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항,통도사 부속암자)온 힘을 다해 당당히 역경에 맞서 헤쳐나가는 사람과 함께

-.일시 : 2009.9.22(일) 05:00~15:00
-.날 씨 :흐림
-.몇명: 30여명
-.어떻게:
프리즘 정기출사 동행
▷강양항-감자바우(식당)-통도사-극락암-비로암-반야암-서축암-금수암-자장암-안양암-수도암


 


정모 전일 황악산 산행을 가서 6시간 남짓 걸었는데 그곳은 확실히 부산보다는 위쪽이고 고도도 높아서 제법 추위를 느꼈다.그래서 정모 당일은 강양항이 해안가인지라 옷을 겹쳐 입어 최대한 추위와 바람에 대비했다.집에서 5시에 출발하여 강양항에 도착해보니 구름 때문에 황홀한 일출을 구경하기는 글렀다.

어차피 사진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은 나는 나의 시선에 적합한 장면 몇장면을 찍고 일찍 자리를 뜰 참이었다.그때 전화가 왔다.프리즘 사이트에 강양항 출사가 끝나면 통도사로 간다는 나의 메시지를 보고 김병주님이 전화를 한 것이다.내용은 통도사 출사를 함께 하면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그래서 통도사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강양항에서 출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감자바우 식당에서 북어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공식적인 정기출사는 끝나고 나는 통도사로 향하였다.

 

통도사에서 김병주님을 만났다.김병주님은 2005년 우연한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대수술과 이후 오랜시간을병원 신세를 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재활치료의 방안으로 자주 걷기여행을한다는소식을듣고있었던바이다.

 

막상 만나보니 예전보다 훨씬 날씬해 보였다.한눈에 보아도 엄청나게 걸었던 모양이다.담당 주치의도 놀란다고 한다.몸도 예전 보다는 훨씬 좋아졌다.예전엔 얼굴에 병색이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만나고 보니 얼굴이 약간 구릿빛으로 변해있어 외관상으로도 건강하게 보였다.작년에 국토종단을 한다더니 이번엔 일본열도를 종단한다고 한다.일본은 섬나라로 지도를 보아도 길게 느껴지는 지형을 가지고 있다.일본 등산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내 청춘 산에 걸고"라는 책을 보면 3,000KM가 되는 아마존 강을 뗏목탐험을 하려고 도대체 3,000KM가 얼마나 되는지 몸으로 체험하고 싶어서 일본의 열차길을 따라 마라톤을 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일본의 열도를 따라 이어지는 철도를 이으면대충 3,000KM가 되는 모양이다.

 

김병주님은 분명히 예전보다는 많이 몸 상태가 좋아져 잘 걷지만 그래도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그 발상 부터가 존경스러울 수 밖에 없다.나 또한 산행과 여행을 좋아하는 바이지만 내가하는 산행과 여행의 스타일은 "주유周遊와 완상玩賞"이다.두루 돌아다니면서 유람하는 것과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는 것이 주안점이다.

 

결코 죽기살기로 덤비지 않는 것이다.그것이 풍류산행의 모토다.자연을 보고 그 속의 의미를 찾아 내는 것이지만 나도 평범한 생활인이기 때문에 삶의 여유가 별로 없다.그래서 나의 일정은 빡빡한 편이다.그런모습을보고 체력이 좋은 것 같다고 덕담을 해주는 분도 있지만 나는 내 자신을 분명히 안다.체력이 좋은 것이 아니고 단지 부지런할 뿐이라는 것을...

 

통도사의 암자 중 극락암,비로암,반야암,서축암,금수암,자장암,안양암,수도암 등 8개 암자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천천히 구경하며 즐겼다.나도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관광 가이드처럼 여러 가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며 한번에 그냥 스쳐갈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 스며있는 의미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극락암 앞에는감나무가한그루있었는데감나무의절반은거의고사상태였으며나무는중간이공동이되어흡사다리를벌린듯엉거주춤한모습으로그나무에서떨어져나온죽은삭정이가있고왼쪽무릎에해당하는위치엔 큰 돌마저 박혀있었다.그런 위태위태한 나무인데도 빨간 감을 주렁주렁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목에 가까운 감나무가 몸의 절반에 가까운 상실을 딛고 감을 주렁주렁 매단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 그 또한 엄청남 상실감을 딛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확인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1997년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폴 스톨츠(Paul G.Stoltz)는 역경극복지수(AQ,Adversity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그의 저서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Turning Obstacles into Opportunities)에서장애물을 기회로 분류하며 첫째,힘든 문제나 역경이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포기하는 사람(퀴터·Quitter), 둘째,역경 앞에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상유지 정도로 적당히 안주하는 사람(캠퍼·Camper),셋째,온 힘을 다해 당당히 역경에 맞서 헤처나가는 사람(클라이머·Climber)로 분류하였다.

 

그 중에서도 세번째 클라이머의 주요한 특징은 자신의 역경만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격려하고 북돋우면서 함께 정복한다는 것이다.나는 그동안 역경지수 관련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 오른 클라이머형은이순신 장군이었는데 오늘 "체어맨장군(김병주님의 닉네임)"을 보며 현실에서 또 한번 비범한 분을 보았다.과연 나는 그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면 그와 같았을까? 아마도 은둔하지는 않았을까? 겉으론 대범 한 듯 행동했지만 마음은 주눅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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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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