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망덕봉거칠지만 순수하고 숨가쁘지만 빼어난 곳.

- 언제 : 2009.10.11 (토) 08:00~21:30
- 얼마나: 2009.10.11 11:30~16:50(5시간 20분)
- 날 씨 : 맑음
- 몇 명: 33명

- 어떻게 : 대정맥산악회 동행

고두실입구-가마봉-망덕봉-얼음골재-어댕이골-용암폭포-상천휴게소
- 개인산행횟수ː 2009-23[w산행기록-236/T725]
- 테마: 단풍산행
- 높이: 望德峰망덕봉 926M
- 가져간 책:
THE ROAD 로드
- 호감도ː★★★★



 

짧은 추석이었지만 2박3일동안 먹고 마시고 자는 단조로운 생활의 3박자는 살찌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나이가 들어가면 기초대사는 줄어들고 여기에 활동마저 느려지면 뱃살을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움직여야만 인간의 실루엣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산행을 단 한주 쉬었을 뿐인데도 이번 산행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금수산은 비단을 수 놓은 듯이 경치가 빼어나다는 의미다.월악산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데,산의 맵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결국 힘든 산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었지만 퇴계이황 선생이 단양군수로 있으면서 이 산의 모습에 반해 새로 금수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하는 그럴듯한 안내가 많이 보인다.그런데 이퇴계의 생몰년대는 1501~1570인데 1481년,즉 성종12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미 금수산 이름으로 기록 된 것으로 보아 잘 못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단양군수를 지낸 이퇴계가 "숨어서 밭갈고 살 만하다."고 했는데 숨어서 살려면 산세가 매몰차게 급박한 형상을 하고 있어야 하며 입구는 좁으나 그 속은 어느 정도 밭 갈고 살 만한 땅이 있어야한다.과연 산행을 해보니 그 말의 진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미 그렇게 생겨먹은 장소는 귀거래사에 성공한 이들의 몫이었지만...

 

이곳의 산세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청풍호반 남한강의 충주호 때문이다.청풍이란 맑은 바람을 일컫는 말인데 충주호의 물기운과 깍아지른 산세와 만나 이루어내는 맑은 바람은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도 으뜸의 위치로 손색이 없다.나의 서화용 낙관인의 두인頭印도 청풍淸風이니 그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 지 느낌으로 잘 알고 있다.바람이 흐르더라도 맑은 바람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이곳은 금수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망덕봉望德峰으로 가는 길은 암골미가 뛰어난 골산이었다.특히 상여바위 위로 망덕봉까지 이어지는 소용아릉의 망덕봉 서릉은 몇 번이나 유격훈련을 하는 듯한 세미클라이밍 코스였다.10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날씨였는데 바람마저 불지 않아 제법 땀을 흘려야했다.추석연휴 다음의 산행에 힘든 코스로 인하여 더 기억에 남는 산행이었지만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천애절벽지대를 릿지하는가 하면 주위로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있어 오랜만에 진수성찬을 대한 듯 호사를 누렸다.이런 절경지 코스를 함께한 대정맥산악회는 2년만에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더욱 반가운 산행이 되었다.

 

 

 

1130~1147
산행들머리 까지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읽은 책은 The Road더로드 였다.
미국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코맥 맥카시의 원숙미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한줄한줄 아름다운 문장들이 이어지는데 책의 절반은 거의 시를 읽는 느낌이었다.
잔혹한 잿빛 세상속에 묵묵히 펼쳐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갑작스런 전 세계적인 지각변동으로 용암바다가 되어버린 아스팔트와
그 위의 잿빛 하늘을 이고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 걸어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을 그려 낸 소설인데 책 앞부분에 곧 영화화 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며,320페이지에 이어지는 절망과 단 한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 말미에 옮긴이의 말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저자인 매카시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매카시는 일흔이 넘었는데 열살이 안된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 아들이 잠든 모습을 보고 50년 후에 혹은 백년 후에 어떻게 될까하고 상상을 하던 중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모든 것들이 다 타버린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분명히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이제 10월 중순인데도 이렇게 덥지 않은가?
아직도 밤에 모기가 설치고 있다.



산행의 출발점은 고두실계곡 입구 능강교였다.표를 받지 않는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우측으로 길이 나 있다.맑은 날씨에 구석구석 빛을 부을 듯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제법 누런 빛의 단풍이 들어가는 모습은
가을의 평화 그 자체이다.

 

1149~1208
돌탑들이 쌓여진 길을 만나는 지점에 우측으로 난 계곡 위 다리를 건너면
이름없는 낡은 절집 같은 기도처가 보인다.점차 경사도를 높여나가지만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산책 코스에 지나지 않는다.

 


1237~1239
고도를 높여나가자 충주호가 보이고 너머에 월악산이 보이고
반대편엔 망덕봉에서 내려오는 또다른 능선과 마주한다.

 


1251~1257
서서히 능선위로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나무들은 흡사 분재같이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고 드디어 길은 암골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1300~1308
두어번 오르내림 뒤엔 록클라이밍 장소 같은 절벽을 올라야 한다.
그런 긴장감도 잠시 바위길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분재같은 소나무의 어울림
을 보노라면 이곳의 아름다움은 금수산의 아름다움을 함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거칠지만 순수하고 숨가쁘지만 빼어난 곳이다
.



저 바위 위에 있는 소나무가 견딜 혹독함은 그대로 아름다움이 된 것이다.


 

1309~1318
이제 부터는 세미클라이밍 수준이다.줄을 잡고 오르고, 높이가 가늠이 안되는
바위 릿지를 통과하고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내려오면 온몸을 수축해야만 통과하는
장애물 코스가 기다린다.그런 장애물과 대하는 사람의 몸은 여러 가지 동작으로
맞추어야한다.좀 심했다고 생각했든지 잠시 휴식의 길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더 힘든 코스로 안내한다.

 


1336~1409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가 나오고 두발은 두말 할 나위없이 두손과 두팔마저 뻑뻑해지는
느낌이다.줄을 잡고 오르는데 그 각도가 거의 90도라서 사진찍는 것도 포기하고
카메라는 배낭에 넣는다.

 

1447

아름다움을 볼려면 그 만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고 단단히 벼르는 형국이다.
힘든만큼 분명히 그만한 경치를 보여준다.절경이다.
절경을 바라보며 오후 2시에 뒤늦은 식사를 한다.

 



그렇게 망덕봉에 도착해보니
이곳을 찾은 산객들의 탄식이 터져나온다.첫째 이유는 정상석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30여 그루의 굴참나무로 둘러 쌓여서 조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고 셋째는
정상이 펑퍼짐해서 정상 같지 않다는 것이다.그래서 망할 망亡자의 망덕봉이라고
새로이 각인을 시킨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정상석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것이 자연의 본 모습 아닌가?
지구 탄생 이후,아니 인류가 이 지구별에 산 이후로,인간보다 더 오래된 이 산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다.



굳이 정상석을 놓아야하는가? 망덕봉이라는 저 양철팻말이면 충분하다.
이곳을 올라오면서 그렇게 깍아지른 듯이 위협을 했지만
정작 고스락은 정상의 티를 내지 않는다.



산이름도 望德峰망덕봉이다.덕을 소망한다는 의미다.이렇게 후덕한 산을 보았는가?
아마도 에베레스트 산이 한국에 있었다면 제일 먼저 정상석을 세워
먼저 간판을 내세웠을지도 모르겠다.사람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먼저 산을 보아줬으면 좋겠다.


 

1508~1539
원래의 계획은 금수산을 오르는 것이었지만 선두와 시간과 거리에서 차이가 나서
후미는 망덕봉과 금수산 사이 얼음골재에서 어댕이골로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이미 금수산의 절경은 다 보았으니 아쉬움도 없다.

 

온통 쏟아 놓은 듯한 도토리와 이끼가 덮힌 계곡위로 구르는 밤송이들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연출하고 있다.


 

1627~1643
거의 다 내려왔는데 너무 가물었든지 산길의 마사토는 더욱 미끄럽다.
결국 한차례 슬립다운하면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과 손바닥 사이로 피가 흐른다.
동행한 산행인의 도움을 받아 밴드로 구급하고 용담폭포로 향한다.

 

수량이 부족한 용담폭포의 물줄기를 보니 용이 아니라 물자치 조차도
위로 오르기 힘들겠다.물 없는 폭포는 사실 폭포가 아닌 것이다.


 

이것도 두려운 세상이 되는 징조인가? 더 로드 책의 마지막 문구가 겹쳐진다.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렸다."



복숭아 과수원을 지나 상천 휴게소로 내려오니
"숨어서 밭갈고 살 만하다"는 의미를 알겠다.

 

삼겹살로 하산주를 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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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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