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서쪽 산자락 바위군에 숨겨진 마애불을 찾아서

- 언제 : 2005.7.17(일) 12:00~17:00
- 얼마나: 12:30~16:30(4시간)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명:홀로
- 어떻게 :지하철 이용하여 호포역으로
▷호포지하철역↗지하도로↗금호사↗가산소류지↗임도↗고당봉↘마애여래입상↘호포역
- 개인산행횟수ː 2005-27 [W산행기록-120/P산행기록-262/T608]
- 테마: 근교산행,문화유산답사,계곡등반
- 산높이ː고당봉 801.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장마철이라서 변덕심한 날씨때문에 쉽게 예약하고 멀리 떠나질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전일 부친의 고희연 때문에 멀리 갈수도 없었다.

게다가 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최근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일들이 겹쳐 있었다.피한다고 없어질 성격의 고민이 아닐바에야 초심으로 돌아가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해답을 찾아야 했다.

하나는 업무적 리스크를 유효적절하게 대처 할 방안이 필요했고,다른 하나는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태어난 생년월일 사주간지에 木만 3개여서 그런지 성격상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부분은 좀처럼 굽히지 못한다는 점인데 이는 나의 직업인 영업과는 상극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쟁점에 들어가면 인간관계까지 포기할 정도로 집요한 나의 올곧음은 맑은 물에 물고기가 없다는 평범한 사실까지 들먹일 필요없이 나의 장,단점의 근원적인 문제가 된 것 같다.

이번에도 성격적으로 문제의 출발점이 된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좀더 유연해질수도 있는 것이었는데,스스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넘어 거의 나의 신념과 닿아있어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그러다보니 나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컸다.

산행 출입금지지역,산행 제한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나의 극소수 이상(理想)은 다른분들의 금지,제한지역에 들어가 비경을 볼 수 있다는 아주 견고한 대다수 산꾼들의 현실(現實) 앞에서 보기좋게 추락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그분들은 그 분 나름의 이유와 선택이 있고 나에겐 나의 선택이 있을 뿐............................

이 두가지 고민스런 화두를 안고 금정산 서쪽 산자락을 훓으며 한낮에 마애불을 찾아가는 길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좋은 사색산행이었다.






12:00~12:34
근교산행의 장점은 한낮에 출발해도 좋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아서 좋다는 점
이다.
주례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호선 종점인 호포역에서 하차한다.


산쪽 지하도로를 통과하며 맞이하는 눈부신 오후의 햇살은 신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느껴진다.



12:44~13:03
지하도로를 통과한 후 길을 따라 오르다 아래방향을 돌아보니 호포지하철기지창이 우주정거장처럼 인공의 느낌이 강한데 그 너머 낙동강은 본류와 양산천으로 나누어지는 물줄기가 뚜렷하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한낮의 더운 햇살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얼마 오르지 않아 땀으로 옷이 축축히 젖는다.길이 우측으로 완만하게 휘어진 후 두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은 호포새마을이고 좌측은
금호사라는 사당이
나타난다.전면을 천막으로 가려놓아 보수 중인것 같다.

금호사(琴湖祠)는 조선 순조 10년(1810)에 임진왜란 공신이었던 이계생(李季生)의 넋을 추모하기
위하여
연안 이씨 문중에서 사당을 지었는데 훼손되고 가묘(家廟)로 남아있다.


금호사를 지나자마자 바로 좌측 산길로 들어서니 이제 나무 그늘로 피 할 수 있어서 좋은데 완만한
경사도에
푹신한 흙길이라서 더 좋다.




13:27~53
계곡등반의 장점은 계곡을 끼고 큰 나무 숲속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가산리 상수도보호지역이라서
물빛까지 맑아서
좋지만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한 공기는 더욱 날씨를 후덥지근하게 만들고
산길마저 장마철이라 미끄러워 성가신
측면도 있다.


이곳은 금정산 동쪽자락과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손때가 덜 묻어 원시적 풍광을
보여주는데 생각하며
걷기엔 안성마춤이다.생각이 깊어지다보니 어떤때는 내가 걷고 있다는
느낌마저 잊어버리니 당연히 운행속도는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사실 혼자 오르다보니 빨리
올라야 할 이유도 없고.....사람의 모습이 별로 없어 산죽길은 길마저
흐릿하게 만드는데
점차 위로 오를수록 바위가 많이 눈에 띄인다.






14:07~14:44
키큰 소나무 숲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뭔가 엄숙한 기운이 감돈다고 느낄 즈음 고당봉이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당봉은 사람으로 치면 머리 뒤쪽 같다는 생각이 든다.즉, 고당봉은
양산방향보다는 부산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주능선을 따라 철탑을 2개 지나면서 보이는 산의 모습은 온통 바위로 가득차 있다.
이곳에 이런 비경이 있을 줄 미처
몰랐다.저멀리 낙동강이 보이고 마애불을 감싸고 있는
하트모양의 바위떼와 거북바위,합장하는 보살바위도 보인다.






14:58~15:09
마애불 주변 바위들의 움장함과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조망은 급경사 하산길에 접어들어서도
눈길을 붙잡는다.


급경사 하산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바퀴 뒤돌아 올라보니 가산리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이
나타난다.
예상한 것 보다 규모가 커지만 다소 형체가 흐릿하여 아쉽다.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에서 북쪽 방향으로는 장군봉과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시원스럽게
열려 있는 곳에서
서쪽산자락으로 급하게 떨어진 이곳에 계신다.


안내문엔 이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능선 위에서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암벽군이 서쪽의 응달진 곳에 기막히게 숨겨져 있는 것이다.
천수백년의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서있는 경남지방유형문화재 제49호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다'


마치 예리한 칼로 무를 썰어 놓은 듯이 직각 암벽에 음각한 이 마애불은 그 높이가 12m,
너비가 2.5m에 이른다.
우리나라 마애불 가운데 충북 법주사의 마애불(높이 13m) 다음 가는 크기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해발 727m의 높은 곳에 자리한 이 마애여래입상은 무엇보다 화려한 조각미가 두드러져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작자나 정확한 연대는 미상이다.
더구나 이 마애불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바람에 씻겨 조각의
마모상태가 극심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또 그동안 너무 오래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방치되어온 것도 마모를 부채질했을 것이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안내 표지판이 세워진 것은 지난
1980년의 일이다.


마애불이 위치한 행정구역이 경남 양산시이다 보니 이를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라고 일컫는다.






16:18~33
마애불 주변 바위군들이 이번 산행의 하일라이트라면 마애불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오늘 산행의
압권이다.
어린이에겐 다소 위험한 구간이다.무척 큰 바위들이 즐비하고 그속을 내려가는 산길은
그 어떤 큰산에서 느끼는
체감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렇게 험로는 임도까지 내려오니 끝이 난다.이후 억새습지가 펼쳐지고 가산소류지가 이어지는데
여기서 낚시하는
강태공은 산중에서 낚시를 하니 연목구어가 완전히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첫 산행출발점인 호포지하철기지창이 보이니 다시 문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은하철도 999가 있을 것
같고,
잠시 전 사색의 화두는 어디론가 달아나고 방탕의 상징인 술생각이 간절하다.








얼큰하고 매운 황태찜에 매실주는 마지막 남은 생각의 찌꺼기까지 씻어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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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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