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천년 고찰과 상여소리를 떠올리다:환성사와 상엿집 문화유산 기행

 

5월1일 노동절 휴일을 맞아 짧은 문화유산답사를 나섭니다.경산 환성사의 유구한 역사와 3km 근처의 상엿집은 부분적으로·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끌어내는 것으로 두 곳의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탐방을 했습니다.

 

환성사는 요즘 겹벚꽃 명소로 유명한 곳이지만 워낙 사람들이 붐빌 것으로 예상되어 벚꽃엔딩으로 낙화가 이루어지는 시절을 찾아 아주 한가롭게 탐방을 했습니다.

상엿집은 어릴적에는 상여를 자주보았지만 요즘은 3년상이 아닌 3일상으로 바뀌었고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져 그야말로 상여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이제가면 언제오나 허이허이"하던 상엿소리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환성사 가는 길은 오랜 역사와 문화,아름다운 자연,그리고 한시의 영감이 깃든 사찰이었으며 상엿집은 위치자체가 비포장 길을 따라 호젓한 산길 안쪽에 감춰진 폐사지 같은 위치에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일시: 2025-4-30 21:30 ~5-1 15:00
- 날씨: 오전엔 구름이 꾸물한 상태였으나 오후엔 약간의 비를 뿌렸는데 집에 도착할때는 장대비 내림
- 몇명: 홀로

 

▷ 답사일정(風輪) :240km

경산 환성사
경산 상엿집

 

2025.4.30

 

저녁 9시15분에 미국의 1분기 GDP속보치가 발표되었습니다.하루 전날 트럼프는 취임100일을 맞아 온갖 자랑섞인 트윗을 집중적으로 올렸지만 딱 1분기 성적은 - 0.3으로 첫분기 부터 GDP  - 였습니다.아마도 바이든을 소환하여 책임을 떠넘기겠지만...

 

여하튼 덕분에 변동성으로 나스닥선물이 하락해서 짧게 매매하여 수익을 내고 바로 이번 1주간을 마무리했습니다.6주간 23일 연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수익을 내는 방법은 1.수익이 날때 그만 둘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2.손실이 났을때는 분노매매로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여 수익으로 탈출하는 실력이 있어야 하며 3.무엇보다 시세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로 욕심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행장을 챙겨 경산으로 향했습니다.

 

2025.5.1   08:00

 

▷환성사

 

환성사(環城寺)는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팔공산 기슭에 위치한 유서 깊은 불교 사찰입니다. 신라 흥덕왕 10년(835년)에 심지왕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 후기 화재로 소실된 뒤 조선 인조 13년(1635년) 신감대사, 광무 원년(1897년) 긍월대사에 의해 중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환성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로, 경산 지역에서 가장 많은 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입니다.사찰 이름의 ‘환성(環城)’은 사찰이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고리 환(環)’과 ‘성 성(城)’을 붙여 부른 데서 유래했습니다.산들이 성벽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에 위치한 사찰이라는 작명입니다.

 

▷환성사 일주문


 

일주문 앞이 주차장입니다.쉽게 접근가능합니다.첫 인상은 부산 금정산 일주문과 흡사하여 바로 떠올랐지만 4개의 기둥이 대들보와 결구처럼 짜맞춤 공법으로 이어져 있어서 이채로웠습니다.

환성사는 천년고찰이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뭔가 빈 구석이 있어서 사찰의 여백을 준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일주문에 현판이 보이지 않습니다.즉,팔공산 환성사라는 현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2005년 복원했다고 합니다.

 

 

▷환성사 부도밭

 

일주문 뒤 좌측에는 부도전이 보입니다.겹벚꽃들이 바닥에 떨어져 분홍 융단을 깔아놓았습니다. 별다른 안내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총 6기의 부도가 있고, 주로 석종형(stone鐘shape, 종 모양)과 원구형(圓球shape, 투명 모양) 등 조선시대 후기로 보여집니다. 

부도밭은 단순히 승려의 유골을 모신곳을 넘어, 무의 흥망성쇠와 고승들의 수행과 열반, 그리고 불교적 윤회관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늦봄의 겹벚꽃이 흩날리며, 죽음의 공간과 생명의 아름다움이 묘하게 스며들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3기의 비석이 남아 있고, 대표적으로 영조 4년(1728년)에 삼성 '환성사유공비'가 있습니다. 이 비석들은 환성의 참여 사건과 성격, 고승들의 조언이 적혀 있습니다

부도밭 주변에는 탑신석(탑의 몸돌 부분)을 대좌로 삼아 봉안된 석불좌상과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석재들도 있어, 환성사의 긴 역사를 보여줍니다.탑신석이 석불대좌로 용도변경했는데 어찌 이리 잘 어울리는지 감탄했습니다. 

▷환성사 수월관


수월관이 보입니다. 水月觀은 2층 누각으로 이 절집에 없는 사천왕상을 생각해보면 누각 아래가 대웅전으로 가는 입구이므로 사천왕상의 역할도 합니다.

'수월관(水月觀)'이라는 이름은, 환성사 옆에 큰 연못(용연, 龍淵)에 비친 달빛이 매우 아름다워 그렇게 작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수월관이 달빛이 드리운 바람 없는 날에 달빛과 수월관이 함께 연못에 비치는 상상을 해봅니다.오늘은 바람도 제법 세서 잔물결이 일렁거려 수월관의 반영을 찍기도 어렵습니다.

▷환성사 대웅전


대웅전은 조선시대 건축으로, 1971년 보물 제562호로 지정되었고 팔작지붕과 다포 양식이 특징이며, 내부의 불단인 수미단은 목공예적 장식이 뛰어납니다.

삼층석탑과 좌측의 심검당이 보입니다. 

 

▷환성사 대웅전 수미단

대웅전 좌측의 문으로 들어가 먼저 복전함에 보시하고 삼배를 합니다.앞으로도 하는 일이 평안하기를 기원한 후 수미단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수미단은 불교 우주의 심장에 있는 상상의인 수미산(須彌상의 산)을 본떠 만든 산 불 대좌로, 불교가 머무르는 세계의 마음을 상징합니다.

전면 12칸에는 민화풍의 꽃, 나무, 봉황, 가구, 오리, 가릉빈가 등 화려한 동식물과 상서로운 상상 속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하단 12칸에는 구름 속을 헤엄치는 청룡과 황룡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측면 4칸에도 꽃, 동물, 길상문과 함께 가슴이 다른 도깨비 얼굴(귀면)이 새겨져 부처님을 수호하는 의미입니다.

조선시대 소목장(목공예 장인)들의 정성과 예술성이 있는 집약된 생명체로, 불교공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초월의 상서로운 세계, 부처님의 복덕과 극락정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각의 수미단입니다.

 

환성사와 관련된 한시로는 고려 후기의 문인 이규보(李奎報)의 시가 전해집니다. 이 시는 환성사 대웅전 수미단에 새겨진 내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갈라져 음과 양이 생겨나고(二儀剖判有陰陽)
수컷이 암컷 불러 여자가 남자를 따르네(雄或呼雌女逐郞)
돌아온 봉이 황을 찾으니 참으로 다정하고(歸鳳求凰眞眷戀)
외로운 난새 짝을 잃으니 혼자 방황하네(孤鸞失偶却徊徨)
나무에는 연리지 있어 뭇 초목과 다르고(木聞連理殊群卉)
꽃에는 동심초 있어 뭇 풀과는 다르다네(花見同心異衆芳)
닭은 제 짝이 죽으면 다시 배필을 얻고(不有婦夫鷄得匹)
기러기는 형제가 없어도 나란히 날아가네(亦無兄弟雁聯行).”

 

이 시는 삼라만상의 조화와 인연, 사랑, 장수, 다복 등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환성사 심검당

 

심검당은 대웅전 옆에 강당 건물로, 주로 승려들의 강학(講학과)의 공간으로 사용됩니다.

 

▷환성사 주형석조

조선 후기 환성사에서 공납(貢納)용 종이를 만들 때 사용된 제지(製紙)용 수조입니다.옛날엔 제지용 닥나무가 들어 있었겠지만 오늘은 겹벚꽃 잎들이 수조 내 골을 따라 흡사 목걸이처럼 놓여 있습니다.주형석조(舟形石槽)shapestone는 배 모양이라는 의미입니다.

대웅전 우측 깨어진 방형석조를 보았습니다만 아무런 안내글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경산 상엿집

비포장 도로 중간 쯤 넓은 공간에 주차하고 700여M를 걸어 올라갔습니다.제 나이 60대이지만 80대까지 즐기려면 지금 자주 걸어야 합니다.지속적인 학습이 중요하고 취미 활동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혹사하지 않고 "쉼"을 자주 가져야합니다. 이렇게 산길을 걸으면 행선이 되어 따로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성찰의 시간을 저절로 갖게 됩니다. 

이럴땐 한시로 표현해주면 나중에 다시 보아도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나겠죠.

육순계회(六旬誡悔) "예순살에 이르러 삶을 경계하고 뉘우친다 "- 仙文 金永漢 

人生最後機(인생최후기) - 인생 마지막 기회는
六十當珍惜(육십당진석) - 육십 살에 소중히 여길지니
健康如失策(건강여실책) - 건강을 놓친다면
後悔百年戚(후회백년척) - 백 년 후회 쌓이리

財理須早計(재리수조계) - 재물은 일찍 계획하고
人情貴深耕(인정귀심경) - 인정은 깊이 갈아야 하네
學習無止境(학습무지경) - 배움은 끝이 없으니
心閑即勝境(심한즉승경) - 마음 편함이 곧 낙원이라

 

경산 상엿집(慶山 喪輿집)은 전통 장례문화와 마을 공동체의 역사를 유지한 국가민속문화재(중요민속문화재 제266호)로, 경상북도 경산시 무학로 62길162-0(하양읍)에 있습니다. 원래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마을에 있었으나, 2009년 조원경 이사장이 주거해 현재의 위치로 이전·복원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라얼연구소"라는 사단법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내부는 상여와 영여(영혼을 짐은 작은 상여), 방상시 탈, 장례 도구, 부속품 등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나누어 있습니다.뒤쪽에 보니 특이하게 십자가 상여도 보입니다.

일반 상 엿집이 흙벽과 평지 바닥인 데 비해, 경산 상 엿집은 목재 판벽과 자체마루(바닥을 띄운 구조)로 되어 건축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입석송덕 비석은 돌을 세워 공덕을 기린다는 의미입니다.우측에 작은 글씨로 “자자손손 축원발원”글씨가 보입니다.

저는 상여소리는 "이제가면 언제오나 허이허이...북망산천 어쩌구 저쩌구"만 기억에 남습니다만... 

경산에서 구전되는 상엿소리(상여소리) 전문은 다음과 같이 전해집니다.

[출관 후 마당을 돌면서]

나무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 관세음보살

[상여를 매면서]

가남-한보살 / 가남-한보살
어허허 어허허 어이 엊그제까지 지겠던 양반이 북망산천이 웬말이오
보호오-오살/ 가남-한보살
어허허 어허허허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고향산천을 바리고 북망산천으로 나는 간다
보호오-살/ 가남-한보살

[사립문 밖으로 나가면서]

어허널 어허널 어나리 넘자 너화널
못 가것네 내 못 가것네 차마 설우와 어허널
어허널 어허널 어나리 넘자 너화널
올라가네 올라를 간다 준령태산을 어허널
어허널 어허널 어나리 넘자 너화널

[거릿제를 지내러 가면서]

허 어허허 에에야 어허리 넘저 너화널
잘도 허네 다 잘도 허어네 우리나 계원들 어화널
허 어허허 에에야 어허리 넘저 너화널
북망산천이 머다고 허더니 문턱밑이나 어허널
허 어허허 에에야 어허리 넘저 너화널

[거릿제를 지내고 나서 장지로 가면서]

너화 너화 너화 넘자 어이가리 넘자 너화널
동네 어러신들 안냥히들 계시시오 질이 달라서 어허널
너화 너화 너화 넘자 어이가리 넘자 너화널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경치 존디서 어허널
너화 너화 너화 넘자 어이가리 넘자 너화널
곱게 모시소 곱게를 모시소 우리나 유대군들 어허널
너화 너화 너화 넘자 어이가리 넘자 너화널

[산비탈을 올라가면서]

어널 / 어널
밀어라 당거라 / 어널
잘헌다 당거라 / 어널
곱게 모셔라 / 어널
조심 조심 / 어널
다왔다 당거라 / 어널

[흙을 파면서]

어럴럴럴 상사도야 / 어럴럴럴 상사도야
잘도 허네 잘도 허네 / 어럴럴럴 상사도야
우리나 유대군 잘도 허네 / 어럴럴럴 상사도야
한 삽 뜨고 두 삽 뜨고 / 어럴럴럴 상사도야

이 상엿소리는 장례의 각 절차마다 부르는 소리가 다르며, 망자와의 이별의 슬픔과 공동체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못 가것네 내 못 가것네 차마 설우와 어허널"을 보니 씻김굿이 떠오릅니다.씻김굿의 핵심은 망자를 씻기는 굿입니다.당골이 망자를 씻기는 행위는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기 위한 준비입니다.이승에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떠나야 하는 죽은이에게는 이승과의 단절의식이 필요합니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했으니 망자가 이승에 남고 싶어할테니 달래고,남들 다 남아있는데 혼자 가야한다고 하며 가슴아파 할것이니..한풀이 해준다고 약도 들먹이고 한을 담은 고를 힘차게 풀어주고 할말을 해보라고 손대잡아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여를 이동 중에 이 노랫부분이 나오면 상여꾼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누군가 노잣돈을 상여에 매인 새끼줄 사이로 끼워주면 다시 길을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경산의 환성사와 상엿집을 탐방하면서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 마을 공동체의 삶, 전통 건축 예술, 불교문화와 사찰의 역사, 그리고 전통문화의 복제와 전승 다양한 주제를 직접 보고 연관시켜 배울 수 있었으며 메타인지의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를 확실히 깨닿는 시간이었습니다.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