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의 마지막 인사 -김영한

붉디붉은 동백꽃
바람 한 줄기에
소리 없이 떨어진다
마치 오래 품었던 말을
끝내 전하지 못한 듯이

촉촉한 이슬 위에
살포시 머문 꽃잎
그 붉음은 아쉬움인가,
아니면 짧은 영광의 흔적인가

누군가의 발길에
살며시 밟혀도
동백은 말이 없다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봄을 맞이한다

오늘도 나는
그 붉은 흔적을 따라
가만히 걸어본다
이별이란,
이토록 아름답고 조용한 것

《冬柏最後之禮》 - 仙文 金永漢

紅紅冬柏花
隨風一縷斜
無聲飄落下
似言終未達
瑩露承輕瓣
殷色是憾耶
抑或榮光霎
雖被行人踏
冬柏默無嘩
落處靜迎華
今吾隨紅跡
徐步思無涯
別離如斯美
寂寂映春霞

 
 
 

홍홍동백화 (紅紅冬柏花) 붉고 붉은 동백꽃
수풍일루사 (隨風一縷斜) 바람에 실려 가닿듯 비스듬히
무성표락하 (無聲飄落下) 소리 없이 흩날려 떨어지네
사언종미달 (似言終未達) 마치 말하려 했던 것마저 전해지지 못한 듯
영로승경판 (瑩露承輕瓣) 맑은 이슬이 가벼운 꽃잎을 받치고
은색시감야 (殷色是憾耶) 짙은 붉음은 아쉬움인가,
억혹영광삽 (抑或榮光霎) 아니면 영광의 순간인가
수피행인답 (雖被行人踏) 비록 행인에게 밟히더라도
동백묵무화 (冬柏默無嘩) 동백꽃은 조용히 소리 내지 않네
락처정영화 (落處靜迎華) 떨어진 자리에서도 고요히 빛을 맞이하네
금오수홍적 (今吾隨紅跡) 이제 나는 그 붉은 자취를 따라
서보사무애 (徐步思無涯) 천천히 걸으며 끝없는 생각에 잠기네
별리여사미 (別離如斯美) 이별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적적영춘하 (寂寂映春霞) 고요히 봄 노을에 비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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