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후 들판을 바라보며’(신청야망·新晴野望) 왕유(王維·701∼761)


新晴原野曠, 極目無垢. 郭門臨渡頭, 村樹連溪口.
白水明田外, 碧峰出山後. 農月無閑人, 傾家事南畝.

비 개자 들판은 아득히 넓고 눈길 닿는 끝까지 티끌 하나 없다.
성곽 대문은 나루터에 닿아 있고 마을 나무들은 시냇가까지 펼쳐졌다.
흰빛 물은 논밭 저 밖에서 반짝이고 푸른 봉우리 산 너머로 삐죽이 솟았다.
농사철이라 한가한 이 없이 온 집안이 나서서 남쪽 논밭을 가꾼다.

 

당대 산수전원시의 비조(鼻祖)답게 중년 이후 선종(禪宗)과 산수에 심취했던 왕유의 시는 자연 속에서의 한적과 무아무심(無我無心)의 경지를 노래한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작품은 의협심 강한 소년의 기개, 인재 등용의 부조리, 부녀자의 사회적 상처에도 관심을 갖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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