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산▲光年을 달려온 빛이 길에 누운 진달래 꽃잎을 감싸앉는다.

- 언제 : 2005.4.24(일)
- 얼마나: 12:00~15:20(5시간 20분)
- 날 씨 : 맑고 화창한 봄날씨.산정에선 시원한 바람
- 몇명:42
- 어떻게 :부산 들머리산악회 따라서( http://cafe.daum.net/saessak012000 )
▷오소재↗↘↗427봉↘↗↘작천소령↗주작산↘수양관광농원↘수양정류소
- 개인산행횟수ː 2005-17 [W산행기록-110/P산행기록-252/T604]
- 테마:암릉등반산행
- 산높이ː주작산 428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나는 그 동안 해남 인근의 산들을 두루 살펴 보았다.달마산,두륜산,완도의 오봉산,그리고 보길도의 격자봉까지...그때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위압스런 암봉이 연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바로 그산이 주작산과 덕룡산이다.한번은 가보아야 할 숙제 같은 산이었지만 산세의 흐름이 침봉의 연결이어서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그 숙제의 절반을 풀기 위해 부산에서는 제법 원거리인 해남을 다시 찾는다.

주작산은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봉황의 머리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 최고봉으로 우측날개 부분은 해남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이며 좌측날개는 작천소령 북쪽에서 덕룡산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덕룡산은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 우측날개에 해당하는 부분을 산행한다.

연이어지는 암릉의 연속때문에 "이제 그만"이라는 염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암릉은 또 다시 이어진다.멀미가 나도록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좌우측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눈맛과 바위를 타고 내리는 아기자기한 매력에 힘든줄 모르고 진행한 산행이었다.



11:57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남으로 버스를 타고 접어든다.그리 높지 않은 해발의 산들이지만 부드럽게 누르다가
험하게 꺽이는 산세와 푸른 바다,그리고 비산비야의 구릉지 까지 전형적인 한국 산세의 축소판이다.
논과 밭두렁에 곱게 핀 자운영을 바라보며 오소재에 도착하니 정오가 가깝다.






12:17
몇분 지나자 마자 바로 암릉에 맞부딪친다.워밍업을 위해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시작하지만
로프가 매달려 있는 곳에선 정체가 생겨 자동으로 휴식을 취하게 만든다.






12:51
정체를 벗어나보니 벌써 선두는 보이지 않고 산객들이 뛰엄뛰엄 길게 줄을 늘어뜨리고 있다.
가야 할 산길이 예사롭지 않다.






13:00
앞뒤 좌우 멋진 풍광 때문에 자주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수석같은 바위 사이로 진달래 꽃이 장식되어 있는데
암릉의 우측은 바람이 세서 진달래 개체가 더물고 좌측은 암릉이 바람을 막아주어 꽃의 생장이 활발하다.

진행 방향 암릉 뒤로 주작산이 머릴를 내밀고 있다.










13:07
지나온길을 돌아보니 가까이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멀리 두륜산이 점차 멀어지고 있는데
산그리메에 케이블카 시설이 종기처럼 솟아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건만 기어코 강행하는
인간들이 눈치가 없으니....그저 묵묵히 농사짓는 분들의 "눈치도 없는 것들이 사람이가" 하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13:15~6
진행방향 우측을 바라보니 진달래와 해남의 나무인 동백나무가 바위 아래 둥지를 틀고 있고 멀리
해안선을 따라 논들이 초록빛을 발하고 있다.눈을 우측으로 돌려 뒤돌아보니 두륜산의 단애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믿음직스럽다.










13:21
밧줄을 잡고 암릉을 내려가는 사람과 다시 오르는 사람이 연이어지는데 잠시 숨을 돌릴 만 하면
다시 공룡의 등뼈 같은 침봉들이 나타난다.






13:28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난 후 돌아보니 이런 굴곡 많은 삶이라면 부지불식간 한 깨달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3:34
침봉위로 보이는 소나무도 오늘은 벨것같이 예리한 톱날 모습이다.절해고도에 자리를 잡았으니
너의 용장함이 가상하다.






13:36~36
지나온 길이 꽃길과 바위길이니 인생살이와 비슷하다.427봉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고난의 길에 든다.










14:30~54
지금 있는 자리의 해발이 높아서 뒤돌아보니 멀리 두륜산이 뚜렷하고 가까이 지나온 암릉길의 가파름이
공룡의 등을 타고 있음을 느낀다.지나온 길도 만만찮았으나 가야할길은 더욱 가관이다.침봉이 향로불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15:28
이제 암릉길이 끝인가보다 하고 고도에 오르면 산너머 산이라고 다시 서너개의 침봉을 오르고,
서너개의 침봉을 오른 후 이번에는 하면 다시 서너개의 침봉을 오르게 만든다.그러나 변화는 있으니
점차 바위보다는 유순한 등로가 자주보인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한다고 믿으면 속지 않는다고 하더니... 암릉의 끝자락에 온 모양이다.






15:52
이제 주작산의 날개는 끝났으니 목고개를 지나 머리를 따라 우측으로 가야할 지점에서 산악회 선두가 진행방향
표시를 산아래 작천소령 방향으로 해 놓았다.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주위분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산 아래방향이
맞다고 한다.열댓명이 맞다고 우기니 혼자서 따를 수밖에...


산 아래 작천소령에 내려보니 우측으로 꺽는 것이 맞는길이었다.주작산에 와서 주작산을 오르지 못하고 그냥 갈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다.이미 고사리 뜯는 재미에 산행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혼자 다시 되돌아 올라 정상등로로 오르니 뒤따라 오던 후미그룹과 만나게 된다.이정표를 지나고 보니
주작산이 대머리 독수리의 머리같이 유순한 모습을 하고 있다.






16:13~32
임도로 내려 온후 다시 주작산 정상으로 오르면서 지나온 암릉릿지를 바라보니 수많은 오르내림의
이유를 알게 된다.주작산 정상은 변변한 정상석도 없었지만 여기에 정상석을 박는다면 봉황의 눈에
가시를 박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이정표마저 주작이 머리가 가려워 긁었는지
비스듬히 누워있다.










16:44
이제 부터 본격 하산길이다.헬기장에서 무심결 선두를 따라 하산하는데 정면에 있어야 할 팔각정이 좌측에 있다.
또다시 등로이탈을 한 것이다.모두 다시 되돌아 올라 헬기장까지 오른 후 좌측 팔각정 방향 임도로 내려간다.
들머리산악회를 따라 온 이유인가? 들머리는 단번에 찾았는데 날머리는 두번이나 헤매게 되었다.


임도에 있는 이정표 뒤로 난 산길을 따라 내려가니 여태까지는 없었던 키 큰 소나무 숲속으로 길이 나있고,
모산재 같이 멋있는 바위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그 뒤로 아직 가보지 않은 덕룡산이 좌측 날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진달래 꽃 - 자작시

진달래 꽃,

잠시 전에는
같은 가지에 붙어있어도

하나는 달려있고
하나는 떨어졌네




수양관광농원에 다다르기 전에 계곡물이 흐른다.아직은 물이 손이 시릴정도로 차지만 몸의 소금기를 닦아내고
탁족까지 하니 오늘의 피곤함이 다 날아가버린다.


탁족을 끝내고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길에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있다.그렇게 올해의 진달래 꽃은 생명을 다하고
光年을 달려온 빛이 길에 누운 진달래 꽃잎을 감싸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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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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