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九井峯四望(등구정봉사망)
; 구정봉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다
기대승(奇大升, 1527~1572)
신영산 옮김
蒼蒼月出山 창창월출산 푸르고 푸르른 저 월출산은
海岸寔高峙 해안식고치 바닷가에 높이높이 솟았구나.
塵蹤阻探歷 진종조탐력 속세에 묻혀 있어 찾아보지 못했더니
歲暮心不已 세모심불이 한 해가 저물도록 잊지를 못했다네.
今來亦何慊 금래역하겸 지금에야 찾아오니 또 무엇이 부족하랴.
一盪胸中滓 일탕흉중재 가슴의 찌꺼기를 모두 씻어 버렸도다.
矯首試俯瞰 교수시부감 머리 들어 잠시나마 저 멀리 바라보니
開豁無依倚 개활무의의 눈앞이 확 트여 거침이 없었구나.
茫茫附地山 망망부지산 망망한 땅 위에 붙어 있는 산이요,
渺渺接天水 묘묘접천수 아득한 하늘에 맞닿은 물이로다.
北極庶可攀 북극서가반 북극성도 거의 손에 만져질 만하고
扶桑想如咫 부상상여지 해 뜯다는 부상도 지척처럼 여겨지네.
巖溜滴成坎 암류적성감 바위에는 물 떨어져 웅덩이가 패여 있고
龍跡亦奇詭 용적역기궤 용이라도 지나간 듯 발자국이 기괴하네.
逈立遡長風 형립소장풍 우뚝이 솟아 올라 긴 바람 거스르며
貳觀元始氣 이관원시기 다시금 태초 때의 기운을 살피는가.
玄機一震蕩 현기일진탕 현묘한 기틀로 한 번 꿈틀 움직이니
融結自有理 융결자유리 풀었다가 다시 묶는 이치가 있었구나.
休將太空中 휴장태공중 하지 마오, 아득히 높고도 먼 하늘과
擬諸微塵裡 의제미진리 자잘한 속세의 티끌과 견주려는 걸.
默識庶得之 묵식서득지 묵묵히 생각하면 거의다 얻겠지만
强揣眞妄矣 강췌진망의 억지로 헤아리면 참으로 망녕이오.
反求心地初 반구심지초 본연의 마음으로 돌이켜 구해보면
妙用亦如是 묘용역여시 신기하고 미묘함이 이와 또한 같으리라.
- 고봉전서(高峯全書)
- 기대승(奇大升, 1527년 12월 21일(음력 11월 18일)~1572년 12월 15일(음력 11월 1일)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이다. 기묘명현인 기준(奇遵)의 조카이며 선산부사 조찬한의 처조부이다.
본관은 행주이며, 자는 명언(明彦), 호는 고봉(高峰)·존재(存齋),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퇴계 이황과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및 이기(理氣) 논쟁을 통해 조선 성리학 수준의 제고에 기여했다. 광주광역시 월봉서원(月峰書院)에 제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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