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관음봉▲세번째 오른 문장대에서 극락을 보았다.

- 언제 : 2010년 10월24일 06:30~10:30
- 얼마나: 2010.10.24 11:30~17:00(5시간 30분)
- 날 씨 : 흐림
- 몇 명: 45명
- 어떻게 : 부산 영남산악회 동행
▷시어동 화북매표소-오송폭포-문장대-관음봉-속사치-마을
- 개인산행횟수ː 2010-19[w산행기록-261/T750]
- 산 높이:속리산 문장대 1,054m
- 테마: 단풍산행
- 호감도ː★★★★★

 

속리산俗離山,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속세를 떠난 산"처럼 여겨진다.그렇지만 그렇게 해석하려면 이속산離俗山이 맞다.속리산이란 오히려 "속세가 산을 떠났다"는 의미다.세인들이 산을 닮아 깨끗하게 살아야 하는데 속세의 인간들이 맑은 산을 떠났다는 의미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은 맑을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인간은 욕심덩어리라서 깨끗하게 살기 힘든 본성을 타고 났다는 의미다.요즘말로 인간은 "욕심꾸러기 우후훗"이다.

 


조선 선조때의 선비 임제林悌는 "도불원인 인원도(道不遠人 人遠道) 산비리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진리를 멀리하고 산은 세속을 여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여의려 하는구나-라는 시를 남겼다.산은 세속을 여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여의었다는 귀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산이름을 잘 살펴보면 더러운 인간들에게 반성하라는 꾸지람이 깃 든 산명山名이다.

 

속리산은 소백산맥에 있는 산이다.소백산맥은 전체흐름은 대개 북동에서 남서로 뻗어 내려오는데,속리산의 흐름은 북서에서 남동으로 되꺽어용틀임하는 모습이다.산이 속세를 떠났든지,아니면 속세가 산을 떠났든지 간에 산세 흐름도 심상찮은 곳이다.

 

이번에 속리산 문장대를 세번 찾는다.중학교 수학여행때,그리고 예전에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차 들른적이 있다."속리산 문장대를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갈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세번째 오르면 나중에 죽어서 극락에 갈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곧장 극락이 보였다.비경에 놀라 껌뻑 죽을 정도로 감동하였다.

 

1130:1211

여름 휴가때 일본 후지산 산행 이후로 낮은 산만 다녔고,특히 최근엔 책을 읽는라
한달전 산행 이후로 뜸했었다.그래서 조금 힘들더라도 흠뻑 땀을 좀 흘려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서 속리산 관음봉 코스를 예약하였다.

 

속리산 관음봉 코스는 생태보존 및 험로안전을 위해 41년간 출입이 금지된 구간
이었고 나에겐 미답지였으니 유혹 당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그리고 가을
단풍시즌이니 이래저래 조건은 완벽하였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법 세찬 비가 내린다.새벽부터 산행준비를 서두르니
내 아내는 "포기하세요"라는 소리는 하지 못하고 "비가 오네요"라는 말만 대여섯번이나
되뇌인다.이미 산악회에 예약을 해놓은 것에 대한 의무감도 있지만 잘하면 산봉우리를
감도는 운무의 춤사위를 구경하겠구나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보통 버스에서는 책을 읽는 편이지만 배정받은 좌석이 하필이면 버스 뒷 타이어가
있는 쪽이라서 일치감치 책읽기는 포기하였다.피가 안통할 정도로 협소하여
오가는 동안 무척 고생을 하였다.

 

어렵게 들머리에 도착하여 내리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제법 산아래까지 단풍이 들었고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도 많은 편이다.그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땀도 많이 흐르고 숨소리도 거칠었다.



 

1229:1248

그래도 한발한발 땀흘리며 걸어 올라는 가는 맛이 좋다.




 

 

1302:1322

바위 암봉이 보이니 정상 가까워졌다.흐린 날씨였는데 오를수록
햇살이 나뭇잎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1325:1332

정상의 능선에 섰다.문장대이다.엄청난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높은 산에 오르면 구름이 두가닥으로 나뉘어지고 그 속에 내가 서 있는
보기드문 상황에 놓인다.산 봉우리를 감도는 구름과 안개가 한가닥이고
하늘에 또 다른 구름이 다른 형태로 드리워져 있는 이런 모습은
3,200M의 일본 북알프스에서 보고 내심 놀란적이 있었다.

 

일본 북알프스 보다는 스케일과 역동적인 면에서 소박하지만
그와 유사한 모습을 오늘 본 것이다.




 


 

1338:1354

그래서 그 기쁨을 트윗터에 올리면서 이렇게 썼다.


 

"한평생 속리산 문장대를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오늘로 세번째이다.그래서 죽었다.절경에 감탄하며 껌뻑 죽었다.여기는 극락이다."



 

1354:1516

드디어 41년만에 풀린 관음봉 코스로 접어든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힘든 코스이다.
오르락 내리락 굴곡있게 바위를 타고 오르고 줄을 잡고 내리며 한바탕 비지땀을 흘렸더니
무릎이 아프다.보통 굴곡이 덜한 능선길은 힘들면 장딴지 부분이 땡기는 법인데,워낙
오르내리며 다리를 넓게 벌리고 띈 바람에 무릎부터 통증이 왔다.문장대에서 빤히 보이던
관음봉에 도착해보니 예상한것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1625:1700

그래서 묘봉까지 진행하지 않고 속사재에서 우측으로 탈출하였다.

부산으로 돌아올때는 가장 뒷줄의 주사파酒邪派의 고문이 만만찮았다.
시끄러운 속세가 싫어 산으로 갔건만 단 몇사람만으로 장터가 생겼다.
파는 물건은 고성,욕지꺼리,술과 안주를 더달라는 생떼..급기야 놀라버린
오줌보를 비우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정차 해달라는 어깃장이었다.


 

속세가 산을 떠났음도 확인하였다.
그래도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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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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