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고산▲숨찬 육산(肉山)에서 환상(illusion)을 사랑하는 자연을 만나다.



- 언제 : 2008.1.5(토) 08:00~22:40
- 얼마나: 2008.1.5 12:30~16:30(4시간)
- 날 씨 : 맑음
- 몇명: 45명
- 어떻게 : 부산동백산악회 동행
▷답운치-844봉-893봉-임도-안부-통고산-철쭉군락지-갈림길-임도-금강송군락지-사방댐-심미골-
통고산 자연휴양림

- 개인산행횟수ː 2008-1[W산행기록-180 P산행기록-322/T666]
- 테마: 육산 능선산행
- 산높이:통고산 1,067m
- 호감도ː★★★★


 

우리산을 높이로 보지 않고 산격(山格)을 중시했던 산시인 김장호 교수의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는 에세이집에서 산의 이미지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했다.



'웅산(雄山)은 설레고, 장산(壯山)은 헐떡이고, 육산(肉山)은 숨차고, 악산(惡山)은 어질하며, 고산(高山)은 앙다물려지고, 야산(野山)은 허둥댄다.'

 

다른 말들은 모두 고객가 끄덕여지며 수긍이 되는데 왜 "육산(肉山)은 숨차고"라고 표현했을까 하는 점이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부드러운 육산의 특성 상 쉽게 숨찰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통고산이라는 육산을 다녀왔다.걷기 편한 길이라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 숨을 고르는 사이 일행들은 벌써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쉽고 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걷게 되어 숨차는 결과가 나온것이다.



김장호 교수가 산시인 이전에 산악인이었기 때문에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통고산(通古山 1,067m)은 울진군 서면 쌍전리,삼근리 불영계곡과 왕피천으로 이름난 서면 왕피리를 가르는 능선에 치솟은 산이다.부족국가 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痛哭山)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통고산(通古山)으로 일컫어지고 있다.이곳 통고산 육산은 실직국 왕 때문에라도 숨찼을 것 같다.



통곡산이 통고산으로 이름이 바뀐 연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아마도 처음에는 통곡산으로 불리어졌을 것이다.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 네거티브한 산이름 때문에 누군가 좀더 밝은 이미지의 산이름으로 바꾸자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후대를 위해서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산이름이 예를들어 통곡산,죽음산,무덤산 같이 네거티브하면 괜히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실제 통고산은 아름다운 나무들이 즐비한 1,067M나 되는 큰산으로 인근에서는 무시 못할 높이를 가지고 있다.



통곡(痛哭)을 멋지게 이름을 바꾸어 통고(通古)로 바꾸었으니 얼마나 감각이 있는 이름짓기인가? 한글로는 단지 "곡"의 받침 ㄱ만 빼 버렸지만 통곡이라는 아픔을 "과거를 통해서" 라는 통고로 바꾸었다.이말은 실직국 왕의 통곡 이전부터 산이라는 실체는 있었으니 "통고"라는 말이 뜻하는 늬앙스가 그럴 듯하고,또 한편 다른부족에게 쫓기어 그를 따르던 누군가 죽어서 통곡을 했다면 "죽음,과거,옛날 일"의 의미가 있는 고인(故人)이라는 의미의 故에서 더 밝게 하기 위하여 옛 고(古)자로 한번 더 군더더기를 없애고 포지티브하게 가다듬었을 것이다.



누가 이렇게 이름을 바꾸었는지는 알수 없어도 이름바꾸기 센스가 대단하다.나의 주위에서도 이름바꾸기가 한창이다.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촌스러워서 자신이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학송이는 세진으로,말순이는 효정으로,향춘이는 규빈으로...과거보다는 상당히 세련되어져 어감도 좋다.



내 이름이야 바꿀일이 없지....영한(永漢)...영원한 사나이..그렇게 사나이 답지는 못하지만 사나이다워지려는 노력은 이름 때문이라도 애쓰게 되기 때문이다.

 

 

 

12:18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울진까지 가는 것은 참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등산하는 장소까지
가고 오는 것이 2라면 실제 산행시간은 1의 수준이다.독서용 랜턴을 켜놓고 책 한권을
다읽었는데도 아직 산행들머리에 도착이 안되었다.산행 마치고 돌아갈때는 책 대신
술한잔하고 자야겠다.12시가 넘어서 산행들머리인 답운치에 도착했다.





 

12:27
불영계곡 36번 국도 옆으로 난 답운치는 참으로 운치있는 이름을 가졌다.
구름을 밟는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 고개라서 그런지 이후 산행도 구름을 밟듯
리드미컬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나무숲 속으로 난 길을 걷다보니
일정한 리듬을 느끼게 만든다.



숲이 우거져서 쉽게 조망이 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걷기에는 더 없이 좋은 육산의
부드러움이 카푸치노 만큼이나 사랑스럽다.











 

13:43
다소 조망이 뚫려 나무를 살펴보니 산행대장이 말한 메타쉐콰이어 나무는 없고
낙엽송의 일종인 이깔나무가 역광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예쁘게 반짝거린다.

















 

13:52
오후가 되니 점차 그림자가 길어지고 나무의 눈부심은 더욱 심해진다.그러다 다시 적송이
늠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통고산은 나무만으로도 한상 가득한 진수성찬이다.









14:12
햇살과 나무의 만남,태양내에서 빛이 무려 천만년의 시간을 보낸 후 태양의 지표면을 뚫고
나와 지구에 전달되는 시간은 8분 남짓....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태양빛은 천만년 + 8분의
결과물인데 8분남짓 그 이전에 천만년이라는 긴세월을 그쳐서 이곳 나무에 부딪히며 찬란
하게 산란하며 나의 눈을 황홀로 밀어넣고 있다.



그 순간 나무는 실핏줄에 핏기가 돌 듯이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그 빛에 살아나는
나무는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일어나고 그 빛은 그 사이를 걷는 산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14:22
임도가 나타나는 것을 보아 곧 정상이 나타날 것이다.그런데 일행 중 몇몇은
좌측 임도를 따라가고 몇몇은 직등으로 정상을 향한다.
유유하게 맨뒤에 걸어도 정상은 보고 가야지 싶어 안부를 조금 오르니 통고산
정상의 빗돌이 나타난다.여기까지는 낙동정맥구간이다.



그 뒷면에 통곡산의 연유가 적혀있지만 통곡산이 통고산으로 바뀐 상세한 이유는 없다.




15:17





15:53
통고산 정상이후는 낙동정맥을 벗어나 좌측으로 꺽어 갈림길까지 내려간 후
다시 계곡방향으로 약간 하산을 하면 임도가 재차 나타나고 이후 곧장
심미골로 내려가면 되는데 이곳에 금강송 군락지가 나타난다.



그 우람하고 키 큰 전부를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여기서도 천만년 + 8분의
여행을 달려온 태양빛이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6:30
이후 사방댐이 나타나고 차량통제선이 나타나며 곧 주차장이 나타난다.
국밥과 들쭉술 한잔에 피로를 풀고 오늘 본 매일경제신문사 발행
"MB노믹스"책을 덮는다.



김영삼 대통령시절 "기업과 금융"이 한꺼번에 IMF로 죽고,이후 김대중 시절 "가계"는 카드대란으로 죽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큰 정부를 지향하여 "재정"을 이용했다면,이제는 다시 기업을 몰아칠
차례다.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로 승부를 걸 것이다.



투자를 하면 아직 과실을 딸 수는 없으니 당분간 기업의 유보율은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날 것이니 "통곡"을 하지 않으려면 환상을 보기 이전에 먼저 현실을 살필일이다.

 


자연은 환상(illusion)을 사랑한다.자연은 사람들을 안개로 감싸고 빛을 향해 밀고간다.자연의 환상과 함께 하지 않는 자에게 자연은 폭군과 같은 엄벌을 내린다.그 환상을 받아들이는 자를 마음으로 감싼다.자연을 사랑하는 것만이 자연에게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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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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