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峰과 嶺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을 비몽사몽으로 걸으며

- 언제 : 2004.1.11
- 얼마나:2004.1.11 11:26 ~ 15:56(4시간30분)
- 날 씨 : 대체로 맑음,응달엔 잔설과 얼음
- 몇명:32명
- 어떻게 :명산산악회(http://myungsan.wawa.to) 따라서
▷이화령↗조령산↘↗안부↘↗신선봉↘안부↘장치바위골↘새터교
- 개인산행횟수ː 2004-2회
- 산높이ː조령산 1,025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조령산의 조령[鳥嶺]은 순한글로는 "새재"를 뜻하고 "재"란 길이 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를 뜻한다.보통 문경새재라고 일컬어지는 이곳은 사실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 사이에 있는 산이다.

조령은 바로 조령산에서 나온 말인데 재를 뜻하는 령과 뫼를 뜻하는 산이 연이어진다.조령산이라고 이름 붙인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산보다 오히려 재가 더 유명한 곳으로 백두대간을 타고 재와 산봉우리가 연이어지고 있어서 설악 공룡능선처럼 급등락을 여러번 해야하는 곳인 만큼 초보자에겐 만만찮은 코스다.그래서 조령산은 천혜의 險을 가지고 있어서 임진란 때 왜군을 이곳에서 저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되씹는 곳이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려면 조령과 신선봉을 지나 치마바위봉까지 가야하는데 개인적인 컨디션 난조때문에 나는 아쉽게도 신선봉을 넘어 안부에서 새터로 내려오고 말았다.


08:00
올해는 사람보다는 산에 중점을 맞추고 산행을 하고 싶어서 연초부터 작심한 터라 마음맞는 분들을 멀리하고 처음으로 명산산악회를 찾았다.대부분의 산악회가 태백산과 민주지산을 목적지로 하고 있어서 새로운 산 조령산을 택하고 미리 예약을 했지만 일찍 시민회관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이미 인원파악을 했는지 별다른 점검도 없이 차를 조령산으로 출발한다.개인적으로 콧물감기와 열때문에 12시간 지속 감기약을 먹고 차에 앉으니 졸음이 쏟아져서 졸고 있는데 차가 출발 후 10분쯤 지났을까....산행대장이 막걸리를 돌린다.

감기약을 먹은 마당에 사양할려고 했지만 술을 보니 군침이 동해서 일단 2잔을 마시니 목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맛이 좋다.술기운과 약기운때문에 계속 졸면서 목적지로 간다.

11:26
산행들머리인 이화령에 도착했다.입산금지라고 되어 있는데 미리 허락을 받았는지 바로 출발한다.이번에도 인원점검이 없다.나중에 알았지만 32명중 29명은 이미 정회원으로 다 알고 있는 사이라서 인원파악도 필요없는 상황이고 나와 나의 일행 2분만 체크하는 모양이다.따라서 후미대장은 일일회원인 3명만 추스리는 모양이다.


:::산행들머리 이화령

12:31
약기운이 전신을 도는지 콧물은 잦아들었는데 몽롱한 기분은 머리를 방황하며 나를 계속 무기력하게 만든다.한마디로 맥이 탁 풀린 것이다.걸음은 걷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스피드가 나지 않고 구름위에 놀듯이 그자리를 맴도는 느낌이다.일행들은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1시간여 지나니 아무도 안보인다.마치 무지개속으로 내가 빨려들어간 느낌이다.


:::안부로 오르는 중

12:57
나름대로 힘들게 조령산 정상에 오르고 보니 일행이 아무도 없다.일단 식사를 하고나니 원기가 회복 되는 듯하다.기념촬영을 하고 나서 지도를 살펴보니 일단 조령산 정상을 밟고 다시 뒤로 하산하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갈림길까지 내려왔더니 뭔가 이상하다.차안에서 조는 바람에 상세한 설명을 못들은 것이 아쉽다.지나가는 등산객에게 자초지종 물어보니 조령산 정상 뒤로 난 길을 가면 되는 것이었다.다시 조령산 정상으로 되돌아가고보니 안그래도 늦은 발걸음에 30여분을 헛걸음 한것이다.


:::조령산 정상

13:27~32
아이젠을 하고 조령산 뒤쪽으로 난 하산길로 접어드는데 타 산악회 인파들때문에 속도를 낼수가 없다.설상가상이다.




:::아이젠을 하고 신선봉으로...

13:33
응달진 잔설지대를 걷는데 아이젠을 하고도 발발매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시간이 자꾸 정체된다.



13:46
조령산까지는 그나마 육산의 형태로 잔잔했다면 조령산 정상 이후부터는 거의 설악공룡수준이다.바로 앞에 보이는 신선봉이 위압적이다.



13:51
내리막길을 다하고 나서 뒤로 돌아보니 왼쪽 아래엔 왕건세트장이 보이고 조령산은 잔설때문에 서늘함이 묻어난다.




:::왕건세트장과 뒤돌아 본 조령산

14:29
신선봉 바로 아래에 오니 나를 따라왔던 일행들이 내가 걱정되었는지 기다리고 있다.좌우 천길 낭떠러지인 릿지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암벽 크랙사이로 밧줄이 드리워져있다.


:::신선봉 바로 아래 바윗길

14:30
치마바위봉으로 간 산악회원들은 앞쪽 공룡의 비늘같은 저 백두대간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바탕 로데오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치마바위봉 가는 길

14:34
신선봉에서 마지막으로 조령산을 한번 더 굽어보고 안부로 내려간다.



14:39
천길 낭떠러지 바윗길을 몽롱한 정신으로 지나고 보니 짜릿함을 지나 아찔한 현기증이 머리를 맴돈다.풀었던 아이젠을 다시하고 이젠 가파른 내리막을 다시 걸으며 안부까지 향한다.이미 선두와는 많이 늦어버려 여기 중간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15:50
안부에서 바로 장치바위골로 내려오니 응달진 계곡엔 제법 눈을 즐긴만하고 세사람이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걷는 느낌이 좋다.새터에 다다르니 얼음 고드름이 멋있게 우리를 환영하듯 매달려있다.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제일 늦은 발걸음이었지만 중간에서 내려왔더니 생각 보다 일찍 도착했다.오후 4시다.다른 분들이 내려올때까지 수제비를 끓이기 위해 물을 떠오고 불을 피워 데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오후 5시에 선두가 도착한다.목욕을 하고 왔다고 해서 근처 온천이나 목욕탕이 있느냐고 여쭈어보니 이 추운 겨울에 얼음물에 냉수욕을 하신 모양이다.자라머리가 들어가듯 추운날씨에 들어간 거시기가 내년 봄에나 나올 것 같다는 걸쭉한 입담에 서늘한 겨울 저녁이 왁짜지끌해진다.여러명이 냉수욕을 한 모양인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차차 전원이 하산하면서 술을 내 놓는데 일행 중 한분이 북한에서 유명한 가자미식혜를 안주로 내 놓는다.술이 좋아서 가자미식혜를 먹고 가자미식혜 맛이 좋아서 술을 먹게된다.

아! 내가 오늘 진짜 땡초 산꾼들을 뵈었구나.산행은 실미도공작원처럼 날쌔게 하고 술은 두주불사인 산꾼들이 여기 다 있다.이젠 땡초 명함도 못내밀게 되었다.오늘로 나는 땡초행자로 한단계 더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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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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