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성의 밤 - 김영한
바다는
성당의 발목을 적시고
검은 파도는
말없이 하늘 쪽으로 숨을 내쉰다
우리는 삼각대처럼
서로의 흔들림을 붙들고
길고 느린 어둠 앞에 선다
성당의 창문은 꺼진 눈이 아니라
오래된 기도가
아직 식지 않은 자리
한 장 한 장
밤은 셔터 소리도 없이 쌓이고
별들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하늘의 원을 그린다
나는 그 원의 한쪽 끝에 서서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볼과 손끝을 동시에 지나가도
어떤 빛은
멀리서만 더 선명해져
오래 머문 사람의 이름처럼
밤 위에 천천히 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성당은 성당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우리가 찍지 못한 마음까지
조용히 품어 안는다
海浸客衣夜浪昏 (해침객의야랑혼)
墨濤無語寫天痕 (묵도무어사천흔)
同扶三脚搖搖影 (동부삼각요요영)
雙抱餘溫未攝魂 (쌍포여온미섭혼)
- 仙文 金永漢
나그네의 옷이 바닷물이 스며들 정도로 파도가 밀려오는 밤의 파도가 혼란스럽게 일렁이고
검은 파도는 아무 소리 없이 하늘의 흔적을 찍는다.
불안정한 삼각대를 함께 붙잡고 서 있으니, 그 그림자도 덩달아 흔들리고
두 팔로 겨우 남은 체온을 움켜쥐고 있지만, 영혼까지 온전히 붙잡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