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미봉,쫓비산▲구불구불 휘어져 올라간 가지 끝에 音標처럼 피어난 꽃망울

- 언제 : 2005.3.27
- 얼마나: 10:45~14:45(4시간)
- 날 씨 : 산행내내 약한 비 내림
- 몇명:30 -
어떻게 :부산 어울림산악회 따라서(http://cafe.daum.net/sssg)
▷관동마을↗반나무단지↗핼기장↘↗안부능선↗갈미봉↘↗전망대↘↗쫓비산↘다사마을
- 개인산행횟수ː 2005-13
- 테마:매화꽃놀이산행
- 산높이ː갈미봉520M,쫓비산537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俗氣라곤 묻어있지 않은 순수의 표상.구불구불 휘어져 올라간 가지 끝에 音標처럼 피어난 꽃망울! 그것은 매화이다. 매화 옛 등걸에 세봄이 오니 맑은 향기 山家에 넘쳐흐른다. 그냥 보아도 20대 여성의 뽀오얀 젖빛 빛깔 같은 피부를 한 얼굴의 매화이지만 오늘은 안개로 볼터치하고 잔잔한 비로 세수까지 했으니 그 아름다움은 보지 않고선 어떻게 표현 할길이 없다.

 

매화에게 물어보지 않고 대충의 시기만 정해서 매화없는 매화축제를 했으니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축제가 끝난 후 뒤늦게 우중에 이제 꽃이 피니 올해 매화의 개화시기는 지각을 한 것이다.덕분에 매화의 진면목을 보며 봄을 느끼니 우중산행의 또 다른 보상이다. 이번 산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섬진강 일원의 갈미봉(520m)~쫓비산(537m) 능선을 찾아나섰다.

 

봄기운을 한껏 머금은 섬진강변과 산아래로부터 자락까지 활짝 피어 있는 매화꽃무리를 보노라니 눈이 부실지경이고 산행의 재미는 모두 매화꽃에 집중되지만 비 오는날의 산행이다보니 운해로 산자락을 휘감으며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니 즐거움이 배가된다. 자욱한 구름과 안개속을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구름속과 구름 위를 유영하며 떠 있는 듯한 기분인데 여기에 활짝 핀 매화와 산능선을 돌아 물줄기가 굽이치는 섬진강을 내려다 보는 것은 이미 나 자신이 진경산수화 그림 속의 신선이 된 것은 아닐까?

 

 

10:46~48

온통 날씨가 심통 많은 시어머니의 구겨진 인상처럼 고약하지만 기온 만큼은 살랑대는 봄바람을 느끼러
짧은 치마 입은 숙녀의 설레임 온도다. 차내에서 비옷을 입고 우장을 걸친 후 차 밖으로 나와보니 비는 간간이 내리고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관동마을의 매화가 탄성을 지르게 한다.

10:53~54

비를 맞으며 매화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데 곧바로 땀이 비옷 안으로 차이니 비옷을 입지 않아도 내 몸의 땀으로
비를 맞는 꼴이다.

11:14~45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사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이미 땅은 비에 젖어 있어 미끄러워 성가신 걸음걸이다.
힘들땐 숨을 고르며 뒤로 돌아보는데 발 아래 섬진강 너머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운해가 볼 만하다.

12:42

갈미봉 정상을 올랐지만 조망은 닫혀있고 조금 더 지나 갈미봉을 뒤돌아보니 구름사이로 정상이 보인다.
섬진강 쪽 운해는 점점 비 때문에 완성되어가던 그림이 구겨지는 느낌이다..

13:26

10여개의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솔솔하지만 점점 비는 목으로 들어와서 내몸을 타고 등산화까지 내려가니
그 질척거림이 성가시다.때묻지 않은 곳을 등산객들이 줄지어 걸어가니 약해진 흙들이 진창으로 변하고 그 진창은
더욱 산길을 미끄럽게 만든다.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땅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쫓비산 정상이다.

14:09~33

운무속의 소나무 숲길은 나무들이 바다 속의 수초처럼 흐느적거리는 환타지를 만들어내고 쫒비산 정상을 지나도
그 흐름은 이어진다.삼거리가 나타나고 여기서 좌측 섬진강 방향으로 길을 돌리니 본격적인 하산길이다.길은 점점 더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왔으나 결국 미끄러져 몸이 허공을 헤맨후 배낭부터 착지하니 진창으로 머드팩 된 꼬락서니가 민망하다.

다사마을에 도착하니 이곳 매화마을의 풍광의 아름다움은 오늘 산행의 압권이다.우선 이곳에서 옷과 배낭에 묻은 흙들을
씻어내고 마을속으로 돌어오는데 매화꽃무리,운해,섬진강,대나무,수많은 장독대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절경이다.

14:34~49

사진을 찍으면 모두 산수화가 되는데 눈이 미치는 매화 끝자락에 섬진강이 보이고 그 뒤로 운해 속 지리산군들이 펼쳐진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산 위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뜰앞에 돌아와 웃음짓고 매화향기 맡으니

봄은 매화가지에 이미 무르익어 있던 것을.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쾱頭雲

歸來笑拈梅花臭

春在枝頭已十分

- 학림옥로(鶴林玉露)》에 기재된 무명의 어떤 비구니의 오도송

 

섬진강을 바라보며 뜨거운 물에 살아있는 장어를 익혀 껍질을 벗기며 먹는 맛이 색다르다.비젖은 몸을 녹이는
이곳에서 마시는 매실차의 따뜻함이 좋고,매실짱아찌의 사각거리며 씹히는 촉감은 봄을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봄을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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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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