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비가 잦습니다.연뿌리 연잎을 연대 등으로 불리지만 이를 통칭하여 [연蓮]으로 쓰이지만 유독 연꽃만은 [하荷]라고 하여 연꽃에 대한 다소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雨荷(우하) : 비 오는 날 연꽃
- 졸옹 최해
산초가루 팔백 섬을 쌓아서 놓았는데
천년세월 어리석음 웃음에 비웃고서
그래도 옥을 만들어 구슬 되고 있는지.
貯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綠玉斗
竟日量明珠
저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록옥두
경일량명주
【한자와 어구】
貯 : 쌓다.
椒: 산초, 후추.
八百斛: 팔백 섬(斛-10말). 곧 8천말.
千載: 천 년.
笑: 비웃다.
其愚: 그 어리식음. 곧 곡식을 많이 쌓아두는 일을 뜻함.
如: 그런대로. 이와 같다면.
何: 어찌하여
綠玉: 푸른 옥. 푸른 구슬.
斗: 말.
竟日: 종일.
量: 헤아리다.
明珠: 밝은 구슬.
천년동안이나 그런 어리석은 일 비웃고 있다오(雨荷)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졸옹(拙翁) 최해(崔瀣:1287~1340)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후추를 팔백 섬이나 쌓아놓은 것을 보고는 / 천년동안이나 했던 그런 어리석은 일을 비웃었네 // 그런데 어찌하여 푸른 옥을 말(斗)로 만들어서 / 종일토록 밝은 구슬이 되고 있는지 그 뜻을 모르겠네]라는 시심이다.
당나라 원재元載는 대종 때 재상을 지낸 인물로 그가 죽은 뒤 창고를 뒤져보니 후추가 800곡이나 나와 나라에서 몰수했다는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시인은 흉년이 들어 매점매석과 같은 행위 속에 후추를 많이 쌓아 놓는 일을 빗댄다. 어리석은 후추의 비축을 비웃는다고 했다. 연잎에 모인 물방울이 구슬 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원재의 탐욕과 비교해서 시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비유한 내용의 이면裏面을 보면 비유법의 달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자는 그런대도 어찌 하여 푸른 옥을 말(斗)로 만들어, 종일토록 밝은 구슬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무수한 빗방울이 연잎 위에 떨어진다. 한 참 모였다가 연잎이 묵직해지면 꽃잎이 기우뚱하며 연못 위로 말 구슬이 되어 떨어진 점까지도 빗댔다.
* 졸옹(拙翁) 최해(崔瀣:1287∼1340)
고려 말의 문인이다. 장흥고사에 임명된 뒤 1320년(충숙왕 7) 안축·이연경 등과 함께 원나라의 과거에 응시하였다. 유독 최해만이 급제하여 1321년 요양로개주판관이 되었다가, 5개월 만에 병을 핑계로 하고 귀국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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