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에 가린 달(폐월산방·蔽月山房)’ 왕수인(王守仁)
산은 가깝고 달은 멀기에 달이 작다고 생각해서
이 산이 저 달보다 크다고들 말하네.
사람이 하늘만큼 큰 안목을 가졌다면
아마도 산은 작고 달은 더욱 장대해 보이리.
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
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便闊.
산근월원각일소
편도차산대어월
약인유안대여천
환견산소월갱활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의 크기와 높낮이는 당사자가 가진 시야의 폭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린아이의 시각에서는 산이 달보다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 상식 밖의 이런 판단을 하는 건 산은 가깝고 달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사람들이 ‘이 산이 저 달보다 크다’고 착각하는 이유를 단순히 물리적 거리에서 찾지 않고, 안목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하늘만큼 큰 시각을 가진 자라면 그 시야가 무한정 넓어서 세상 만물이 다 그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인간은 편협과 무지를 극복하고 보다 정확하게 사물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 왕수인(王守仁·1472∼1528)
왕수인은 양명학(陽明學)의 비조(鼻祖)답게 본명보다는 양명이라는 호로 더 유명한 인물. 앎은 실천의 출발점이요, 실천은 곧 앎의 완성임을 강조한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주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