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계절에 한번은 가족과 여행을 하고,한달에 한번은 식도락을 즐기러 외출하라.

 

 

- 언제 : 2011년 2월20일 05:100~21:30
- 얼마나: 2011.2.20 07:20~18:40(11시간 20분)
- 날 씨 : 구름
- 몇 명: 40여명
- 어떻게 : 여행커뮤니티 "풍경" 동행
▷삼릉숲-감은사지-봉길해수욕장-구룡포항-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오어사-호미곶-죽도시장
- 테마: 겨울별미여행
- 호감도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에너지) 히트" 라는 책이 있다.그책에 보면 "가정은 최고의 베이스캠프"라며 "가족에게 투자 할 시간이 없다고 징징대지 마라.아무리 바빠도 계절에 한번은 가족과 여행을 가고,한달에 한번은 가족과 식도락을 즐기러 외출하라."며 "가정행복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여행과 식도락을 나눌 것이 아니라 가끔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식도락여행을 가족과 함께 하는 것도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히트"의 주장에서 "거창하고 어려운 성공법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실천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감이 갔다.가족을 자가SUV에 태우고 유유자적 느낌이 가는대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하루종일 내가 운전하는 것 보다는 함께하는 여행은 여행 자체에 충실하기 위하여 여행 커뮤니티에 뒤늦게 참여신청을 하였다.

이번 일정은 부산에서 가까운 경주와 포항을 묶었고,동해안을 따라 먹거리 여행을 하는 것이다.집에서 새벽 5시 20분에 출발하여 40여명이 탄 관광버스를 타고,볼거리와 먹거리 시간을 적절히 안배를 하니 이런 여행도 가끔 가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리하여 "겨울별미여행"이라는 나로선 새로운 테마여행을 하게 된 셈이다.가족과 함께라면 지고진미至高珍味를 추구하는 식도락食道樂이 아니라도 좋다.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아주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그리고 유적지를 찾아가며 함께 문화체험을 하다보면 시장기가 돌아서 왠만한 먹거리는 먹는 즐거움의 열락悅樂의 경지인 食道樂에 이르게 되고 그 음식은 至高珍味가 되는 것이다.

 

 

경주 삼릉에 도착하니 날이 밝았다.아직은 제법 쌀쌀하지만 그래도
날씨가 많이 풀렸다.훌쩍 커버린 애들 사이에 이젠 어른이 제일 작다.
언제보아도 이곳 소나무의 자태는 눈부시다.하늘 향해 쭉 뻗어 하늘
을 가린 그 모습은 하늘 다음으로 경배의 대상이다.

 

 

 

삼릉숲을 나왔더니 가족들이 현수막 앞에서 떠들며 웃고 있다.무슨일
인가하고 근처에 가니 내 아내가 나에게 우스개 소리를 한마디 한다.

"요즘 경주를 자주 들락거리던데,동률이라는 자식은 또 언제 낳아서
서울대까지 보냈습니까?"

현수막을 보니 "김영한 子 김동률"로 되어 있다.나와 동명이인이다.

나도 지지 않으려고 한마디 거든다.


"전화번호부를 보니 나 말고 김영한이라는 이름이 열페이지는 있던데,
그렇게 보면 내 자식은 지역마다 한명씩은 있겠네."


서울대학교 입학 현수막을 보니,사회학적으로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당위성에 젖어있음을 실감한다.하늘을 향해
뻗은 삼릉의 소나무에 매단 현수막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너무나 훌륭한 인재들이
서울대를 간다.훌륭한 분들이 많고 사회지도층이 되어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일부는 세월 지나 오만하고 너무 잘난 체하여 대인관계가
매끄럽지 못하여 파란(波瀾)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여행+식도락"의 조합은 "좋은 것에 좋은 것"을 섞었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것이다.오늘같이 소박하고 단출한 여행은 문제가 없지만
너무 화려한 여행에 너무 맛있는 식도락은 권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悅樂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고,너무 좋은 것에 맛들면
이후 다른 것들이 시시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날 진짜 소중한게 뭔지도 모를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논리로 서울대생이면서 미모도 빼어나다면 더욱 자신을
경계해야하는지 모른다.책으로 귀하게 되겠지만 함께 어질게 되면
더욱 좋겠다.

 

 

감은사지는 오랫만에 왔다.목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근처 먹거리 식당
들도 눈에 띄인다.이곳에 오니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비롯하여 폭설의
흔적이 여러곳 보인다.

 

 

 

봉길해수욕장 대왕암에 도착했다.정초방생법회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구경하고 50년 전통의 단팥죽집에서
포장해주는 단팥죽과 찐방을 구입하였다.


점심식사는 20년 전통의 해물잡탕집에서 든든한 식사를 하였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가옥들은 오랜세월에 많은 집들이 점차
쇠락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구룡포항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어서
다소 정적인 모습이었지만 열심히 어구들을 손질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호미곳에 오니 예전보다는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는데,예전과
다름없이 갈매기떼들은 연신 요란하였다.

 

 

 

 

 

오어사는 지대가 높아서 아직 잔설들이 많이 보였고,오어지에 걸린
현수교를 넘나들며 오어사의 겨울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죽도시장이었다.우리는 그곳에서 포항물회를
시켜 먹었다.죽도시장의 규모에 놀랐는데 농산물,건어물,어시장과
횟집들이 즐비하였다.동해안 최대규모의 재래시장이라고 하는데,
여태까지 내가 본 시장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사실 가족여행의 의사결정과정은 쉽지 않다.우선 모든 여행결정이
단순히 개별적인 심리적 작용이 아니고 일련의 여러 활동이 단계적
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 할 필요가 있다.그래서 쉬운 듯
쉽지 않은 것이 가족여행이다.특히 애들이 장성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부담을 줄이려면 당일치기 하루코스의 여행도 대안이다.

대부분의 가족여행은 애들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시절 같이
가는 것이 가장 흔한 경우이다.

가족여행의 "여행은 더 큰 세상을 보여준다"는 컨셉보다는 "소중해서
더욱 즐거운 가족"이라는 컨셉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세상,다른 곳에서 하나되는 가족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정도의
가벼운 여행이면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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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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