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광사,약수암)지난 것은 그립고, 다가오는 것은 두렵다.

- 언제 : 2009.12.19(토)
- 얼마나: 2009.12.19 13:00~14:00(1시간)
- 날 씨 : 맑음
- 몇 명: 2명(딸과 함께)
- 어떻게 : 자가용 이용

▷선광사-약수암

- 테마: 문화유산답사
- 호감도ː★★★


 



"所 有 的 一 切 轉 瞬 卽 逝 而 那 逝 去 的 將 令 人 還 念 "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간다.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워지는 것이다."라는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말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세월을 피부로 느끼는 나이가 된 것 같다.

 

2010년 경인년 호랑이해가 무섭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2010년에서 60갑자를 빼면 1950년이다.가장 최근의 경인년은 6.25 한국전쟁이 발생한 무시무시한 해였다.역사는 돌고 도는가?

 

1949년,기축년에 백범 김구선생 정치적 암살로 서거하고 1950년,경인년에 6.25 한국전쟁이 벌어졌는데 60년 뒤인 2009년,기축년에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타살(?) 성격이라고 주장되는 서거가 있었다.그렇다면 2010년,경인년은 어찌 두려워 하지 않겠는가?

 

최근 "2012년"이라는 지구멸망과 관련된 영화가 나와서 2012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다.2012년 12월21일 혹은 22일은 동지로 마야달력에 의한 지구멸망설이 있는 시점이다.2012년은 바로 1592년에 임진왜란이 발생한 그해와 간지가 같은 임진년이다.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2012년 12월20일은 대선이 있는 날인데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선거일이다.이날 자정을 지난 새벽인 12월21일에 대통령이 확정된다.그런데 그날이 바로 마야달력의 동지 혹은 전날이다.동지는 21일 혹은 22일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올해는 22일이 동지이다.

 

송하비결서에 나오는 2010년 경인년 봄의 백호쟁명살이 심상치 않다.산 아래 핏빛이 돈다(山下血光).도시 가운데가 불타고 연기가 오른다(都中焚煙).꺾이고 꺾이고 벗겨지고 벗겨지리라(折折剝剝).무시무시한 단어의 연속이다.


 

이원규 시인의 말처럼 예언은 그저 그 불행의 경계이길 바랄 뿐이다.파파신신破破新新으로 "새롭고 새로운 것을 깨고 또 부순다"는 의미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아픈 과거라도 지나간 것은 그립고,다가오는 것은 항상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먼저 인 것은 단지 나이 탓일까?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부산 사상구의 관광명소를 알아보니 다섯가지가 나온다.
참 보잘 것 없는 문화유적 숫자이다.운수사,약수암,선광사로 사찰이 셋 보이고 이 중 운수사는
다소 이름난 사찰이지만 약수암과 선광사는 생소한 곳이다.그리고 최근의 명소로
부산점자도서관과 사상문화원이 나온다.

 

결국 약수암과 선광사 정도는 만약 가보아서 실망을 하더라도 한번은 가 보아야 할 곳으로
느껴져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차를 몰았다.네비게이션을 이용하여 위치를 찾아가보니
대덕여고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대덕여고는 2008년 승합차 사고로 학생이 세명 죽었고
이후 추락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박모씨는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교통사고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또 다시 충격을 주었던 일이 있었다.

 

차량속도를 10km로 제한하고 있었으며 그것도 해가지면 통제가 되는 곳이다.
대덕여고를 넘어서면 주차를 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오는데 우측으로 가면 선광사이고
좌측으로 가면 약수암이었다.

 

우선 선광사로 향하였다.무속암이라는 굿당 형태의 절집을 지나니 백양산 선광사라는
이정석이 나오고 곧 선광사가 나온다.이곳도 상당히 가파른 곳이다.입구에 다다랐으나
워낙 개짖는 소리가 커서 무안해서 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보통 석가모니부처님 다음으로 출현하실 부처님을 우리는 미륵불이라 부른다.
미륵불의 회상은 그 세계가 용화세계(龍華世界)이다.불가에서는 미륵부처님과 인연을
맺기 위하여 미륵 불공을 드리고 그 공덕으로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나 수행 성불
하기를 바란다.또한 내생에 도솔천 내원궁에 태어나 미륵보살님의 교화를 받고자
염원하기도 한다.



부산 선광사(仙光寺)는 그러한 도솔천 내원궁과 빼닮은 미륵도량으로 백양산 중턱에서
낙동강 하구와 너른 들판을 내려다보며 마치 미륵부처님이 무언의 설법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선광사는 15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조계종 사찰이다.



대덕여고까지 다시 내려와서 이번엔 약수암을 찾는다.약수암을 오르는 산길도 상당히 가파르다.
절입구에 SUV차량이 한 대 주차되어 있었지만 아마도 쉽게 오르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약수암은 대한불교 법화종 소속 사찰이다. 청정한 약수에 부처님 영험 담은 백양산(白楊山)
약수암(藥水庵) 우리네 사찰들은 수많은 오랜 세월 깊은 수림이나 산중턱에 기거해 오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이를 최대한 이용해온 지혜를 터득해 왔다.

 


부산 사상구 약수암(藥水庵)은 사명에서 보듯 약수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찰임이
분명하다. 이미 효험을 본 사람들과 현재 효험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곳 약수는 오래 전부터 사랑 받아왔고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숨은 명소이다.

 



1980년대에 창건했다고 알려진 약수암은 절에서 전해 내려오는 두 분의 영험한 석불이 있는데
석고지장보살좌상과 석조여래좌상이 그것이다. 또 언제나 검정고무신만 신고서 평생 수행에만
일관하다 2005년 입적해 많은 이들의 표상이 됐던 청명(淸明)스님이 여기에서 55년간 주석하면서
사찰을 가꿔온 덕에 약수암은 약수 뿐 아니라 스님의 청정했던 삶으로도 알려진 사찰이다.
그런데 이곳도 개짖는 소리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두곳 모두 관광명소로 소개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곳이었다.꼼꼼히 살펴본다고해도 시간상으로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짖는 소리가 워낙 커서 민망해서라도 그냥 자리를 떠나야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모든 일에 일의 순서가 바뀌거나 주객이 전도되면 슬픈일이 된다.


 

좋아서 껴안고 뽀뽀하면 사랑이지만,돈을 벌기 위해서 하면 매매춘이 되고
자신이 좋아서 산을 오르면 알피니즘을 구가하는 신성한 등산이 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산을 오르면 짐꾼(셀파,포터)이 되는 것처럼....

 

요즘 사찰은 지킬 것이 많은 부자들이어서 개들이 필요하고,
개들은 사찰의 주인행세를 하며 목하 목청을 높이는 득음得音 수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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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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