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산▲작지만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멋진 산

- 언제 : 2005.6.25(토) 08:00~21:30
- 얼마나: 11:04~16:40(5시간 40분)
- 날 씨 : 맑음,염천,36도
- 몇명:85명
- 어떻게 :부산 동백산악회 따라서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
↘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 개인산행횟수ː 2005-25 [W산행기록-118/P산행기록-260/T607]
- 테마: 풍류산행,계곡산행,오지산행
- 산높이ː팔각산 8봉 628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한국의 이미지는 Grace Korea이다.그레이스라는 말에 여러가지 뜻이 내포되어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멋지다는 것이다.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역동적(dynamic)이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그래서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표현도 자주 접한다.

왜 그럴까?

한국은 이탈리아와 비슷한 반도국가이다.누구는 호랑이 처럼 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토끼처럼 생겼다고 한다.그것은 대륙을 보지 않고 반도를 섬처럼 본 곳에 불과하다.크게 보면 대륙에서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 모습이다.

풍수적 표현방법으로 말한다면 "남성 성기 돌출형(男性性器突出形)"이다.쉽게 말해서 거시기같이 생긴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아무곳이나 찌르면 피가나는 血이 뭉친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그래서 그런지 역동적이라고 표현되는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말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혈(血)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가장 돌출된 곳 중의 하나가 부산이다.귀두에 해당되고 중간으로 오줌 물줄기가 내리 듯 낙동강이 흐른다.그래서 그런지 부산의 캐치프레이저도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이다.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해석이 그럴 듯하지 않은가?

血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위험하다는 의미도 된다.주변 강대국 사이에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있지만,우리나라는 남성처럼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문제가 커지는 곳이다.

여하튼 한국은 전체가 명당자리이며 정말 멋진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8,000M 거봉을 등정한 생존한 산악인 3명이 있다는 경이로운 사실도 이해되고 ,그렇게 많은 믿음의 전당(사찰,교회,성당,서원,도당)이 공존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고,각종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한국은 갑목(甲木)의 나라이다.극동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지역이기 때문에 봄을 의미하는 갑(甲)의 나라이며,위로 크게 자란다는 의미의 목(木)의 나라이다.

그러나 위치뿐 아니라 생김새도 발기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위로 솟구치는 정열이 가득한 나라의 형상을 하고 있다.한국은 너무나 멋진 것들이 많아서 멋진 것이 평범한 나라이다.

어떤 나라가 붉은 악마의 장중한 함성을 불기둥처럼 위로 울려본 적이 있나? 어떤 나라가 인터넷처럼 빠르게 정신문화가 확산되는 나라가 있나?

그레이스 코리아(Grace Korea)!. 이와 같이 작지만 아주 역동적인 팔각산을 다녀왔다.한마디로 멋진 산이다.이곳을 태극기 중간의 S자 형태의 산길을 걷고 왔다.위로 쭉쭉 뻗은 1봉에서 8봉으로 이어지는 陽의 극치를 36도 염천에서 현기증 나는 열락을 맛보았으며, 하산길엔 陰의 극치인 깊은 산성골 계곡의 비경도 경험한 산행이었다.

산과 계곡의 사이를 이어주는 능선길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으로 자연 삼림욕을 경험하는 평화까지 맛보았으니 이렇게 모든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산이며,오르내림의 극치를 맛보는 무극의 경지를 태극의 걸음걸이로 다녀올수 있는 그레이스 코리아 마운틴! 그곳이 팔각산 산행이다.




08:00~11:04
오늘은 하산주가 푸짐한 부산의 동백산악회를 찾았다.한산주가 푸짐하며, 집행진의 성의가 감천을 했는지
이런 무더위 염천길에,그래서 비수기일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산악회 차량 2대가 출발한다.


포항이 낮 최고온도 37도라고 하는데,포항에서 가까운 곳인 영덕에 도착해서 온도계를 보니 36도이다.
이미 땅의 기운은 무(戊)이지만 하늘의 기운은 찌는 기(己)를 보내고 있다.


산행들머리는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이다.이곳에서 산쪽으로 직진하여 돌계단을 오르면
팔각산 8봉 정상너머 주능선의 갈림길로 오를 수 있고,약간 우측 계곡쪽으로 오르면 108 철계단이 보인다.108 철계단,
시작부터 만만찮은 각도로 오르는데 무더위와 맞물려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나고 몸에서는 분수쑈를 펼친다.



11:36~39
철계단을 오른 후 능선길로 접어들어 연신 얼음물을 들이키며 몸의 온도를 낮추어보려고 하지만 시원함은 잠시뿐이다.
발아래 도전리 마을 민가의 모습이 뚜렷해서 이산은 중간과정 생략하고 바로 땅에서 하늘로 솟은 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1봉이 나타나는데,지금 부터 가야 할 8봉까지의 연봉들이 주눅들게 한다.




12:19~35
위를 보니 3봉에서 4봉으로 이어지는 연봉들의 오르내림 출렁임이 역동적이고,막상 4봉에 올라서 보니 지나 온
1,2봉과 그 우측 옥계계곡의 모습이 발아래로 이어진다.




12:40
정말 덥다.그래서 그런지 정말 머리가 아파오고 현기증이 난다.온도는 36도이지만 바위는 불볕더위에 달구어져
바위를 잡고 산을 오를땐 바위의 뜨거움이 전해져서 더 덥다.아마 달구어진 지열때문에 이곳 온도는 40도를 넘는
느낌이다.


만사가 귀찮아져서 배낭을 발아래 옥계계곡으로 던져 버리고 싶다.이럴땐 배낭을 던져 버릴게 아니라 힘들다는
생각과 덥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옳은 생각이지만 생각과 몸은 분명 따로 느끼고 있다.그럴 즈음 분명하지는
않지만 4봉에 올랐던 것 같다.그기서 위대한 소나무 한그루를 만났다.


그 뜨거운 지열을 내 뿜는 바위에 소나무 두그루가 있는데,그 뜨거운 지열에 타버린 건지 우측의 소나무는
죽어가고 있었다.그런데 그모습이 너무 존경스럽다.


불가에서 고승들이 참선한채로 입적하는 것을 좌탈입망(坐脫立亡)이라고 하며 가부좌 상태로 입관하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본 관의 모습이 아니라 바닥이 좁고 높이가 긴 관을 특별제작해야한다.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내가 본 이 소나무는 고구려 무용총의 무희들의 손동작을 하고 있었다.물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왼쪽은 잔가지가 없고 우측으로 가지들이 몰려있는 이유이지만 무더위에 지쳐 현기증마저 나는 내눈에는 그것이
춤을 추는 것으로 보였다.


춤을 추는 동작을 하며 죽었으니 이는 좌탈입망의 경지를 넘어섰고,또한 입탈입망(立脫立亡)의 경지도 넘어
무탈입망(舞脫立亡)의 경지이니 죽음의 경지가 예술의 경지이다.



12:48~52
땀으로 기력을 뺏기어 빤히 보이는 6봉과 7봉,그리고 그넘어 8봉이 신기루처럼 보인다.그 중간에 실타레처럼 놓인
산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인지 지옥으로 가는 길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7봉 소나무 아래에 앉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식사를 한다.준비해온 먹거리의 1/3만 먹었다.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어져 버렸다.그래도 한숟갈 했다고 힘이 난다.




12:54~13:39
뒤돌아보니 3~5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쯤되니 미생이전(未生以前)의 자유가 느껴진다.이것은 상대적인
지식이 생기기 전의 절대경지이니 현재 내가 힘들다거나 덥다는 인식 이전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눈내리는 추위도 덥디더운 염천 하늘도 아랑곳 없이 그저 묵묵히 서 있는 내 눈앞의 산을 느끼는 순간 나의 직업
속성상 산행 마저 증상(證上)의 수(修)가 된다.


나에게 있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시세이다.그리고 그 시세의 위험을 기회로 삼는 직업인 나로선 세가지
관점에서 수업을 하는데 그것은 지적으로 아는 것과 신앙적으로 믿는 것과 그것을 사념하는 것들을 공부하지만,
아직 수련이 부족한지 깨달음이 부족한지 원래 모두 다른 것이지만 항상 다르게 느껴진다.


지적으로 알아도 신앙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신앙적으로 믿고 있어도 그것을 지적으로 모르는 사람도 있다.
지적으로 알고 동시에 신앙적으로 믿으면서도 여전히 그 사람에게서 불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사념(捨念)이 부족한 때문이다.


힘들고 덥다는 생각은 바로 사념의 단계까지는 못 이르렀다는 의미일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을까?
아픔이 없어져 버렸다.오기라면 진정한 사념(捨念)-생각을 버리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 덕분에 쉽게 정상에 선다.
팔각산의 8봉인 정상은 陽의 오르가즘의 끝이며 분출이니 이제부턴 식힐 차례이다.




14:42~15:07
정상에서 잠시 내려오는가 싶더니 바로 주능선의 밋밋한 능선길을 걷는다.숲이 울창해서 자연적으로 삼림욕이 된다.
이미 생수는 바닥이 나고 혼자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는 느낌마저 못느끼며 이미 더위도 잊은채로 사진도 찍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으며 구름을 넘듯이 걷는다.


한순간 송진채취 흔적이 뚜렷한 굵고 키 큰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흔적이란 이런 것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은
6.25동란이 일어난 날 아닌가? 내가 느끼는 6.25는 6.25사변도 아니고 한국전쟁도 아니고 6.25동란이다.사변(事變)은
사건의 느낌이 강하고,한국전쟁이라는 것은 제3자가 본 느낌이다.교육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나에겐
동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부산에서 영덕으로 오는 버스내의 TV로 본 연천 총기난사 희생 장병 합동영결식의 모습도 오버랩된다.이럴땐 거시기
같은 나라에 거시기 같은 놈들도 있다는 생각도 드니 김동민 일병의 동란도 그런것이다.이런 것에 염증을 느낀 것일까?
능선길이 끝이나고 산길을 따라 내려 산성골에 접어드니 독가촌 초가집 민가에 검게 탄 중늙은이가 툇마루에 한낮의
오후를 즐기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살고 있다.




15:09
계곡의 샘에서 시원한 물을 들이키고 머리에 찬물을 얹고 윗옷은 여벌 옷으로 갈아입지만 입은지 10분도 채 안되어
땀이 스폰지에 물 스며들듯이 옷으로 물방울 무늬를 만들며 배여든다.대나무 터널을 지나 한고개 넘어서니
아! 이곳이 산성골인가?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다는 직감이 든다.



15:36~39
산성골은 점점 깊어지며 비경을 연출한다.부처손 이끼 가득한 암벽 아래로 흘러내리는 암반계류에서 발더위도
좀 식히는 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조금 더 진행하니 이 만한 암반계류도 드문데.....멋진곳들이 이어진다.




15:52~56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30CM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가 탄성을 자아내고
계곡 좌우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가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초록빛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이제 1급수 수위가
무너지며 약간은 오염된 모습이 비친다.





15:59~16:39
독립문(개선문) 바위를 지나 좀더 계곡산행이 이어지더니 검게 익은 오디와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보이고 몇개의
작은 다리를 지나,사람의 흔적인 밭들이 나오고,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나오니 오늘의 산행이 마감된다.






원감교 다리를 지나기 전 갈증해소를 위해 가게에서 시원한 탄산음료 한병을 사서 통째로 마시고 나니
진정 시원한 느낌을 가지려면 진정 뜨거워진 다음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 한국에 태어 난 이상 거시기 나라의 거시기 같은 놈이 되지 말고,한국의 진정한 일원이 되어
정말 멋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우리는 진정 위대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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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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