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신선이 저절로 되는 곳에서 만약 학을 탄 손님이 온다면
- 언제:2022-07-31(일)
- 날씨:비 오고 때때로 소낙비
- 몇명:홀로
▷답사일정( 風輪 ): 왕복 393km
부산-거창 용암정-갈계숲-월성계곡 사선대-부산
태풍 송다의 간접영향으로 전국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비가 오면 더운 온도가 약간이라도 내려 갈 것이고 사진을 찍으면 발색이 잘되어 표현이 진해 질 것이라서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면 계곡의 물이 더해질테니 일단 계곡을 넣어 장소를 생각해보니 거창의 용암정이 떠올랐습니다.용암정이라는 이름은 너무 좋은 명칭인지 전국에 용암정이라는 정자의 이름이 흔합니다.오늘은 그 중 기초가 전체 암반인 거창의 용암정을 찾아갑니다.
용암정에서 쉬면서 정자에 앉아 계곡의 물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겨 볼 생각에 야간운전도 힘들지 않습니다만 약간이라도 피곤함이 몰려오면 쉬어갑니다.거창휴게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수면을 취하고 이른 새벽에 용암정에 도착하여 완전히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음악을 듣습니다.
▷거창 용암정: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용문들길 103-21
용암정은 임석형(林碩馨, 1751~1816)이 조부와 선친을 따라 노닐던 월성계곡 용암에 1801년 (순조1년)에 지은 별서입니다.
용암(鏞巖)은 임석형의 호이기도 합니다.임석형은 학문이 높고 행실이 좋아 후학들을 양성했던 인물이며 용암정 별서에서 보여주듯이 세속을 초월한 취미 덕분에 원학주인(猿鶴主人)으로 불렸습니다.원학동은 용암정의 별칭으로 잔나비(원숭이)와 청학을 상징하는 신선의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용암의 자는 원경(遠卿)이며 스스로 지은 호가 용암이며 영조 신미(1751년)년 북상 갈계리에서 태어났습니다.타고난 자질이 후덕하고 지기(志氣)가 굳었고,효성이 지극하였으며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였기에 친척이나 이웃이 불행이 있을때는 기필코 이를 도왔으며,사랑채에는 언제나 손님들로 가득하였다고 합니다.용암은 호걸의 풍과 탁월한 재주가 있어서 유풍을 진작시키었으며.이름있는 석학들과 종유하면서 가문을 빛냈고 ,용암유집(龍巖遺集)을 남겼습니다.
우선 용암 임석형의 용암정 운(龍巖亭 韻)을 한번 살펴보면 이 용암정을 세운 연유를 알게 됩니다.
太古盤巖闢址庭 태고반암벽지정 經營三世築斯亭 경영삼세축사정
名區水石由天作 명구수석유천작 別界煙霞秘地形 별계연하비지형
兩兩飛鷗眠渚白 양양비구면저백 絲絲叢柳傍欄靑 사사총류방난청
詩人誰識余心樂 시인수식여심락 高臥江山第一扃 고와강산제일경
태고적 반석에 터를 열어 뜨락 삼아 3대를 경영하여 이 정자를 지었네
좋은 자리 물과 돌은 하늘의 솜씨요 별천지 자옥한 안개 신비한 모습이라
쌍쌍이 날던 새는 물가 모래밭에서 졸고 가닥가닥 가늘어진 버들 난간 곁에 푸르다
누가 내 마음의 즐거움을 알랴 제일 강산 빗장하고 높이 누워 있음을
용암정의 용암8경은 성령명월(成領明月), 금원청풍(金猿晴風), 위천야우(渭川夜雨), 농산모연(農山暮煙), 덕유효하(德裕曉霞), 종산부운(鐘山浮雲), 석문노송(石門老松), 황강조일(黃崗調日)인데 오늘은 달,바람,연기,노을,구름,해를 볼 수 없는 비오는 날이니 석문노송(石門老松)의 소나무와 위천야우(渭川夜雨)라는 위천의 밤비 정도이겠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낮비도 운치가 상당합니다.
정자 난간에 앉으니 계곡이 바로 보여 편안하게 관수를 할 수 있습니다.일단 물가로 내려가 봅니다.
너른 바위에 초록빛 이끼가 융단처럼 부드럽게 펼쳐진 사이로 나리꽃이 피어있습니다.군데 군데 비비추와 원추리꽃도 보입니다.그러고 보니 여기는 거창의 북쪽이라서 덕유산과 가까운 곳입니다.남덕유 서상에서 가까운 곳이죠.덕유산의 원추리꽃 군락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그 압도적인 군락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전서로 적힌
청원문(聽猿門:원숭이 소리 듣는 문)
新作高亭又此門 신작고정우차문 起看西嶽憶金猿 기간서악억금원
盤桓惻耳携筇立 반환측이휴공립 時有啼禽靜裡喧 시유제금정리훤
새로 높은 정자 짓고 이 문도 달아 일어나 서산 보니 금원이로다
지팡이 집고 서성이며 귀 기울이니 고요한 가운데 새소리만 시끄럽다네
역시 전서로 적힌 반선헌(伴仙軒 신선을 맞이하는 처마(집))
仙臺上隔龍巖軒 선대상격용암헌 尙憶當年羽化轅 상억당년우화원
此地徜來乘鶴客 차지상래승학객 論詩把酒老林園 논시파주노림원
강선대는 용암헌 위에 멀리 있어도 오히려 당시에 신선된 헌원이 생각나
이 곳에 혹시라도 학 탄 손님 오신다면 시를 논하고 술 마시며 자연에서 늙으리라
역시 전서로 씌여진 환학란(喚鶴欄:학을 부르는 난간)
부를 환(喚) 글자를 보면 우측 위 빛날 환(奐) 글자를 보면 학의 형상으로 글을 전서했습니다.그것을 알아달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부를 환(喚) 글자 우측 아래에 한마리 학을 그려 놓은 디테일이라니....
徘徊南向倚高欄 배회남향의고란 鶴去潭空水自寒 학거담공수자한
聲聞何天今不見 성문하천금불견 呼兒遙指白雲端 호아요지백운단
남쪽을 서성이며 높은 난간에 기대니 학은 가고 못은 비어 물만 절로 차가운데
어느 하늘에서 소리 들릴까 이젠 보이지도 않아 아이를 부르니 멀리 흰구름 끝을 가리키네
(필사)
몇시간 머무르며 망중한을 즐기니 반쯤은 저절로 신선이 된 것 같습니다.
▷갈계숲:경남 거창군 북상면 묵계길 44-4
갈계숲의 본래 이름은 은사(隱士:세상(世上)을 피(避)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의 정원을 이르는 임정(林亭)입니다.임정은 한마디로 "숲과 정자"로 이루어졌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갈계숲에 가보면 소나무,물오리나무,느티나무 들이 즐비한 속에 몇개의 정자들이 보입니다.그 중에 여름꽃 중 가장 흔한 배롱나무 붉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운치를 더합니다.
조선조 명종때 유현 석천 임득번과 그의 아들 효간공 갈천 임훈 등 삼형제와 문인들이 시를 지으며 노닐던 곳으로 숲속에는 가선정,도계정,볍암정의 정자들이 보이고 신도비들도 몇개 보입니다.
일단 주차는 북상초등학교 정문앞의 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북상초등학교는 멀리 소풍을 갈 필요없이 바로 옆의 갈계숲이 있어서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리 하나만 넘으면 말 그대로 별유천지비인간 세상입니다.
숲을 빠져 나오며 뒤를 돌아보니 가선정 뒤로 도계정이 보이고 그 뒤로 병암정은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월성계곡 사선대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산239-2
‘사선대(四仙臺)’라는 명칭은 바위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지어진 것이고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동춘당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이 월성동에 은거했다 하여 송대(宋臺)라고도 불렸고, 주위에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송대(松臺)라고도 부릅니다.
이곳은 최고의 계곡 피서지 답게 사람들이 많고 사선대 아래 사선담 주위로 평상이 놓여있어서 다리위에서 한번 바위를 쳐다보고는 그대로 이곳을 떠납니다.
갈계숲에서 사선대로 가는 도중 바라 본 월성숲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長長夏日
기나긴 여름날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 쏟아져 한번씩 식혀주면 또 좋습니다.
비가 와도 즐길 수 있는 중간중간 나만의 북창삼우(北窓三友:음악,책,커피)와 함께하며 계곡,숲,정자를 배회하는 피서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입니다.
그 금수강산에 어울리는 원림,정자 등이 많아서 좋습니다.
오늘 갈계숲에서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는 증애심(憎愛心)에 대한 글귀를 보았습니다.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히 명백하니라 [통연명백洞然明白]
진영논리를 벗어난 정치감각과
투자를 할때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면
좋은 선택은 명백 해질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도 덤으로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됩니다.
거창(居昌)은 창성하게 살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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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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