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겨울 천문봉에서 생일을 맞고 하룻밤을 자며 걷고 걷고를 다시 생각하다.

 


- 언제 : 2015.2.19  14:20~ 2.22 21:00
- 얼마나: 2015.2.20~2.21
- 날 씨 : 쾌청-폭설과 돌풍-갬-눈-갬
- 몇 명: 14명
- 어떻게 : 산정산악회 동행

▷백두산 2,750M
- 부산 김해공항-연길공항-선봉령-연변 녹원호텔 숙박-북파산문-천문봉-천문산장 숙박-북파산문 도보로 하산-
   연변 녹원호텔 숙박-연변민속박물관-연길공항-부산
- 개인산행횟수:2015.1[W산행기록-273/T761]
- 테마: 출사산행,일몰과 별구경산행
- 호감도 :
★★★★★

 

 

"2015년 설날을 맞아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오후 3시경 김해공항을 갔다.겨울 백두산을 보려고 이미 예약해 놓았기 때문이다.음력1월2일은 나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직장생활 33년차에 접어드니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고 또 걷고"라는 의미가 필요했다.무슨 일이든 의미를 붙이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되었으니 그 "의미"라는 것이 퇴색되고 무의미해지면 억지로라도 찾아야 직성이 풀리니 어찌 도리가 없다.

2005년도 여름에 백두산 산행을 가서 중국령 백두산 종주를 한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10년만에 겨울 백두산을 가는 것은 처음이다.10년만에 가 본 중국은 여러관점에서 많이 달라져 있었다.눈에 띄게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것은 물론이고 입국절차가 상당히 빠르게 처리되는 것을 보고 10년전의 "만만디"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화장실도 예전보다는 훨씬 깨끗해졌다.백두산 천문봉의 천문산장은 다른나라와 비교해도 넓게 잘 지어져 있었다.

 

출발하기 전 백두산의 일기예보를 보니 백두산 첫날은 영하 16도에 눈이 내리고 그 다음날은 날씨가 풀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막상 첫날은 구름한점 없는 쾌청한 날이었으며 밤에는 오리온 대성운의 삼태성마저 볼 수 있었다.그러나 천문산장에서 하룻밤을 자는 사이  푹풍에 가까운 돌풍과 눈발로 인해 화이트아웃(whiteout)현상으로 앞을 볼 수가 없었으며 숨쉬기도 불편하였다.

산의 변덕스런 날씨는 "갓 결혼한 신부의 마음"이라더니 이렇게나 변덕스러울지 몰랐다.그 드라마틱한 환경 속에서 난 "걷고 걷고"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김질 하였다.

프랑스 사회학자 브루통은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했다. 그는 “걷기는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이라고까지 했다.물론 위험한 상황이 아닌 평온한 상태에서의 "걷는 것" 일것이다.

 

세상사 평온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그렇게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은 더 없이 평온하였고 천연덕스럽게 사진을 찍었다.물론 내면의 갈등은 심했다.상황적으로는 혼비백산하는 그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그럼에도 사진을 찍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나’를 찾아 꺼내보는 행선(行禪)이었다.근래 3년동안 산행을 멈추었지만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산행을 했음이 되살아났다.이런 유사한 경험이 몇번 있었기 때문에 더 마음은 평온 했을 것이다.

 

 

2015.2.19 (음력 1월1일)


 

2015년 설날이다.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예쁜 청색봉투에 자녀와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넣어 나눠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곤 오후 2시 반쯤 슬슬 행장을 꾸려 김해공항을 갔다.예전에 백두산을 가려면 심양을 거쳐 연길로 갔지만 
최근 김해공항과 연길 사이 직항로가 열려 바로 연길로 갈 수 있었다.


 

연길공항에서 연변소재 녹원호텔에서 1박 하였다.TV를 보니 연변을 비롯한 길림성 교포들의 민족애를 
엿볼 수 있었는데  "소품"이라는 꽁트의 내용이 "그리운 고향,어머니" 등이 주제를 이루고 있었다.

중국도 오늘은 춘절이니 밤늦게까지 폭죽소리가 들린다.귀신을 쫒고 복을 비는 그들의 풍습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그 엄청난 폭죽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우리나라는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아시아에서 음력 설날을 쇠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 대표적이다.일본은 양력 설을 쇤다.중국과 한국의
경계지대가 백두산이다.

 

 

2015.2.20(음력1월2일)


 

오늘은 천문산장으로 가는 일정이다.한참을 지나 선봉령을 지난다.산행대장은 선봉령(先峰嶺2,670M)은 
예전 TV사극 "대조영"에서 대조영이 발해건국을 앞두고 선봉령만 지나면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고 설명하는데,

아마도 천문령 전투와 헛갈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천문령 전투는 대조영이 당나라 측천무후의 이해고장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다.이때 걸사비우도 죽는다.

여하튼 선봉령을 지나니 곧 화룡이 나오는데 여기서 흰눈을 머리에 인 백두白頭,백두산이 보인다.

 

구름 한점 없는 날에 보는 백두산을 이렇게 또렷하게 보다니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날씨마저 비현실적으로 너무도 포근하다.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저 백두의 모습.
흡사 생일케잌 위에 있는 생크림같은 모습을 보고 오늘이 나의 생일임을 깨닫게 된다.
생일 선물치고는 너무도 큰 케잌이다.대단한 자뻑(?)이지만 분명 대단한 서프라이즈다.


 

 

 

 

북파산문의 모습도 달라졌다.산문입구도 예전보다는 훨씬 웅장해졌다.
중국은 스케일 측면에서 인구가 많다보니 무엇이나 일단 크게 지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고도적응을 위해 먼저 간 곳은 비룡폭포(장백폭포)이다.백두산은 중국에서는 창바이샨(장백산,長白山)
이라고 하며 중국의 10대 명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전엔 이도백하를 지날때는 중국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미인송(금강송)만 눈에 들어왔는데 
수많은 건물들이 지어졌고 또 지어지고 있었다.중국정부에서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느꼈다.



 

 

추운겨울에 보는 노천온천의 김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비룡폭포는 얼어버려 폭포 상단만 약간 보여줄 뿐이었지만

산행대장의 환한 미소가 현재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이번엔 비룡폭포 입구에서 6인승 지프차량으로 환승하고 천문산장에 올랐다.

그런데 6인승 지프차량 뒤에 앉았는데 8km를 천문봉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우측과 좌측으로 방향이 바뀔때마다
차량이 전복될 정도로 급커버를 하는 바람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그래서 천문봉에 오르자마자 산행대장에게 "원래 지프차가 이렇게 급커버로 회전하느냐"고
물어보니 여름엔 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내려갈때는 걸어갔으면 갔지 지프차는 겁나서 못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음도 잠시 바로 천지를 보러 천문봉에 올랐다.

 

그리곤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맑은 천지를 볼 수 있다니..감탄사만 연발하였다.

 

 

 

 

 

 

 

 

천지를 보고자 하는 욕심이 과했던 모양이다.세상에 그라데이션 필터를 천문산장에 두고 올라 온 것이다.
결국 일몰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일출은 그라데이션 필터를 장착하여 제대로 찍기로 마음먹었다.

 

 

 

 

 

일몰 감상 후 천문산장으로 내려왔다.천문산장은 2,600M 고지였는데
백두산 천지를 본 그 흥분된 느낌과 생일이라는 자축의 느낌이 합해져
청도맥주와 38도 연변 증류식소주로 약간 과음하였다.

오가는 말씀 속에 살을 약간 다이어트 할 것과 많이 걸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워낙 많이 들었던 처방(?)이라 식상한 느낌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좋은 조언도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술이 오가는 속에 금연을 선언한 분도 있으니
나 또한 또 다른 다짐이 속을 채우고 있었다.

"걷고 걷고...........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고 또 걸으리라"

천문산장 실내는 바닥에 온돌처럼 열선을 깔아 너무 더워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그래서 밤새 잠을 뒤척였다.

 

"고산증세+고혈압+음주+뜨거운 실내온도"는 나의 몸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산장내에 텐트를 치고 2명이 조를 맞추어 일박을 하였다.
나는 2007년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함께 한분과 산행내내 합숙하였다.


 

 

 

밖을 나와보니 천문봉 위로 오리온 대성운의 삼태성이 보인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밤"이다.


 

풍류는 문사철(文史哲) · 유불선(儒佛仙) · 천문지리인사(天文地理人事)가 주요과목이라면
그 중 천문봉에서 천문을 생각하며 삼태성을 바라본다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2.21

 

새벽 3시쯤 천문산장에서 20여M 떨어져 있는 화장실에 가려고 밖을 나와보니 보슬보슬 눈이 내리고 있다.
일출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되고보니 폭풍설이 몰아친다.순간시속은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이고 맞바람을 받으면
숨쉬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20여M 떨어진 화장실을 한번 갔다오면 모두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한다.
창문에 부딪히는 눈보라는 상상을 초월한다.


 

 

 

 

천문봉과 북파산문까지의 도로는 통제되었고 세찬 바람과 눈 때문에 지프차가 올라 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고립"상황이 되었다.고립...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낸다.

 

오전 내내 산장에서 대기하며 날씨상황을 살폈다.가이드 정용철 총각이 만들어 준 점심식사를 한 후
12시 30분 드디어 도보로 북파산문까지 하산하기로 하였다.느낌적으로는 돌풍이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산장에서 바라클라바를 2만원 주고 구입하여 방한 대비를 보강하였다.

이미 시시각각 흐름을 판단해 본 결과 이미 마음속으로 걸어서 하산이라는 결론을 도달해 있었다.

 

막상 산행대장의 결정에 의해 밖을 나와보니 순간시속이 센  몰아치기 강풍을 맞으면 몸이 휘청거렸고
순간순간 화이트아웃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안경은 체온에 의한 김서림으로 보는 기능은 없어졌고
바람만 약간 막아주는 역할로 바뀌었다.

 

산악도로는 중간중간 도로에 쌓여진 눈 때문에 새롭게 러셀을 해야했다.
출발하기 전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막상 이 상황에 맞딱뜨리고 나니 육체적 힘과 마음의 평온이 더해져
사진까지 찍는 여유가 생겼다.


 

 

 

도로가의 펜스가 없다면 길이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2시간 반 걸려 북파산문에 도착해보니 거짓말같이 바람도 자고 날도 개이고 있었다.
백두산 강풍에 노출되고보니 소백산 칼바람은 찻잔속에 태풍이었다.

 

천문봉 오를때의 지프차 트라우마 때문에 하산할 때는 차라리 걷겠다는 
"마음 속 외침"이 하늘에 닿았는지 이상하게 걸어내려오게 되었다.

 

인간은 기쁨과 슬픔이 흥興과 한恨으로 감정의 기복이 나타나지만 자연은 원래 무심無心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도 교감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용정의 미미사(味美思)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연변의 녹원호텔로 돌아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2015.2.22

 

 

푹 자고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려는데 눈이 내려서 비행기가 연착되는 소식이 들린다.
일단 일정상 두만강을 보려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려고 보니 이미 내린 눈 때문에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진입이 어려웠다.

이미 지난번 백두산 산행에서 두만강은 발원지부터 그 아래 하류까지 본 경험이 있어서
내심 시큰둥했는데  내 마음이 또 하늘에 닿았나 일정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간 곳은 연변민속박물관이었다.국가2급 박물관으로
연변의 선사시대 박물관,혁명박물관,민속박물관을 겸하고 있었다.

 

 



 

특히 나는 민속박물관에서 "출생례出生禮"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임신, 출산에서부터 아기의 출생 3일이 되는 날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례,
7일째 되는 날 초칠(初七), 14일째 되는 날 이칠(二七),
21일째 되는 날 삼칠(三七) 의례와 백일, 돌 예식과정을 순서대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어제 본 삼태성은 고구려에서는 "사람을 낳고 지켜 주는 신장"이라고 여겼다고 하는데
여기서 또 이런 모습을 본다.

 

출생례는 생애 첫 번째 의례이다. 


 

 

 

 

 

이후 쇼핑과 피로회복 마사지를 받고 식사를 하고 나니 거짓말처럼 하늘의 눈은 그치고
반가운 햇살이 비쳐 오후 3시 30분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였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등구역으로 가서 나의 자가용을 수배 후 나의 음악 디바이스를 켜니
절묘하게 들국화의 "걷고 걷고"가 나온다.볼륨을 올린다.

 

 

"꽃이 피고 또 지고 산위로 돌멩이길 지나
아픔은 다시 잊혀지겠지
끝없는 생각들

 

....

 

가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
걷고걷고 또 걷는다
멀리 반짝이는 별지나"

 

내가 걸어온 직장생활 33년의 돌멩이길에 꽃은 몇번 피고 졌을까.
세상사 시큰둥한 시점에 강력한 돌풍을 만났지만

그래도 걷고 또 걷고.....아픔은 생기겠지만 또 잊혀질 것이다.

 

반짝이는 별지나 축복 속에서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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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Posted by 세벗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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