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한시
晩村雨後 (만촌우후) / 李君錫(이군석)
- 저녁 무렵 비 개인 농촌의 정취를 읊다 -
平原漠漠雨初過 (평원막막우초과)
아득히 너른 들판 이제막 지나가는 비
十里靑山一帶霞 (십리청산일대하)
십리 청산에 저녁 노을이 띠를 둘렀네
斜日斷橋人去盡 (사일단교인거진)
해저물어 끊어진 다리 위엔 인적 없고
孤烟寥落兩三家 (고연요락량삼가)
외로운 연기만 두서너 집에 피어 나네
#한자공부
*풀이
지은이 이군석(李君錫) : 정조(正祖) 시절의 인물.
이 시는 큰비가 지난 뒤의 시골 풍경을 자신의 감정을 은밀히 가미시켜 읊어낸 서경시(敍景詩)이다.
비․바람․눈․구름․서리․이슬 등은 자연현상이 빗어낸 결과물이다. 이 중에 비는 만물을 적셔주고 씻어주는 자양분임과 동시에 청소부의 역할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 숨을 쉬기도 하며, 또 파전에 동동주 한잔을 떠올리기도 한다. 비는 유익하고 인간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처럼 고마운 비이지만 너무 많이 오게 되면, 이때는 문제가 달라지게 된다. 너무 많이 오는 비를 ‘폭우’라 하는데, 폭우가 내리는 날엔 천지가 쑥대밭이 되어버리고 만다. 고마운 것이지만, 중용을 벗어나게 될 때는, 무서운 재앙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의 이 시는 아마도 폭우가 지난 뒤에 지은 시 같다. 폭우가 지나고 나면, 두 가지 경치가 펼쳐진다. 하나는 하늘은 맑아지고 산에는 안개와 노을이 감싸는 멋진 풍광이요, 또 하나는 세찬 비바람에 건축물이 부셔지는 참담한 광경이다. 극락과 지옥이 함께 열리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가 제1, 2구에서는 비 온 뒤의 한가한 풍광을, 제3, 4구에서는 석양녘에 끊어진 다리와 쓸쓸한 저녁 연기를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는 폭우가 지난 뒤에 읊은 시임이 분명한 것이다.
지은이의 이 시는 비 온 뒤의 상황을 조리 있게 차분히 읊은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선 ‘고연(孤煙)’, 즉 ‘외로운 연기’란 시어를 통하여 지은이가 느끼는 감정을 은근히 섞어 재치 있게 읊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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