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향은 부산 강서구 경전철 등구역이 있는 등구입니다.대한민국에서 흔치 않게 산과 바다와 강과 평야가 모두 어우러진 곳으로 조만간 부산대저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정부에 수용이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공교롭게도 저는 제가 다녔던 곳은 모두 그 물리적 흔적이 사라지는 운명입니다.초등학교도 제가 다녔던 곳은 강서구 브라이트 국민체육센터로 바뀌었고 중학교 또한 이름만 남고 예전의 학교의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습니다.고등학교는 서면의 롯데호텔과 백화점으로 바뀌었고 학교의 명칭마저 부산상고에서 개성고로 바뀌었습니다.군대시절의 군부대는 신흥주거지로 개발되어 그 공간이 없어졌습니다.이젠 고향도 조만간 그 흔적이 사라질 것입니다.지금 구순이 된 부친 때문에 저는 평일에는 옛날 고향 촌집으로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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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 돌아온 자리 - 김영한
거북이 한 마리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내 고향의 이름이 되었다 신어산 칠점산의 능선은 남해로 뻗고 돗대산, 백두산으로 이어진 산맥은 강을 품는다 그 사이, 김해평야 논물 번지는 삼각주 산과 바다, 강과 평야 모두 한데 어우러진 이 복지의 중심에 등구가 있다
기와집보다 초가집이 많던 어린 날 칠점산을 부수는 남포소리 공항이 들어서고 산은 명맥만 남아 이름만 마을을 지킨다 여름이면 수로엔 농수, 붕어, 미꾸라지 연밭에서 연심을 따먹고 갈대의 어린 줄기를 씹었다 소를 풀어놓고 민물조개, 재첩, 웅어 강과 논과 사람과 모두가 풍요로웠다
봄이면 모내기 가을이면 타작 토마토와 쑥갓이 새로운 농사의 이름이 되고 겨울이면 얼음 위를 달리고 연을 날리고 오징어게임, 쥐불놀이 골목마다 팽이, 비석, 구슬, 딱지 어린 시절의 시간들이 햇살처럼 쏟아졌다
초등학교 왕복 4킬로미터 걷고 또 걸었고 중학교는 자전거 개구리, 뱀, 옆 동네 텃새와도 대체로 평화로웠던 날들 이제 그 많던 친구들은 먼 도시로 떠나고 공장과 외국인 노동자가 마을을 채운다
아흔을 넘긴 아버지 곁 다시 돌아온 고향 논과 집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낯설다 자전거를 타고 익숙한 논과 집을 바라본다 분명히 고향인데 낯선 듯, 정겨운 듯 가슴 한켠이 시리다
그 많던 동네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잘 지내고 있을까? 내 마음에만 남은 고향의 풍경과 그리움이 오늘도 논길을 따라 흐른다
[歸鄕吟] - 仙文 金永漢
龜歸舊棲處 逆上洛東江 遂成吾鄕名 山水共蒼茫
神魚七點脈 南向碧海長 道泰白頭嶺 環抱大川穰
金海平野闊 三角洲水香 山海川原合 登龜居中央
昔年茅屋多 南砲裂山岡 機場削多嶺 空名守村莊
夏溪盈魚蟹 蓮田摘心芳 蘆芽嚼甘脆 牧牛拾貝忙
春秧秋打穀 番茄蒿新糧 冬冰嬉童戲 風鳶鼠火狂
巷弄陀螺轉 石彈琉璃光 少時如陽瀉 萬物盡豐穰
小學四里路 中學騎車行 蛙蛇鄰鳥睦 昔靜今已更
故友散四方 工廠外工盈 九旬父猶在 歸來人陌生
田宅雖如舊 心緒自悽清 分明是故土 半親半隔生
昔日衆同伴 今在何處營 安否無由問 獨念淚縱橫
心藏鄕風影 思隨阡陌縈 此情終不逝 日日水邊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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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음(歸鄕吟)
龜歸舊棲處 구 귀 구 서 처 逆上洛東江 역 상 낙 동 강 遂成吾鄕名 수 성 오 향 명 山水共蒼茫 산 수 공 창 망
神魚七點脈 신 어 칠 점 맥 南向碧海長 남 향 벽 해 장 道泰白頭嶺 도 태 백 두 령 環抱大川穰 환 포 대 천 양
金海平野闊 김 해 평 야 활 三角洲水香 삼 각 주 수 향 山海川原合 산 해 천 원 합 登龜居中央 등 구 거 중 앙
昔年茅屋多 석 년 모 옥 다 南砲裂山岡 남 포 렬 산 강 機場削多嶺 기 장 삭 다 령 空名守村莊 공 명 수 촌 장
夏溪盈魚蟹 하 계 영 어 해 蓮田摘心芳 연 전 적 심 방 蘆芽嚼甘脆 로 아 작 감 취 牧牛拾貝忙 목 우 습 패 망
春秧秋打穀 춘 앙 추 타 곡 番茄蒿新糧 번 가 호 신 량 冬冰嬉童戲 동 빙 희 동 희 風鳶鼠火狂 풍 연 서 화 광
巷弄陀螺轉 항 농 타 라 전 石彈琉璃光 석 탄 유 리 광 少時如陽瀉 소 시 여 양 사 萬物盡豐穰 만 물 진 풍 양
小學四里路 소 학 사 리 로 中學騎車行 중 학 기 차 행 蛙蛇鄰鳥睦 와 사 린 조 목 昔靜今已更 석 정 금 이 경
故友散四方 고 우 산 사 방 工廠外工盈 공 장 외 공 영 九旬父猶在 구 순 부 유 재 歸來人陌生 귀 래 인 맥 생
田宅雖如舊 전 택 수 여 구 心緒自悽清 심 서 자 처 청 分明是故土 분 명 시 고 토 半親半隔生 반 친 반 격 생
昔日衆同伴 석 일 중 동 반 今在何處營 금 재 하 처 영 安否無由問 안 부 무 유 문 獨念淚縱橫 독 염 루 종 횡
心藏鄕風影 심 장 향 풍 영 思隨阡陌縈 사 수 천 맥 영 此情終不逝 차 정 종 불 서 日日水邊縈 일 일 수 변 영
[고향에 돌아와 읊다]
거북이 예전 살던 곳으로 돌아와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오니 내 고향의 이름이 되었네. 산과 물은 청아하게 어우러졌구나.
신어산과 칠점산의 줄기는 남쪽 푸른 바다로 뻗었고, 돗대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진 산맥은 강을 품어 비옥하게 하네.
김해평야는 넓고 삼각주에 물결이 향기롭다. 산과 바다, 강과 들판이 합쳐진 이 복된 땅의 중심에 등구가 있네.
예전엔 초가집이 많았는데 남포소리 산을 깨뜨렸고, 공항이 들어서며 산은 대부분 사라져 이름만 마을을 지키네.
여름엔 시내에 고기와 게 가득하고 연밭에서 연꽃 속을 따먹으며 갈대의 어린 줄기를 씹었지. 소를 놓아먹이고 민물조개를 주웠네.
봄엔 모내기, 가을엔 타작하며 토마토와 쑥갓이 새 농사가 되었고, 겨울엔 얼음 위에서 놀고 연 날리며 쥐불놀이 하던 날.
골목마다 팽이, 구슬, 딱지 놀이에 어린 시절은 햇살처럼 쏟아졌지.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그때.
초등학교는 4km 길을 걸었고 중학교는 자전거를 탔네. 개구리, 뱀, 이웃 마을 새들과도 평화롭던 날들은 이제 옛일이 되었구나.
옛 친구들은 흩어지고 공장과 외국인 노동자가 마을에 가득하네. 아흔 넘긴 아버지 곁에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낯설기만 하네.
논과 집은 그대로인데 마음은 서늘하구나. 분명 고향인데 낯설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네.
예전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잘 지내고 있을까? 안부도 묻지 못하고 홀로 그리움에 눈물 흘리네.
마음속에 간직된 고향 풍경과 그리움이 오늘도 논길 따라 흐르니 이 정결은 영원히 강가에 머무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