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問答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 이식 李植
松問竹 솔이 대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 대가 솔에게 대답했다.
高高易摧折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低頭任風雪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겨울철 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된 날,새벽에 눈을 뜨면, 뒷산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리곤 하였습니다.소나무 가지 가운데 약한 놈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소리였습니다. 소나무는 워낙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잘 부러집니다. 반면에 대나무는, 눈이 내려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눈의 무게로 인해 끝이 땅에 닿도록 휘어져서 골목쪽으로 내려앉으면 그 아래가 터널이 됩니다. 어렸을 때에 이 터널속을 즐겁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말을 빌려, 처세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내지는 고민을 잘 드러낸 한시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속에서 소나무 같은 처신과 대나무 같은 처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이식 李植 / 1584년(선조 17년) ~ 1647년(인조 25년)
조선의 명신.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 시호는 문정(文靖). 본관은 덕수(德水). 좌상(左相) 행(荇)의 현손(玄孫, 5대손). 1610년(광해 2) 문과에 급제, 1617년 선전관이 되었으나 때마침 폐모론(廢母論)이 일어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있다가 인조 반정(1623) 때 이조 좌랑(吏曹佐郎)이 되고, 대사간(大司諫) 때에 여러 실정(失政)을 논박, 수차의 좌천을 겪었다. 1642년(인조 20) 청나라에서는 식이 김상헌(金尙憲) 등과 합심하여 주화(主和)를 배척한다 하여 붙잡아 갔으며, 돌아올 때 다시 의주(義州)에서 구치(拘置)되었으나 탈주해 돌아왔다. 벼슬은 대사헌(大司憲)ㆍ형조 판서ㆍ이조 판서에 이르렀다. 식은 또한 장유(張維)와 더불어 당대 일류의 문장자였으며, 《선조실록(宣祖實錄)》 수정의 일을 전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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