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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만물상▲세상의 온갖 형상도 하나의 출발점이 있기 마련이다.

- 언제 : 2010년 7월10일 08:00~18:30
- 얼마나: 2010.7.10 10:30~15:15(4시간 45분)
- 날 씨 : 비 오기 전 습도 높았으나 대체로 맑음
- 몇 명: 48명
- 어떻게 : 솔뫼산악회 동행
▷백운동매표소-만물상-서장대-서성재-백운사지-백운동주차장
- 개인산행횟수ː 2010-7[w산행기록-250/T738]
- 산 높이:가야산 만물상 1,430M
- 테마: 遊山
- 호감도ː★★★★★

* 오늘은 거침없는 여름을 표현하기 위하여 경어체 보다는 평상어로 적겠습니다.

 

소서를 지나 대서로 가는 시절이니 여름이 제법 깊었다.여름은 불火의 계절이다.불처럼 변화무상變化無常하다.변화의 계절답게 날씨마저 종 잡을 수가 없다.일기예보마저 시시각각 변한다.산행을 가기 전 사흘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비가 온다고 해서 산행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틀전에는 토요일은 맑고 일요일 늦게 비가 온다라고 예보했다.그러나 막상 당일 가까워지니 토요일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것이다.일기예보에 따라 준비물도 달라지는데, 결국 날씨에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고가의 DSLR보다는 저가의 컴팩트 카메라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다.잎의 빛깔은 봄의 연초록에서 점점 진초록으로 변하며, 잎은 점점 불꽃처럼 커져만 간다.잎의 크기가 멈추는 찜통더위의 삼복까지는 멀었으니 그 맹렬한 기운은 산행 내내 진땀을 빼게 만든다.이 시기는 습도가 높은 편이다.장마철이기 때문이다.습도 즉 수분은 사람의 체온을 빨리 뺏기도 하고 빨리 덮혀주기도 하는 촉매제이다.기온이 40도라도 습도가 적은 건조한 지역보다 기온이 34도 정도이지만 습도가 높다면 체감적으로 34도의 습도 높은 지역이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다.

 

변화무상한 여름날씨는 음악으로 표현을 하더라도 현악기가 제격이다.피아노 선율이나 플룻의 음색이 봄에 어울린다면, 변화가 큰 음악을 표현하려면 현악기가 제격이다.비발디 사계 중 여름의 3악장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아주 격렬하게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여름이라는 계절의 속성을 잘 표현한 것이다.태풍이 오기도 하고,장마가 지기도 하고,쨍쨍 내려쬐는 뙈약볕,가끔 우박도 쏟아지는 것이 여름의 속성이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얼마나 변폭이 심한가를 알 수 있다.그래서 여름은 욕망에 어쩔 줄 모르는 청소년의 계절인 것이다.

 

오늘 이렇게 변화가 심한 여름의 속성과 닮은 가야산 만물상을 다녀왔다.골기 강한 남성 성격의 금강산 만물상보다는 다소 중성적인 만물상의 모습이었지만 한국에서 이 만한 비경은 열손가락에 든다고 본다.37년만에 개방한 만물상은 처음부터 쉽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리 길지 않은 코스를 워낙 급변화시키며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충분히 나의 종아리와 무릎은 펑핑아웃이 될 지경이었다.변화에 목마른자 더욱 변화를 느끼려면 한여름에 이곳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10:30

아침에 일어나보니 구름도 보이고 운무도 제법 있는 편이다.
그러나 산행들머리에 서고보니 예상보다는 날씨가 좋다.


다만 비오기 전 습도가 높아서 별로 걷지 않아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주차장은 거의 만차이다.가야산 만물상 코스를 개방한지 한달이 넘었건만
등산객이 줄기보다는 그 입소문때문에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들머리에 보이는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의 글씨가 야생화의 느낌을 잘 표현하였다.
야생화는 비닐하우스에 키운 꽃보다 크기가 적지만 그 생명력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운것과는 대비자체가 불경스럽다.작고 약한 듯 하지만 그 생명력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강하며 꼿꼿하기만 한 것이다.




 

1051:1056

초반부터 헉헉소리가 나게 만든다.제법 경사도가 있다보니 가끔 뒤돌아
아래로 내려보면 눈맛이 시원스럽다.


출발할때 보니 심원사(深源寺)라는 한문 글씨가 씌어진 알림돌이 보이더니
천년고찰 심원사의 모습이 보인다.조선중기에 중창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되고
다시 여러번 중창을 거치다가 19세기를 전후하여 폐사되었던 절이다.
지금의 모습은 성주군의 "국립공원 가야산지구 문화관광 자원 복원 계획"에
의하여 다시 중창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원사는 어느 시대 언제 이곳을 다녀갔느냐에 따라서 감흥이 달라진다.

이숭인(李崇仁 1349-1392) 선생의 『도은집』<寄深源長老>에서는

"尋源古寺在倻山 심원의 옛 절이 가야산에 있는데,
松柏陰中不菴關 소나무, 잣나무 그늘 가운데에 문을 닫지 않았다.
擬把楞嚴叩精義 능엄경을 들고 미묘한 뜻을 물어보려 하는데,
僧能乞得此身閒 이 몸의 한가함을 빌어 얻을 수 있을런지."라고 했고

한강 정구(鄭逑 1543-1620)선생의 "가야산유람록"을 보면
"심원사를 지나가는데 오래된 절이라 거의 허물어지고
중이 없는 상태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월담 여효사(呂孝思 1612-1671) 선생의 『月潭集(월담집)』 <권1>에서는

"一入深源寺 한번 심원사에 들어 보니
名區?所聞 명구가 듣던 대로 좋구나
紺園□絶頂 붉은 전원이 산 이마에 있는 듯한데
?樹聳高垠 큰 나무는 높은 언덕에 솟아 있네.
地闢坤靈技 터는 지령(地靈)의 기교로 열었는 듯
宮修鬼斧斤 불궁은 귀신의 도끼로 지었는 듯
丹靑?古色 단청은 고색에 젖어 있고 "라고 하였다.

이제 다시 중창을 하였으니 당분간 그 감흥의 싯구는
어두운 쪽 보다는 밝은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내가 한번 지어보려나...




 

1109:1132

사실 가야산은 나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다.


김수로왕이 즉위하여 가야국의 경계를 정할때 "동으로는 황산강,서남으로는 창해,
서북으로는 지리산,동북으로 가야산 그리고 남은 나라 끝으로 하였다."
이곳은 "상가라上加羅" 혹은 대가야로서 김해 ,함안을 중심으로 한 "하가라,본가야"의
혈맹 공동체였다.가야라는 나라는 역사로만 존재하지만 이곳 가야산 주변은
온통 가야이다.이제 그 뿌리는 "가야주유소,가야숯불갈비" 같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곳까지 깊어졌다.


그리고 이곳은 무엇보다 풍류도맥의 중요한 분인 최치원이 가야산에 들어가서
신선이 되었다는 곳이다.풍류도는 외래에서 수입한 중국의 도교,인도의 불교,서양의
기독교에 대비하여 자생적인 사상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접화군생의 의미로만 이어지는 현실이 다소 아이러니컬하지만
여하튼 우리의 의식속에 면면히 살아있음도 부정 할 수가 없다.

이곳 만물상 코스는 신선이 되고도 남을 풍광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준다.





 

 

1135:1153

우거진 신록과 하얀 화강암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는 불꽃같은 가야산의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가야산 상왕봉은 연꽃 봉우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그 모습은 불火의 모습으로 불 수 있다.불은 여름의 속성이니 나의 몸은
이미 그 불을 꺼려고 주체없이 땀이 흐른다.땀은 나의 등골짝을 따라 아래로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땀은 기화열을 뺏는 소방수이지만 지속적으로
뿜어대는 열기가 나의 옷을 비에 젖은 옷과 구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1249

용의 등뼈같은 화강암 징검다리를 이어 위로 오르며 점차 다이나믹의 절정,
클라이막스 같은 사계 여름 3악장을 떠올린다.
일순 길이 허공에 떴다.중국의 황산 같은 길이 보인다.
힘찬 풀무질로 허공에 뜬 재처럼,신선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숲을 뚫고 올라 온 바위들은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속에 총천연색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개미같기도 하고
신선 같기도 하다.







 

 

 

1250:1254

갖가지 전설이 숨어 있을 듯한 궁금증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중으로 붕 뜬 절정감과 마음을 진정시키라는 듯 지금까지와는
다른 평온한 숲의 융단이 번갈아 보이기도 한다.


마치 ABS브레이크처럼 중간중간 제동을 거는 모습이 심리의 안정을
돕는 느낌이다.






 

 

1256:1304

이제 하일라이트인 만물상과 상아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측을 보니 서성재에서 백운동으로 내려갈 계곡도 가늠이 된다.





 

 

1323:1355

드디어 금강산 만물상을 보기 전에 보았던 절부암과 비슷한 바위가
보이고 곧 만물상이다.금강산의 만물상 보다는 더 유순한 편이다.
그래서 금강산의 만물상이 청년기라면 가야산의 만물상은 중년기로
볼 수 있다.그래서 지혜는 가야산이 더 뛰어날 것이다.





아마도 그런 연유로 이곳 가야산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는지 모른다.
(가야산 만물상의 모습)

1355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상아덤이다.서장대라고 표기한 것은 폐기하는 것이 좋겠다.
올라오다보면 성터 흔적이 있는데 아마도 군사적 의미로 이곳을 서장대라고 불렀겠지만...

그렇게 불릴 곳이 아니다.이곳은 고귀한 장소이다.성지이다.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正見母主)의 전설이 깃든 상아덤이다.
그러니 상아덤은 가야산의 모태(母胎)가 되는 곳이다.

상아덤은 가야산 여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 '이비하'(夷毗訶)가
노닐던 곳이란 전설을 갖고 있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는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 최치원(崔致遠)의 '석순응전(釋順應傳)'과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이야기다. 상아는 여신을 일컫는 말이고, 덤은 바위를 의미하니
"하늘의 여신이 사는 바위"란 뜻이 된다.

'정견모주'(正見母主)의 정견正見은 "바로 본다"는 의미이니 광명을 뜻하는 "바이로자나"와
의미가 같다.그래서 상아덤은 비로毘盧봉의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온갖 만물도 하나의 출발점이 있다고 보면 가야산의 모태는 바로 이곳 상아덤
이다.이곳은 광명, 말그대로 시초의 빛이었던 것이다.상아덤 사진은 안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이유는 그래서 다음에 가는 사람이 더 궁금하게 하여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한 나의 배려이다.

1355:1514

서성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로 백운계곡으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만물상 코스와 극단적으로 비교가 될 정도로 유순하다.
만물상 코스가 오르내리막이 심하여 힘든 반면에 비경으로 그 피로를 잊게 해주고,
백운곡 하산길은 걷기 좋은 유순한 길이지만 별로 볼 것이 없다.


다만 숲이 우리에게 주는 피톤치트을 만끽하니 삼림욕에선 유리하고
갈증을 해소해 줄 물이 많은 것이 좋다.이곳은 국립공원이니 물로 뛰어드는 것은
벌금 50만원에 처해진다.

중간에 폐사지인 백운암지가 보이지만 기초석인 바위만 보여 별로 볼 것이 없는 것이
아쉽다.야생화탐방로까지 내려오는 하산길은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다행히 산행 내내 비는 오지 않았으나 부산의 집에 다 온 시각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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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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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벗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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