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산)박해받는 산일지라도 고통속에 핀 소나무 꽃은 희기만 한데..

- 일 자 : 2003.6.1
- 산행시간 : 2003.6.1 10:45 ~ 14:45 (4시간)
- 날 씨 : 운무 약간 있지만 근거리는 시야가 확보되는 더운날
- 등반인원:1명
- 산행코스
▷용문사-건강공원-588봉-백양산 정상-어린이대공원 방향-당감배수지-동원초등학교
- 개인산행횟수ː 2003-20회
- 산높이ː 백양산 정상 642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 BGM:[한국곡]조수미/Era - Champions (Korean Version)

10:00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6.25를 겪은 우리로서는 다소 우울한 달이다.
그런데 작년 월드컵을 기회로 온 국민이 함께되는 에너지가 함께 응집
되고 폭발된 달로 기억되게 되었다.전날 한일전마저 승리로 끝나 지난해
의 월드컵을 더 의미있게 만들었다.기분좋게 자고 일어나보니 마음이
약해진다.처음엔 덕유산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발목상태를 안심
할수없어 산악회를 따르지 않고 백양산으로 오르기로 했다.5월에 삼각봉
만 올라서 남겨둔 숙제처럼 백양산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주 천천히
오르고 아주 천천히 내려오기로 마음먹고 신선(?)처럼 유유자적하게
갔다오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발목이 심상찮다.뭔가 "또도독"하는 하는 소리와
함께 아찔한 느낌이 드는데 뭔가 오늘 가기로 내심 결정한 덕유산행에
대해 조심스런 경고를 받은 느낌이다.다행히 미리 예약을 안했기 때문
에 나만 덕유산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하면 된다.

산행준비는 다 되었지만 가까운 백양산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가족들
에게 백양산으로 가자고 꼬시는데 아들은 워드프로세서 3급 시험때문에
동의대에 가야하고 딸은 무조건 가기 싫단다.

나:등산은 건강해지고 날씬해지고 예쁜 꽃도 볼수 있고 좋다.같이가자.
별:그렇지만 다리가 아프잖아요.
나:(어떻게든 데려갈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빠가 가자하면 가는거지...뭐 그리 말이 많으냐?
별:(초등학교 3학면이 되더니 너무나 논리정연하게...)
아빠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뉴스에 나오는 것 못봤어요.
나:알았다.할수 없이 혼자 가야겠네....그럼 엄마랑 배드민턴이나 치면서 집에 있어..

이미 등산준비는 다 되어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훓어보고 가볍게
길을 나선다.아직 발목이 약해서 미리 발목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몇가지
를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우선 보폭을 짧게 할 것.둘째로 길의 왼쪽 가장자리로 걸을 것-왼쪽
가장자리가 길 중간 보다는 높이가 높아서 발목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쏠리게 해서 바깥으로 접질러지는 방지 할 수있다.세째, 왠만하면
되도록 길을 주시하며 잔돌을 피 할 것...물론 보호대(아대)는 착용
하고..

10:54~11:11



산행들머리는 용문사로 정했다.용문사 입구에 핀 왜철쭉이 예쁘다.조금
오르는데 모 문중에서 단합대회를 하는지 솥을 걸어놓고 음식냄새를
풍기는데 다소 언쟎다.차양막을 치고 오늘 이곳을 전세 낸 모양이다.

조금 더 올라가는데 이건 또 무언가?
...
등산객 여러분.등산길 上下行(상하행)때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웃
분들입니다.무표정한 얼굴하지 마시고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지나
갑시다.건강회원 一同
...

좋은 말씀이시다.그런데 건강회 여러분! 그런 기본적인 예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이 몰상식한 건강회원 분들아! 아무리 좋은 내용
일지라도 그걸 양철판에 적어 살아있는 소나무 몸에 그대로 못질을
세곳이나 해 놓냐?부끄럽지도 않는냐? 당신네 건강회원이 하는일이란게
멀쩡한 국유림 밀어내어 허가없이 배드민턴장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무까지 괴롭히냐?몸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도 종 챙겨라!카-ㅋ

하기사 뭐가 나쁜일인지 좋은일인지 구분도 못하는 인간들이 인사라도
잘해야지....기분 같아선 못친 놈 찾아가서 똑 같은 팻말을 그놈 몸에
칠일이다.

12:00~12:55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있는 곳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여전히 부산
시내가 보이며 고느적한 오솔길도 있어 걷기 편하다.능선길을 밟으며
뒤를 돌아보니 멀리 지난번에 올랐던 삼각봉이 보인다.



운무때문에 먼거리에 있는 모습은 어렴풋하게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날씨다.중간 중간 그늘도 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준다.

한낮의 햇살을 피하며 등산을 한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한낮-김용화

눈부신 유월의 하늘

대지의 중심 깊숙이 뿌릴 박고
환희의 절정에서 숨죽이는 나무들

푸른 열매 하나,
우주 밖으로 떨어져나간다

12:57~13:00


588봉이 보이고 588봉을 넘어서니 백양산이 보인다.그런데 임도가 흉터
처럼 지나가고 있고 아래 뭔가가 보인다.

13:04~13:10




내려가보니 애진봉(愛鎭峰)이라는 비석이 있고 임도와 맞물려 온통
산을 정원처럼 꾸며놓았다.이건 또 무슨 짓거리인가?산은 산 그자체로
있을때 가장 좋은것이다.산 아래 쪽도 아닌 정상능선에 이 모습을
어떻게 이해 할 것인가.주위는 철쭉화단으로 꾸며 놓았고 무슨 자랑거리
라도 되는지 만든 경위까지 적어 놓았다.애진봉이라는 의미는 이곳이
행정구역상 부산진구(釜山鎭區)인데 鎭구를 사랑(愛)하는 봉우리라는 뜻
으로 세운 모양이다.인간이 사는 세상에 구역이 있겠지만 산 자체야
무슨 구역이 있겠는가?돌비석 밑에 "부산진 사랑 구민 한마음 동산"
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어느 분 발상인지 군사문화적인 전시행정의 꼴이
재산 30만원밖에 없는 분과 課가 똑같다.

앞에는 또다른 돌로 "여기 큰돌 하나 세워 우리소망 이루리라"라고
되어 있는데 돌 하나 세워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다
세워라...이거 세운 분 제 정신 가?것 맞는지 모르겠다.한마음 동산
옆엔 헬기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높으신 양반이 쉽게 이곳에 오기위해
만든 모양이다.그 옆으로 나 있는 임도는 그 똘마니용이겠고..?

애진봉이 아니란 산 중간을 상처내어 헤~진봉(?)이던가? 아니면 슬프고
잔인한 애잔(哀殘)봉이구나...

13:13

:::소나무 꽃이 성화처럼 이글거린다.

싱그런 소나무 꽃을 뒤로 마지막 힘을 몰아 오르니 발 아래에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보인다.지난 월드컵 첫승을 안겼던 곳이고 아시안
게임의 주경기장이다.지난해 나는 밤에는 월드컵에 환호하고 낮엔 내리
내리는 株價에 비참해서 거의 심적으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보름을
지내다 보니 경제는 공짜가 없음을 절실히 느꼈었다.

13:22



13:23~24
뒤로 돌?릿?여?백양산의 정상이다.주위를 살펴보니 능선은 계속
이어지는데 어린이 대공원 방향으로 내려오기로 정한다.



산-김용호

터-ㄱ 버티고
앉았는 것은
여간해 끄떡 않을
믿음성 있는 자세다

윗머리를
하늘 높이 뻗친 것은
추구의 행방이
어디인가를 알리는
솔직한 신호다

그렇기에 산은
속새들의 지껄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명상은 높아 높아
가을 호수처럼 맑다

13:52
내려오다보니 시원한 나무숲에서 뿜어대는 기분좋은 향과 벤치가 있어
휴식하기 좋다.MP3를 들으며 하늘을 쳐다본다.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즐기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다.

:::10GB의 MP3 IPOD

14:04~14:07
조금 더 내려오니 성터흔적이 있고 소나무의 숲이 좋다.



하산 종착지는 당감배수지인데 온통 산의 발을 허무는 공사가 진행중
이다.대단지 아파트공사가 산 중간까지 이어지는데 정말 큰 공사다.

14:44


산도 산 나름-나태주

산도 산 나름
사람들 사는 마을 가까이 내려와
쪼그려 앉은 산의 꼴은
말씀이 아니시다

저 산의 아랫도리 좀 보아
사람들이 하는 못된
짓거리로 넝마가 되어가는
아랫도리 좀 보라구

게다가 사람들 큰길을 낸다고
허리통을 잘라내어
황토흙 벌겋게 드러내놓고
울고 있는 저 녀석은 또 어쩌구

멀리 물러앉은 할아버지 산이
걱정스레 한 마디 거드신다
내 그러게 뭐라 했드냐! 사람들
가까이 가서는 놀지 말라 일렀거늘.

15:00
나의 뒷산이라는 정감어린 백양산의 참 모습을 보고나니 한잔 안 할수
없다.구민들의 단합도 좋지만 산을 통째로 멍들게 만들면서 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몇사람의 생각으로 밀어 붙일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의 의견을 들어 신중히 결론을 낼 것..

집에서 골뱅이와 막걸리로 하산주를 하며 6월을 맞는다.이제부턴 논리
정연한 딸을 대상으로 협상을 해야겠다.토론 뒤 결론이 나의 뜻과
안맞으면 딸이 좋다고 할때까지 미룰 수밖에....나의 뜻과 맞지 않다고
무력을 행사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단 저녁엔 맛있는 것으로
회유책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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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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