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달맞이산책길)삼십일 중 둥근 밤은 딱 하루 뿐이니,가슴 속 달 밝히고...

- 언제 : 2012.2.26(일) 09:20~13:30
- 얼마나: 2012.2.26 09:50~11:30
- 날 씨 : 흐림.해무
- 몇 명: 3명(W & D)
- 어떻게 : 자가SUV 이용
▷달맞이길 어울마당-달빛바투길-달빛가온길-달빛꽃잠길-달빛만남길-달빛함께길-어울마당

 

요즘 "해를 품은 달"의 드라마 시청률이 대단하다고 한다.해와 달,보통 햇볕을 받아 그을린 건강한 피부색을 썬탠suntan이라고 말한다면 달빛을 받아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정서적 안정을 찾는 것을 문탠moontan이라 할 만하다.

 

발 아래 해운대해수욕장이 작열하는 여름,선탠의 최적지라면 이곳 언덕은 문탠의 최적지일지 모른다.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길은 해를 품은 달처럼 붙어 있는것이겠지만..

 

그렇게 이름붙여 탄생한 트레일길이 문탠로드moontanroad이다.예 부터 이곳 언덕길은 "달맞이"언덕,달맞이 길이었으니 달맞이가 곧 문탠이 되겠지만 굳이 이렇게 영어로 이름을 명명한 것은 해운대가 세계적인 관광지이니 이름도 그렇게 영어식으로 구청에서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이름이다.이길은 그냥 "달맞이길" 혹은 "달맞이산책길"이면좋겠다.

 

삼포길(미포,구덕포,청사포)을 제외하면 순수한 문탠로드는 2.5km에 불과하니 산책정도의 부담없는 코스이고,달맞이길에서 알 수 있듯이 달 밝은 밤에 걸어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삼십일 중 둥근 밤은 딱 하루 뿐이고,그것도낮이아닌밤에와야하니오늘은 그냥 눈을 감고 흉중에달을안고거닐수밖에...

 

굳이 그런 밤을 찾고자 한다면 벚꽃 피는 밤에 오는 것이 좋겠다.달빛만남길은 가로수로 흐드러진 벚꽃을 상상할 정도의 가로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제대로 된 출발지는 문텐로드 공영주차장이 있는 미포 쪽이 되겠지만
편안한 주차를 위하여 어울마당에서 출발하였다.커피샵이 즐비한 건물 아래로

차로가 있고 그 아래 바다와 차로 사이 산책길이 있다.

 

소규모 공연장 뒤로 난 길로 접어들며 산책을 시작하였다.


 

이곳은 수종은 해송(곰솔)과 사스레피나무Eurya japonica였다.
키큰 나무는 소나무였고 그아래 키 작은 나무는 사스레피나무였는데,
잎이 가죽 같은 질감이라서 피皮나무라고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가끔 조망이 터지면 보이는 바다는 안정감을 더 주는 느낌이다.
바다향,소나무향에 달밤에 온다면 달빛 향기도 날지 모른다.


 

어렴풋 기차길인 동해남부선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하는 사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는듯이 기차가 체육공원 아래로 철커덕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래서 바다와 산책길 사이 바다와 아주 가까운 곳에 기차길도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산책길은 일정한 리듬이 유지된다.여전히 소나무와 사스레피나무가 주종이다.
딸은 너무 쉬운 길이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오늘 딸과차때문에 삼포길은 포기하였다.

 

오늘은 해도 달도 없으니 네가 제일 밝다고 했더니
와이프는 어이쿠야하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양이다.


 

딸의 이름은 별이다.


 

조망이 좋은 곳,사진 찍기 좋은 것이라고 안내문이 붙여진 곳에서 바다를 보니 광안리 쪽
해무사이로 흐릿한 육지가 감지된다.

 

곧 나무 사이로 해무 때문에 신기루 같은 해운대의 빌딩숲이 보여질 즈음
문탠로드가 끝나게 된다.

 

박진규의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라는 시를 보고 다시 달밤을 상상한다.

 

"달이 저 많은 사스레피나무 가는 가지마다 마른 솔잎들을 촘촘히 걸어놓았다."는
첫 싯구와 "그믐처럼 시작한다"는 마지막 구절이 처음과 끝의 싯구로 절묘하다.

 

조선의 송익필의 시는더절묘하다.

 

"둥글지 않을 때는 늦게 둥글다고 탓했는데 未圓常恨就圓遲
둥글고 난 뒤는 어찌해 쉬 이지러지는가 圓後如何易就虧
삼십일 중 둥근 밤은 딱 하루 뿐이니 三十夜中圓一夜
우리네 평생의 심사가 모두 이와 같구나" 百年心思總如斯

 

둥근달,청춘,봄날의 이미지가 같은 뜻이니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이 나에겐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바다안개,해무가 뚜렷하지 않은 미래,불투명,불안을 의미한다면
이곳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키 큰 해송숲 때문에 밤같은 느낌,즉 캄캄함을 자아낸다.

 

해송과 사스레피나무 잎이 푸르러도 봄날은 가고 갈길이 먼데 청춘은 저물것이고,
나이들고 늙어가는 것은 생자필멸의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일테니...

 

그래서 그건 돌연사가 아니라 자연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초승달,보름달,그믐달이 모두 달이듯이
인생을 토막내어 젊음과 늙음으로 나눌 수 없듯이...

 

그래서 그냥 현재의 이 모습을 사랑한다.
둥근달과 그믐달의 반복이 지쳐져 반복학습이 끝나기 전 까지는

그 속에서 지난번과는 다른 둥근달을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믐의 저 나목도 곧 있으면 보름달처럼 다시 청춘을 맞이하듯

저 벚꽃나무는또흐드러진 봄빛을 밝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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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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