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격자봉▲동백과 해수욕장이 아름다운 孤山의 유적지

- 언제 : 2004.4.3~4.4(무박2일)
- 얼마나:2004.4.4 08:00 ~ 12:00(유적관람 포함 4시간)
- 날 씨 : 맑음
- 몇명: 43명
- 어떻게: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세연정↗동천석실↗↘곡수당↗격자봉↘↗수리봉↘큰길재↘예송리
- 개인산행횟수ː 2004-13
- 산높이ː격자봉 433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가 남아있는 곳이라서 문화유적답사지로 훌륭한 곳이다.해남의 녹우당이라는 좋은 집을 두고 보길도로 들어 온 이유는 고산이 1636년 나이 50세 되던 해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고향인 해남에서 의병을 모집하여 강화도에 이르렀으나 강화도가 이미 함락되고 임금님이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통한 심정을 참지 못하고 세상을 피해 살기 위해 제주도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 곳 보길도의 황원포에서 바람을 피했는데 보길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눌러 살기로 결심하고 산줄기의 모양이 마치 피어오르는 연꽃 모양을 한 골짜기를 발견하고 이 곳에 '낙서재'라는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이 골짜기가 막 피어 오르는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붙인 부용동 골짜기다.이곳에서 시인의 삶을 살았는데 세연정을 비롯한 20개가 넘는 정자를 지었다고 하니 유학을 넘어 도가사상이 느껴지지만 권력있는 양반을 위해 동원된 민초의 눈물도 함께 느껴지는 곳이다.


4.3 11:00
오늘 이 보길도를 아들과 함께 가려고 했으나 감기 몸살로 드러눕는 바람에 혼자 가기로 했다.밤 11시에 떠나는 무박2일 산행을 위해 시민회관으로 가니 처음으로 외국인도 한분 승차하고 있었다.거의 만차에 가까운 인원을 태우고 땅끝마을로 가는데 내 뒤에 계신 연세 높은 노부부의 수다와 부시럭거림에 몇번을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4.4 06:00~16
땅끝마을 나루터(선착장은 원래 일본말로써 아름다운 우리말 나루터를 쓰자!)에서 버스와 사람을 태우고 6시 20분에 보길도 섬으로 향한다.


:::땅끝마을 나루터


:::차와 사람을 태우고...

06:23
선상에서 맞는 일출이 아름답다.



08:05
청별나루에서 버스와 짐을 회수하고 세연정으로 향한다.세연정(洗然亭)은 윤선도가 이곳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워 시를 읊고 자연을 노래한 곳으로 이곳에서는 오우가와 어부사시사가 탄생해 유명한 곳이 되었다.어부사시사를 춘하추동으로 나뉘어 바위에 새겨 세연정 옆에 세워 놓았다.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비친다/배 뛰워라 배 뛰워라/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찌거덩 찌거덩 어야차/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세상의 떼를 씻는다는 곳인 세연지는 개울에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조성되었는데 여기에 5개의 정자를 세운것이 특징이다.이곳 옆엔 보길초등학교가 있는데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세연정 입구 좌판에서 팔던 솔잎소주를 곁들이며 아침부터 한잔한다.대부분 김밥과 솔잎소주를 마시는데 외국인인 "밀러"씨는 빵을 먹고 술은 머리아프다고 사양한다.우리는 밥과 김치를 먹어야 한다면 외국인의 경우 빵과 마실것만 있으면 되니 우리보다는 여행가기가 편한 사람이다.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세연정 (洗然亭)

09:21
버스를 타고 부용리까지 들어간 후 내려 우측 안산에 있는 동천석실로 15분 정도 등산을 해서 오르는데 키큰 동백림 덕분에 햇볕을 막아주어 시원하다.동천석실 (洞天石室)의 동천이라는 뜻은 산천이 두루 경치 좋은 곳이란 의미도 되고, 신선이 사는 곳도 되며, 하늘로 통한다는 뜻도 된다. 석실은 석조로 된 거실임은 물론이지만 산중에 은거하는 방이나 책을 잘 보존해 둔 곳이란 뜻도 된다.하지만 지금의 정자는 한칸짜리로 뒤에 복원되어 석실의 형태가 아니다.이곳 앞 바위위에 서면 부용리와 맞은 편 격자봉이 한눈에 들어오며 조망이 참 아름답다.



10:29
동천석실에서 내려 온 후 곡수당과 낙서재로 향하면서 본격 등산이다.곡수당과 낙서재는 주춧돌과 석벽만 남아있어 주위 산세와 경치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제법 가파른 경사도를 가진 등로는 키는 활엽수림속으로 나 있어 흡사 밀림속에 들어 온 느낌이다.제법 땀이 흐르지만 동백림이 그늘을 만들어주니 다소 덜 힘든다.이곳 동백림은 어느 곳의 동백림과 견주어도 뒤 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이 곳 동백꽃은 빨강빛깔의 홑동백으로 동백나무의 키가 커서 꽃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정상 부근 능선까지 계속 이런 일정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능선에 서면 우측에 격자봉 정상이 있고 좌측에 수리봉이 있어 일단 격자봉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기로 했다.


:::동백림 사이로

10:30~37
격자봉으로 향해가는데 동백림 밀림을 뚫고 섬과 바다가 조망되는 곳이 나온다.컴컴하게 정전된 상태에서 전기불이 들어 오는 듯한 기분좋은 전망이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동백꽃사이로 걷게 된다.이곳은 여름에 와도 등산하기 좋은 코스다.




10:48
드디어 정상에 섯다.여기에서 딸기를 먹고 기념 촬영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온 길로 되돌아간다.


:::격자봉 정상

11:11~14
올라왔던 능선 갈림길을 지나 좀 더 오르니 수리봉이 나타난다.이곳에서 보는 경치도 좋다.발아래 수많은 섬들의 다도해와 예송리마을이 보인다.





11:30
이제 본격하산길이다.한달음에 내려오면 바로 큰길재가 나오고 여기서 우측으로 방향을 돌린다.


:::큰길재 방향으로 하산 중..

11:49
예송리 날머리로 내오면 오늘의 등산은 끝이나고 이제 부턴 다시 관광으로 바뀐다.아름다운 예송리해수욕장에서 하산주를 즐긴다.예송리 해수욕장은 빙둘러쳐진 소나무가 아름답고 특히 몽돌들로만 이루어진 정감가는 곳이었다.이곳에 그냥앉으니 조약돌 찜질방에 앉은 듯 기분이 좋아졌고 이곳의 안주는 자연산 해삼과 전복이다.

밀러씨는 한국인 부인을 둔 한국을 사랑하는 분인데 케니로저스 같이 흰색 수염이 잘 어울리는 58세 할아버지인데 한국말도 곧잘 알아듣는 분이었다.밀러 "할배"라고 불렀더니 아직 손주가 없는지 "not yet"이라고 대답했다.이분은 초고추장과 전복을 잘 드셨고 물컹한 해삼은 별로인것 같았다.마지못해 소주 한잔을 받아 원샷했지만 "코리안 위스키"는 머리가 아파서 당신과 잘 맞지 않은 모양이었다.


:::밀러 할배와 함께

13:24
안주가 좋아 술이 별로 취하지 않는 것 같다.차를 타고 통리해수욕장에 들럿는데 이곳의 모래는 너무 가늘어서 푹신푹신한 발끝 감촉이 좋았다.바다물의 칵테일의 성분 도수를 올리기 위해 바다를 향해 물줄기를 뽑으니 이런 시원한 맛은 남자 아니면 알기 힘들것이다.

14:30
차는 다시 뾰족산을 향했다.정말 아름다운 산이다.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게 잘생긴 산인데 이곳은 오르는 것 보다는 그냥 앉아서 쳐다보기에 좋은 산이었다.그래서 뾰족산이 잘 보이는 가게 툇마루에 앉아 산 한번 쳐다보고 술 한잔하며 혼자서 윤선도 흉내를 내본다.안주는 병어 회로 1만원 술안주라는 것이 믿기질 않을 정도로 푸짐한데 전어 서비스까지 받았다.아무래도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그집 특산물 가게에서 멸치 한푸대까지 사서 돌아왔다.이곳의 인심이 너무 좋다.


:::병어 한접시에 소주 2병이 순식간에...





바다 - 이명석

여름철에 즐겨 마시는 칵테일의 일종.다량의 염분과 플랑크톤,
각종 해초, 물고기 시체,먹다 버린 콜라, 삼년 묵은 때, 선탠오일,
슬며시 흘려 놓은 소변,
원자력 발전소의 핵폐기물, 좌초된 유조선의 기름 등
갖가지 재료를 넣고 뜨거운 직사광선을 가하면서
각종 해류에 섞어 마시면 된다.
너무 많이 마시면 호흡 곤란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지는 데,
이때는 ‘마우스 투 마우스’라는 특수한 키스를 하면 된다.

-이명석의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문화의 백과사전》 중에서



다시 청별나루로 돌아와서 산행대장과 회를 시켜 한잔 더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바람이 불어 모자가 바다로 들어갔다.가장자리로 밀려 온 모자를 회수하고 차내에서 기분좋은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이미 보길도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뒷자리에 이어지는 노부부의 끊임없는 수다때문에 다시 내려 한잔 더 할까?!?! 사천이후 부터 고속도로의 정체때문에 부산에 도착하니 밤 1시 가까이 되어 무박3일이 되어버렸다.여러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보길도...다음엔 가족과 함께 해수욕과 등산을 즐기러 한번 더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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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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