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迦智山▲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닌 이미 깨달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 언제 : 2012.12.22 03:00~12:00
- 얼마나: 2012.12.22 05:00~09:00
- 날 씨 : 맑음
- 몇 명: 2명
- 어떻게 : 여행사진의 모든 것 출사 진행 
▷석남터널-능동산 방향 산줄기
- 개인산행횟수ː 2012-4[w산행기록-271/T759]

- 테마: 출사산행
- 호감도ː★★★★

 

 

금요일 사무실에 있으니 비가 온다.산정엔 눈이 내릴 것이다.그래서 토요일 새벽에 가지산 출사산행을 가기로 하였다.눈은 유혹이며,마음의 더러움을 씻는 의식이다.세상사 피로에 지친 날개깃을 세워 순백의 눈세상으로 간다.

가지산은 첫산이라는 의미가 있고 까치산이라는 의미가 있다.까치의 고어는 "가치"다.부산에 사는 나에게 그곳은 나에게 산행이라는 뭔가라는 의미를 알려준 "첫산"이었다. 

 

18대 대선은 박근혜당선자로 귀결되었다.그동안 나는 국민은 현명하다고 믿었다.민심은 천심이라고 믿었다.우중정치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투표가 끝나고 통계(리서치앤리서치2012.12.11)를 보니 처음엔 내 생각이 틀렸구나하고 느꼈다.MB정부의 정책은 한마디로 기득권자에게는 감세나 규제완화로 날개를 달아주고 서민은 재래상권,동네상권까지 뺏기면서 설자리가 없어져 서민을 더 죽이는 양극화 정책을 폈다.그런데 서민은 이제와서 다시 경제를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에 표를 주었다.이미 인질이 되어 스톡홀름 증후군과 흡사한 심리적인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러니하기만하다.이런 부분에서는 국민이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들의 선택을 생각해보자.대한민국 이래로 습관적인 고성장이 2008년 이후 이미 저성장으로 바뀌었음을 강하게 부정하기라도 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들의 선택은 거룩한 점이 있다.어려운 두번의 선진국 재정위기 국제경제환경에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상대적으로 좋아진 나라는 성장을 중시한 나라라는 점에서 소외되고 힘없는 민초들의 선택은 얼마나 현명한지 알 수가 있다.마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답이다하는 부르짖음 같다.좀더 국가를 위한 대국적인 관점에서 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그렇게 해석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공중파 방송사와 거대 메이저 신문만 보아 세뇌되었다고 믿어야하기 때문에 슬퍼지기 때문이다.


 

*농림 임업 어민: 朴 55.2-文 37.1%
*자영업: 朴 50.2-文 37.1%
*화이트칼라: 朴 32.7-文 53.5%
*블루칼라: 朴 43.1-文 48.1%
*가정주부: 朴 55.6-文 32.3%
*학생: 朴 27.9%-文 57.7%
*무직: 朴 60.4-文 19.3%

월(月) 소득별 지지율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학력별 지지율

*중졸 이하: 朴 63.9-文 23.5%
*고졸 이하: 朴 52.8-文 33.1%
*대재(大在) 이상: 朴 37.4-文 49.6%

 

 

버려야 할 것들이 머리에 꽉찬 느낌이라서 비워야하는 장소로 가지산을 선택하였다.그래서 새롭게 포맷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눈과 산이 만난곳만큼 더러움을 씻을 의식의 장소로 좋은 곳이 있을까? 그것도 첫산의 의미를 가졌다면...산은 육체를 단련시켜주는 주치의이며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스승이라고 믿는 나로선 현명한 선택이었다.

 

 

 

 

산행을 주관한 "여행과 사진의 모든 것" 카페의 매니저의 메시지가 왔다.
급한 일정이 생겨 번개출사를 취소한다는 것이었다.그래서 홀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토요일 새벽 3시 15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결에 전화소리가 들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운전을 하려는 순간 알람이 울린다.그렇다면 나를 깨운 전화는 뭐였지?하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누군가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진해에 계시는 분이
동행을 하겠다는 전화였다.그래서 석남터널입구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의외로 날씨는 바람이 없어서 포근하였다.석남사 이후 터널까지는 약간 얼어있었지만 속도를 줄이니
운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일행을 만나 경사도가 있는 산길을 조금 오르니 둘다 삼각대를 차에 두고 왔다.
그래서 다시 내려와 삼각대를 챙겨 다시 오르는데 옷을 너무 입은 탓인지 발걸음도 무겁고 
머리의 현기증마저 느껴져서  일행만 산 위로 보냈다.다른길은 없고 약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지만
우측으로 기면 외길이며 1시간 30분정도 오르면 되는 길이다.

 

랜턴을 비춰 갈림길에서 나는 능동산 방향 작은 산봉우리 방향으로 잡았다.그곳에서 가지산을
조망해보려는 심산이었다.흐르던 땀이 멈춰지고 진정을 하고 나니 동계 새벽산행이 보여주었던
심장의 고동이 함께 잠잠해지는 느낌이다.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연말 송년회로 몸상태가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그기에 워밍업도 없이 바로 급경사에 붙었으니 내몸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칠만도 했다.
 

고스락이  아닌 작은 봉우리라 조망이 좋지 않다.별이 밝다.괘적을 찍다보니 여명이 밝아온다.
아직 산길 아래 마을은 불빛이 보인다.

 

 

 

 

 

해가 떠오를 자리엔 짙은 Haze가 둘러쳐져있어 일출예상시각보다 늦게 해가 떠오른다.

 

 

 

 

 

눈이 녹아 얼음꽃이 된 곳도 있다.햇볕에 눈이 부신다.흰 외투를 쓴 소나무는 더욱 푸르다.
수피에 묻은 눈이 녹으니 소나무가 흘리는 땀방울이나 눈물같기도 하다.


 

 

 

 

 

 

8부능선 위로 더욱 흰빛을 보이는 가지산의 남동쪽 산릉이 보인다.우측의 쌀바위는 더욱 그 위용을 드러낸다.
가지산은 그 이름에서 한자가 세가지로 "가"자字가 보인다.


절 가伽와 부처이름 가迦를 쓸때는 불교가 흥했을 때 붙은 이름이고 더할 가加가 붙었을 때는 조선중기 이후
배불사상 때문이었다.


 

가지산은 갓뫼의 의미이니 그 뜻은 첫산이라는 의미다.날이 환해지고 가지산쪽의 눈을 보고나니 나도 모르게
그 능선을 오른다.그런데 뭔가 허전하다.능동산 방향 봉우리에 또 삼각대를 두고 온 것이다.

이런걸 보면 아직 제정신을 못차렸다는 걸 깨닫는다.다시 되돌아가 삼각대를 찾은 후 느끼는 감정은 하산하여
석남사를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미 땀도 흘릴만큼 흘렸다.

하산하면서 보니 발 아래 주차한 석남터널 휴게소와 굽이진 도로가 가파름을 알려준다.

 

 

 

 

 

일행이 눈세상인 가지산 정상에 있음을 확인하고 먼저 내려간다고 알려준 뒤

석남사로 향했다.

 

주차하고 석남사로 들어가니 가지산 석남사 한자 현판을 다시 보게된다.
"부처이름 가迦"는 "막을 가"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가지는 부처의 지혜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혜를 막는다는 의미도 된다.
기존의 알음알이를 막고 새롭게 눈을 뜨라는 의미가 느껴진다.

 

석남사는 바위 남쪽에 있는 절이니 그 바위는 아마도 가지산의 쌀바위가 아닐까?
가지산의 예전 이름 중에 석안石眼산이라는 이름이 보인다.쌀바위가 가지산의 눈쯤에 붙어 있으니
어울리는 이름이다.

 

일제시절의 송진채취 흔적이 있는 소나무는 인생사의 흔적같기도 하다.
상처 그대로를 흔적으로 남기며

나는 그래도
이렇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석남사 문화재인 부도밭의 부도보다는 오늘은 그 뒤의 신장처럼 굽이진 나무가 더 눈이 간다.
그러나 승탑군 중에 발군인 지봉당 거기대사탑의 부도는 특이하여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가지산 석남사라는 글귀에 맞는 그림이 보여진다.
특히 오늘은 가지산의 산정이 눈으로 덮혀있어 더욱 경건한 마음이 든다.

 

 

 

 

 

 

 

가지산이 빛나고 석남사가 빛나는 계곡 위 다리에 서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시공을 초월한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흰눈과 노송 그리고 사찰이 어우러지는 이런 모습이 날 이곳으로 이끌었던 모양이다.
이곳에서 보니 산 뒤쪽 우측에 쌀바위가 흰눈을 뒤짚어쓰고 제대로 보인다.

 

 

 

 

수조의 저 가장자리 곡선은 한복을 입고 걸어가는 여성의 치마로 힐끔보이는
버선코를 닮았다.아무렇게나 있지만 보물은 항상 이렇게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또다른 보물인 3층석탑은 대웅전 앞이 아닌 약간 들어간 곳에 있으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냥 크기만 하면 다 좋은 것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우중愚衆을
깨우치게 한다.

 

탑신에 붙어있는 푸른 이끼도 오늘은 탑을 망가뜨리는 식물로 보이지 않고
공생하는 생명체로 보인다.


 

 

 

 

 

 

대웅전 뒤에 뵈는 구유는 수천년 세월의 갈라짐이 더욱 정겹다.

 

 

 

 

 

 

뒤로 돌아 올라야만 보이는 승탑은 탑신에 보이는 신장과 보개의 아름다움이
통일신라시대 작품임을 단번에 알아보게 만든다. 통일신라 말기 팔각원당형 작품으로
탑신부의 신장상과 문비조각,상대석의 양련,중대석의 안상,하대석의 구름무늬는 통일감과
변화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인생사에서 다양한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내가 납득이 되지 않는점도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틀린 것은 아니다.
다름을 인정한다.그래도 뭔가 개운치는 않지만...


석남사 사찰 주변에 보이는 다양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뒤틀리거나
병든 나무들마저 이 숲의 주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 고통을 이겨내면 민초들도 나무처럼 모두 현상을 뛰어넘는 거목이 되듯이

이미 국민들은 깨달아가는 과정의 사람이 아닌
이미 깨달아 있었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저렇게 달라도 함께 공존하는 저 나무들처럼
우리도 이제 다문화사회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느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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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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