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바다를 본 사람은 물이라 말하기 어렵다.

- 언제 : 2009.11.29(일) 09:00~16:30
- 얼마나: 2009.11.29 09:15~12:15(3시간)
- 날 씨 : 흐림 후 약간의 비
- 몇 명: 25여명
- 어떻게 : 경남불교대학 18기 도반들과 함께

▷성지곡 어린이대공원 입구-남문-산성마을-땡초집

- 개인산행횟수ː 2009-30[w산행기록-243/T731]
- 테마: 산길 트레일,단합대회
- 호감도ː★★★★



오늘은 불교대학 도반들과 단합성 산행을 하는 날이다.이번에도 예전과 똑같이 금정산이다.금정산에 들지만 산행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그냥 산길걷기 정도에 해당하는 트레일 수준이다.도반들은 대부분 경전반까지 거의 1년반 이상을 함께했기 때문에 그 느낌이 남다르다.

 

맹자에 "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라는 말이 나온다.바다를 본 사람은 물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그 거대함에 압도당한 심정을 표현한 말일 터이지만 내가 불교를 공부하면서 공부를 할 수록 꼭 이와 같은 심정이었다.종교를 떠나 불교라는 그 철학적 사유의 크기가 나를 압도시켰던 것이다.

 

일요법회에 참석을 하지 않고 산행에 나서니 팀장이 사부님의 눈치를 보며 허락을 구했겠지만 아마도 수신세심修身洗心도 공부의 한 방면으로 보아 사부님이 허락을 하셨을 것이다.사실 오늘은 비가 올듯한 차분한 날이어서 먼지도 일지 않고 조용하게 사색을 하면서 산행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누구의 발상(idea)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 금정산 등산로에 순우리말 안내판이 들어섰다고 한다."손살베기"는 경사가 심해 쏜살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쉴참마루"는 조금 쉬어가야 한다는 뜻이며 "해받이골"은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엉금비탈"은 오르막길에는 엉금엉금 기어 간다는 뜻이고 "얼추왔재"는 정상에 다다른 곳이라는데 상당히 정감가는 말이다.



이외에도 「산허리춤」「깔딱거리」「되내리막」「아등바등」「헉헉쉼터」등 이런 예쁜 순우리말이 금정산에서 시도한다는 것이 좋은 것이다.참으로 참신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영어를 쓰면 좀더 고상한 어감이 드는지 점차 하루가 다르게 잠식을 당하는 기분이다.내가 다니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대우증권 범일동지점"이었다.이것이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범일"로 바뀌었다.대우증권 범일 자산관리센터가 아니라 범일 이라는 지명이 맨 뒤로 간 것이다.센터라는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어왔고 어순이 영어식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대우증권 WM class 범일"로 바뀌었다.노골적으로 영어가 들어 온 것이다.우리 회사 뿐 아니라 이미 여러곳에서 부지불식간에 진행되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시점이다.한 마리 제비를 보고 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니냐하지만 사실 한 마리 제비를 보았다면 봄이 멀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이다.곧 수천마리의 제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영어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대적 조류로 보기에는 발상 자체가 두렵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홀히 한다면 누가 아껴 줄 것인가?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면 오히려 외국에서 배울 것이다.최근 구글이 첫화면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처럼....



이번에도 성지곡 어린이 대공원 입구 우측으로 길을 잡았다.고도를 높여나가다
잠시 절에서 후미가 올때까지 휴식을 취하였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개구리보존 습지를 구경하고 산어귀 전망대에서 부산시내를 조망한다.
안개와 구름 때문에 멀리 도심의 빌딩들이 신기루처럼 보인다.


 



남문을 지나 산성마을 땡초집으로 가서 염소고기와 도수 8도의 한국 막걸리의 대표격인
산성막걸리를 마시며 뒤풀이를 가졌다.뒤풀이 중에 밖은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
그러니 술 맛은 더 날 수 밖에....

 

밖에 비가 오니 오늘 모임은 땡초 우주회(雨酒會)가 되었다.
마치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신 것처럼..

 

진실은 아름답지만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고
인생은 비어있으므로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한 이외수씨의 시처럼

비가 내린다.


 

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어지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곳에 꽃을 피우게 한다.

좋은 문화의 비가 위에서 내려오면 좋은데...


 

오늘은 막걸리를 마셔 그런가?
세상으로 다시 내려와 보니 탁우濁雨가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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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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