 금강굴은 아직 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오늘도 입구에 숨어서 머루주 술한잔과 오징어 바베큐로 땡초짓을 하고 있습니다.여러분들도 금강굴엔 함부로 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세존봉의 위치는 지도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충 3곳입니다.1025봉을 세존봉으로 보는 경우와 1025봉과 마등령 사이 봉우리를 세존봉으로 보는 경우,그리고 1025봉에서 문바위골 방향에 우뚝 솟아있는 진대봉을 세존봉으로 보는 경우입니다.이렇게 세존은 자신의 모습을 여러곳에 두어 바로 앞에 두고도 못보게 하고 있습니다.

취하면 하는 소리...찐대(?)가 바로 세존인데...진대가 바로 세존인데....당신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인데 당신모습은 절마다 산마다 골마다 다른모습으로 있네요.


떠나기 전에...

전날 모친이 설악산을 간다고 해서 본가로 가서 물어보니 대곡사 절에서 성지순례형식으로 마을분들과
함께 가는데 용대리 백담사를 지나 오세암에서 1박하고 봉정암에서 1박하고 비선대로 오는 2박3일간의
산행을 간다고 한다.대곡사 절에서 그냥 절에 시주할 세봉지의 쌀만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절에서 먹는 만큼의 쌀을 가져오라고 한 모양이다.

절에서 하는일이지만 아무래도 어슬퍼서 집행진에 전화를 걸어 그런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를
하고 좀더 알아보니 절에서 안내할때는 제대로 한 모양인데 여러사람 말을 거너뛰면서 모친 친구분이
"작년에 아무힘도 없는 80살 노인네도 갔다왔다하더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걱정말고 같이가자는 식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3년내 세번이나 갔다왔다는 분에게 물어보니 아는 것은 오세암과 봉정암,그리고 비선대만 알고있고
중간중간은 전혀 몰라서 이야기가 안통한다.그냥 힘들지 않다고만 말씀하신다.내가 봉정암뒤쪽은
힘들텐데라고 말하니 "아! 그 곳은 까딱고개인데 정신없이 오르다보면 산위로 올라간다"고 하신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할거냐고 모친에게 물어보니 운동화신고 청바지입고 조그마한
색하나에 쌀봉지 세봉지와 고혈압 약통을 넣어 달랑 매고 갈 작정이라고 하신다.어이가 없기는 모친도
마찬가지 여서 처음엔 힘들다고 무작정 반대를 하다가 "이번에 안가보면 언제 가보겠느냐"고 하시는 것이다.
보내드리는 것도 불효이고 안보내드리는 것도 불효라서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정했다.

지금가면 봉점암 뒤의 용아장성도 볼만하고 천불동 단풍도 볼만하니 다녀오시라고...그리곤 바로 등산점에
모시고가서 등산화를 사고,랜턴을 사고,등산지팡이(알펜스톡)도 구입해서 챙겨드렸다.내가 옛날에 입던
빨간색 오버트라우저가 몸에 맞아서 그것도 챙겨드리고 청바지보다는 스판 면바지가 좋다고 말씀드리는 등
나름대로 알려드렸지만 혈압이 높아서 잘 다녀오실지 걱정이다.

지팡이는 아들이 사주는게 아니라면서 지팡이 값은 나에게 도로 주시는데 내가 한꺼번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아니면 정말 지팡이는 아들이 사주는게 아닌지 모를뿐이다.나는
공룡능선 가는것도 부담스러워서 몇일을 고민하다가 가는 길인데 당신은 내설악에서 외설악을 관통하는
산행을 가시는데 초등학생 소풍마냥 즐거운 모양이다.이를 어쩌랴?.다행인 것은 2박3일이라 하루 걷는
구간을 감안하면 다녀오실만도 할것같지만...나는 토요일 밤 10시에 출발하고 모친은 일요일 새벽 3시에
출발한다고 한다.물가에 내 놓은 어머니 마음이 세월이 흐르자 거꾸로 되어버렸다.

이제 무박2일 설악산 산행을..

10월4일 22:00~
설악산은 올해초 눈꽃산행에 이어 올해만 두번째다.설악산 가는 분들이 예상대로 많다.산행대장은
일본 북알프스에 가고 후미를 보려던 박사님은 무릎부상으로 못오고 두분 고문님도 안뵈니 심히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차는 만원이다.공선생님.희조씨.오차장과 동료 2분.최삼호대원.박용태대원.그리고 저니 얼굴이
보인다.설악단풍 구경할려고 초심자들도 보이고...세분을 더 태운것 같은데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했는지
미리 예약했던 저니가 바닥에 앉아있다.무박2일 산행은 선잠을 자고 산행을 해야되는데 내일 산행을
감안하면 다소 집행진의 일처리가 아쉽다.

10월5일 02:30
예상보다 밤공기가 차다.차안 서늘한 기운때문에 잠을 설친다.3시에 출발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날씨가
의외로 차니 두꺼운 옷도 챙겨가시라고 전화를 하고 새우잠을 잔다.

04:20
자는 듯 마는 듯 뒤척이다가 설악산 주차장 A지구에 도착했다.랜턴을 켜고 올라가는데 다소 싸늘한 아침공기에
기분이 좋아진다.돌을 밟고 계단을 넘어 문수담,이호담을 지난다.캄캄한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설악만
오면 항상 날씨가 좋다.

05:13~06:22
저니와 희조씨와 동행이 되어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6시가 되자 여명이 약간 밝아온다.




:::신발끈을 묶는 저니와 여명

06:22
점점 날이 밝으며 캄캄한 흑백의 흑풍(?)에서 총천연색 설악의 단풍을 드러낸다.기분이 좋아진다.



6:24~6:34
오련폭의 물줄기가 5번을 힘차게 구르며 떨어지는데 한참을 보니 마술에 걸린 듯 어지럽다.





6:36
양폭대피소에서 저니,희조,숙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아침을 먹었더니 든든해서 한결 걸음이 가볍다.
천불동의 하늘이 점점 좁아지며 고도를 높인다.



6:42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다.



7:04
양폭이다.에메럴드빛 물빛깔이 신비스럽다.



7:06
단풍이 위로 하늘로 이어지 듯...



7:06
이제는 인간세상을 떠났다.천당이다.


:::천당폭

7:20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모아 놓은 듯한 곳에서 무너미고개로 방향을 돌린다.



08:57
힘겹게 무너미고개를 오르니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잠시 배낭을 두고 2백미터 위에 있는
희운각으로 갔다.물을 보충하기 위해 갔는데 등산객들이 너무 많아 그냥 내려왔다.그 사이 저니와 희조씨는
떠난 모양이다.

이제부터 본격 공룡능이다.이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오르내림의 로데오를 즐길 시간이다.세존이시여!
다리가 풀려도 의식은 잃지 말게 하소서...한번의 급등락을 오르내림을 하고나니 신선(신선암)이 길안내를
나왔다.




:::무너미고객에서 본 용아장성 방향과 신선암

09:00~09:07
신선암에 올라서니 공룡능선의 하일라이트가 모두 보인다.모두들 연신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그래 경치 본다고 정신없지..바로 앞길이 지상에 있는 하늘길인것을...


:::1275봉과 범봉


:::범봉


:::1275봉




:::오차장 일행과 땡초

09:07
이곳에서 보는 화채능도 볼만하다.



09:12
범봉과 울산암이 지척이다.



10:29~10:40
계속 1275봉을 보며 걷는다.오르내림의 로데오는 절정을 이루고 슬슬 정신이 아득해온다.




:::1275봉이 멋있게 포즈를 취해주고...

11:03~08
공룡이 로데오를 타다가 지쳤나? 붉게 붉게 씩씩거린다.





11:40
공룡능선의 주봉은 1275봉이다.이 곳을 어디 그냥 지나칠 수 있나.약간 아슬아슬한 암벽을 기어올라
1275봉 정상에 섰다.오늘 로데오의 절정이다.카다르시스다.더 이상의 짜릿함은 없다.발 아래 펼쳐진
천화대의 씩씩한 위용은 말로 표현 할 수없는 비경이다.


:::1275봉에서 바라본 천화대,우측은 범봉

1969년 한국산악회 해외원정훈련대의 10동지 조난 사고 후, 당시 설악(雪嶽) 산악회장이던
이 기섭(李 基燮) 박사와 설악산(雪嶽山) 개발위원회가 하늘 나라의 꽃처럼 피어 오른 곳이란
뜻으로 천화대(天花臺)라고 이름지었다.



:::1275봉을 오른 4사람

11:43
뒤쪽 멀리 대청과 중청이 굽어보고 좌측 용아장성도 붉게 물들었다.





11:49~13:08
멀미가 날 정도를 로데오를 즐긴다.이젠 그만하고 싶은 심정이다.다리는 아파오고 나한은 아직 나를
마중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즈음 드디어 나한 한분이 고개를 내민다.羅漢이시여! 반갑습니다.
전 永漢입니다.^^





13:09~22
나한봉에 올라서니 단풍은 더욱 붉게 붉게 화장하고 모든 애교를 총동원해서 나를 유혹하지만
이제 더 속지는 않으리라.





13:26
석가세존이 뭘 좀 깨달았느냐고 묻는 듯 하다.색즉시공입니다.



13:40
드디어 마등령이다.이젠 정말 야생마 보다는 길들여진 말안장에 앉고 싶다.
독수리 한마리가 내가 죽은 척하면 바로 달려들 모습으로 앉아있고 뒤로 한분의 나한이 12나한으로
변해서 조금만 더가면 세존을 알현할수있다고 조금만 더 고생하란다.




:::마등령 독수리와 마등령에서 본 나한봉

14:01
마등령에서 천불동방향으로 내려보니 외설악 진면목이 여기 다 모여있다.이곳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이 보다 더 좋은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이 있을까?


:::설악골과 천화대 암릉


14:00
아픈 다리를 옮겨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飛仙臺)-김 창흡(金 昌翕)

「경대(瓊臺)같은 맑은 물을 굽어 보니
부채같은 청봉(靑峰)이 그곳에 펼쳐졌네.
이곳이 생길 때 묘리(妙理)를 갖추었던가?
그 세(勢) 어찌하여 이리도 기장(奇壯)한가!」

(瓊臺府金潭
石扇排靑峰
融時備衆妙
豈惟勢奇壯)

14:10
설악산 머루로 빚은 머루주와 오징어에 고추장을 듬뿍발라 바베큐한 와일드 쿠킹요리를 안주삼아
오늘의 하산주를 즐긴다.이 맛을 누가아랴...이젠 깨달음 보다는 속세의 즐거움을 탐닉하련다.

오늘 기분 좋은데 땡초의 리메이크 자작시 한수...

하루하루 전쟁같은 삶으로 속이 타고
산중사람 산을 타고
해변사람 배를 타고
설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게타고

땡초는 산도 배도 아니 타고
세상의 배를 빌려타고
머루주 술 한잔에 공룡 등을 타고
붉게 물든 얼굴도 함께 타네


P/S
결국 초심자 한분이 늦어 부산 집에 오니 새벽 3시였습니다.무박3일이 되어버렸군요.
앞으로 13시간 산행이라고 알려줍시다.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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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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