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

오늘은 어린이 마음과 관련된 한시를 적어봅니다.예전엔 배 고픈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너무 잘 먹어서 오히려 병에 걸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도로 맞은편 길에서 초딩 두명이 가방을 옆에두고 퍼질러 앉아 초코파이를 먹으며 연신 재잘거리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담벼락 피노키오가 내려다보는 느낌이라 핸드폰을 꺼내 한컷 찍었습니다.

 

(폰샷: 길에서 퍼지고 앉아 초코파이 간식타임 초딩)

옛날 어린이 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한시를 찾아보았습니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서반화라는 한시가 있는데 서반화는 조팝나무꽃입니다.하얀꽃이 쌀밥처럼 보입니다.

黍飯花 (서반화)

 

 

花却纖圓色未黃 (화각섬원색미황) 꽃은 잘고 둥그나 누른빛이 아니라서
較他黍粒莫相當 (교타서립막상당) 기장알에 비교하면 서로 같지 않네
此名休爲饞兒說 (차명휴위참아설) 이 꽃 이름 굶주린 아이들에게 말을 마오.
貪向林中覓飯香 (탐향림중멱반향) 탐내어 숲속에서 밥 냄새 찾으리니.

 

(풀이)
서반화(黍飯花)는 기장밥꽃이라고도 하는 조팝나무꽃을 말합니다. 그 옛날 고려 시대에도 조팝나무꽃을 보면 허기진 눈앞에 아른대는 좁쌀밥으로 보였나 봅니다. 허기진 어린아이들에게 신기루처럼 나타난 하얀 쌀밥 모양의 꽃 무더기를 찾아 눈이나마 호강하고자 숲속을 헤매댔을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릿고개가 한창인 4~5월에 하얀 밥처럼 소담하게 피어오른 꽃을 마주하면 배고픈 설움이 조금이나마 가셨을까? 아니면 배고픔을 더욱더 부추겼을까?

‘뭐니 뭐니 해도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농업에 생계를 의존해 온 이 땅의 민초에게는 봄철이면 항시 겪는 ‘보릿고개’가 배고픈 설움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와 열악한 농사 환경에 수확도 적은데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시달린 민초의 삶에 봄은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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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름 뒤면 5월5일 어린이날이 다가옵니다.5월 초입이면 우리나라는 신록으로 덮히는데, 어린이는 청소년의 시작 지점이니 뭔가 계절과 잘 어울리는 시기로 보입니다.

(어린이를 대하는 성현들을 보면)

"큰 칭찬은 회초리 치기보다 오히려 낫다
大讚勝撻楚 대찬승달초"
- 이황 시 '자식 교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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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선사법설의 '물타아(勿打兒)' 기억나시지요? 아이를 때리지 말라!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나 한울님이 싫어하고 기운이 상하느니라
-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라명재 주해, 모시는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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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가 졸업했던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때는 한반에 60여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18명~20명 정도이더군요. 1/3로 줄어들었더군요. 요즘 저출산으로 어린이는 점점 귀해져서 다른 의미로 하느님과 같은 수준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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