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상촌마을의 낙주재와 명례성지, 인근 메밀밭
- 언제 :2022-9-17(토)~18(일)
- 날씨 : 밤 사이 간헐적인 비 온 후 다음날 흐림
- 몇명:홀로
▷: 답사일정(風輪): 왕복 112km
부산-밀양 하남읍 상촌마을 주차장 - 명례강변공원- 밀양아리랑오토캠핑장 인근 메밀밭 -명례성지-부산
보통 메밀밭하면 강원도 봉평이 떠오릅니다.아마도 소설 "모밀꽃 필 무렵(메밀꽃 필 무렵의 원제)"의 이효석 작가 영향이겠죠. 더군다나 부산에서 메밀꽃을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밀양시 하남읍 명례강변공원 인근에 메밀밭을 조성하여 꽃이 핀다는 소식을 접하고 토요일 저녁에 출발했습니다. 메밀꽃만 떠올려도 하얀꽃이 붉은 줄기와 푸른 잎을 덮고 바람이 불어 아른거리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하천부지에 메밀을 심어 평화로움을 더하는 곳이었습니다.특히 인근의 천주교 명례성지와 낙주재이선생유지(洛州齊李先生遺址)가 있고 자전거길도 있어서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촌집들이 정겨운 상촌마을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니 상촌마을에서 다소 높은 언덕 정도의 작은 산은 성스러운 장소가 되어 있었습니다.낙동강 옆이다보니 작은 산조차 체감높이는 더 높은데 신심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높이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곳이 되어 광명사 사찰,낙주재 재실,천주교 명례성지가 함께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있었습니다.
▷상촌마을 주차장 :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964-13
주차장이 제법 넓습니다.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후 잠을 자는데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깹니다.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명례강변공원
아침에 강가로 나가봅니다.주차장에서 강변공원까지는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입니다.멀리 약간의 안개가 남았고 아직 구름이 두터운데 붉은 여명이 드리웁니다.
새로 지어 깔끔한 한옥이 눈에 들어오는데 "洛州齊李先生遺址 낙주재이선생유지"라고 적혀있습니다.
광해군 때 낙주재 이번이 서궁의 변(광해군 시기 인목대비가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유폐되었던 일)에 항절(抗節:굽히지 아니하고 저항함)하고, 남하하여 이거한 후 전주이씨 일파가 세거해 오고 있으며, 1627년에 인조가 낙주재라는 현판을 하사하고 그 후에는 퇴락하였는데 그 후손들이 1980년에 그 귀지에 공의 별묘(別廟:가묘에서 받들 수 없는 신주를 모시기 위해 따로 둔 사당)와 함께 중건하여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습니다.안에 들어가면 인조의 친필 낙주재가 있습니다.
* 齊 :가지런할 제, 재계할 재, 옷자락 자, 자를 전~이렇게 4가지 음(소리:제,재,자,전)과 훈(뜻)의 글자로 쓰여집니다.여기서 낙주재인가 낙주제인가 어느 음이 맞는지 헛갈립니다.낙주제로 표기한 것도 많습니다.여기서 가지런할 "제"와 재계할 "재" 중 재계할 재로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여 낙주재로 표기했습니다. 재계할 재는 "집 재"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낙주재 이선생 시비 내용을 보면 심적으로 피폐해진 서울 생활에서 자연을 벗하러 낙동강으로 온 내용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거미례(定居彌禮) 광해 11년 을미
촉세도지혼탁혜 觸世道之溷濁兮 세상 도리가 무너진 시대를 만났음이여
기환인지부지야 豈患人之不知耶 어찌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리요
아심지초초혜 我心之悄悄兮 나의 마음은 초조하고 바쁜데
아행지지지 我行之遲遲 나의 발걸음은 더디고 더디구나
람여비기방황해 攬余轡其彷徨兮 말고삐 잡고 방황함이여
거고국혜안지 去故國兮安之 정든 한양을 떠나 어디로 갈까?
첨낙수지앙앙혜 瞻洛水之泱泱兮 낙동강의 끝없는 흐름을 굽어봄이여
원가탁이가조 爰可濯而可釣 발도 씻고 낚시질도 할 수 있겠네
기안분이지기해 旣安分而知機兮 이미 분수를 알아 편안하고 기틀을 깨달음이여
려함노지강조 侶含蘆之江鳥 갈대를 물고 나는 물새들을 벗하리라
* 어조사가 여러개 사용되었고(之지,兮혜,耶야,而이 / 같은 글이 반복( 悄悄초초,遲遲지지,泱泱앙앙)되어 서울을 떠나는 낙주재의 심경을 잘 드러냈습니다.
아침 기운이 좋았지만 근처에 매밀밭이 보이지 않아 자전거를 가지러 다시 주차장으로 갑니다.일단 명례성지 위치는 확인했습니다.
▷밀양아리랑오토캠핑장 인근 메밀밭
상당한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습니다.낙동강변의 허드러진 메밀밭도 평화롭게 잘 어우러집니다.달밤엔 더욱 분위기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명례성지 방향을 바라보니 광명사 대웅전이 보이고 우측에 신석복마르코성당도 보입니다.
왕버드나무가 수호신처럼 서 있습니다.
아침인데도 아직 무더위로 땀으로 가득찹니다.차로 가서 샤워를 하고 다시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후 성당으로 갑니다.
성당의 관리인이 자세한 설명과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명례성당의 아름다움과 본인이 이적(異跡)이라고 생각되는 불가사의한 사진들을 보여줍니다만 제가 워낙 과학적인 사고가 발달한 사람이라서 머릿 속으로는 설명해주고 싶지만 사회성있게 입밖으로는 동조를 하며 감탄을 더해줍니다.
성모승천성당은 경상남도 문화재 526호로 규모도 아담한 한옥으로 초기 천주교 성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건물입니다. 강화도 성공회 성당을 본 적도 있지만 이곳 성모승천성당은 정말 규모가 작고 아담합니다.성당 앞에는 350여년된 팽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관리인의 설명으로는 "아랫부분을 보면 흡사의 사람의 옆 얼굴과 손을 쥔 모습에 중간에 묵주 같은 볼록한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정해진 것은 없다.그렇게 보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이 성당의 장소이고 팽나무 또한 350년이면 이제 전설 하나쯤은 만들수 있는 신목이 되어가고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보면 멋진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인이 성당안으로 들어가도 된다고 했지만 누군가 기도 드리고 있을 것 같아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신석복 마르코 생가터가 있고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이 있는데 신석복이 소금장수였기 때문에 소금 형상의 설치 소품도 보입니다.
"나를 위해서는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며 순교자의 길을 간 신석복의 묘소는 한림정 뒷산의 노루목에 있었는데 이후 진영 본당 공원 묘지로 이장 한 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로 시복되어 지금은 신석복이 태어난 이곳으로 이장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가 만든 마르코기념성당은 아주 절제되고 간결하게 지어졌습니다.성당에서 눈에 들어오는 순교자탑을 보면 진실은 단순하고 심플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원래 거짓은 복잡하고 화려한 법인데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명례성당은 경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천주교회 본당으로 교회 십자가 마저 평화로운 이곳을 닮았습니다.요즘 밤에 보이는 빨간 불빛의 싸구려 인상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정겨운 모습입니다.
성당을 나오며 바라 본 배추꽃조차 다윗의 별처럼 꼭지점이 6개입니다.
"정해진 것은 없다.그렇게 보일 뿐이다."
보이는 대로 믿어야 하지만
이런 장소에선 "믿는대로 보아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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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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