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瑞雪내리는 岩山을 병풍삼아 뜨거운 술한잔을 마시니...

- 언제 : 2003.12.7
- 얼마나:2003.12.7 12:40 ~ 16:00(3시간 20분)
- 날 씨 : 눈발 날리는 추운날씨지만 하늘은 맑음
- 몇명:62명
- 어떻게 :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배티재↗낙조대↘↗마천대↘금강구름다리↘케이블카↘집단시설지구
- 개인산행횟수ː 2003-41회
- 산높이ː마천대 877.7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대둔산은 전형적인 岩山이다.우리나라 산들은 암산과 陸山의 형대로 대별되는데 나는 암산과 육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들을 좋아한다.

대둔산을 암산으로만 이루어진 산으로 규정하고 예전에 몇번 다녀 온 후 미인박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침봉으로 이루어진 멋진 모습에도 불구하고 온갖 철사다리와 철구름다리(현수교)도 모자라서 케이블카까지 있어 산 전체를 경상도 말로 "배려놨기 때문이다".그래서 줄곧 어느 미친놈이 저 짓을 했지하며 분개하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 대둔산을 찾으면서 2가지 점에서 생각을 바꾸었다.첫째는 배티재에서 올라가면 어느정도 육산의 모습도 즐길 수 있고,이왕 설치된 케이블카라면 한번 타보는 것이다.세상의 흐름속에 내 머리도 어떻게 된 모양이다.

08:00
이 추운날 차량2대가 시민회관에 있다.점차 산정산악회의 인기가 높아지는 느낌이다.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도로정체로 따분해질 즈음,내눈에 오차장 배낭에 있는 술병이 눈에 들어온다.술만 보면 컨트롤이 안되니....
일단 뒷 걱정은 둘째치고 "임시 먹기 꽃감이 단법"이다.뺏다시피 꼬셔서 한잔씩 돌려 먹으며 단숨에 복분자술 한병이 동이 났다.지난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침밥도 그른채 술한잔이 넘어가니 취기가 단번에 오른다.음악까지 들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만 점점 땡초가 되어간다.

산을 다닐때 처음엔 술도 안마시고 정도를 걸으며 산이 경외심의 대상이었는데 한번 두번 다니던 산행이 익숙해지니 한단계 도약하는 것이 아니고 억지라도 초심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며 헐떡거리던 숨소리를 찾아가는 단번에 갈수 있는 길이 취중산행인가 보다.

11:16
멀리 덕유산이 차창밖으로 보이는데 만년설로 머리가 흰 킬리만자로산처럼 덕유산 머리가 간밤에 내린 눈으로 새하얗게 햇볕에 부시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덕유산

12:40
드디어 배티재에 도착하여 등산을 하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귀가 시리고 손도 얼얼하다.장갑을 꺼내끼고 산으로 오르는데 곧바로 체력이 바닥이 난다.12시 정각에 식사를 하는 습관 때문인지,아니면 복분자 술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지난 일주간 여러차례의 송년회 탓인지 어린애들도 잘 올라가는 길을 도저히 못오르겠다.완전히 뒤에 쳐진김에 양지 바른 곳에 앉아 따뜻한 물한모금을 마시다가 정상에서 먹기로 한 식사까지 해버렸다.한결 힘이 솟고 발걸음도 경쾌하다.

13:40
가파른 길을 지나니 능선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데 키 큰 나무들 때문에 경치 좋은 침봉들을 그냥 흘려보낸다.점차 정상 가까이 왔는지 조릿대 위로 서설이 내려 분위기가 침잠해진다.



14:11
드디어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가 보이고 산악회 후미그룹도 눈에 들어온다.아직은 아쉬움의 찌꺼기가 머리에 남아있는지 산 정상에 있는 마천대가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저런 못된 짓을 했는지 눈살이 찌뿌려진다.대둔산의 운명인가 보다.





14:25~26
드디어 마천대에 올랐다.주위조망이 압권이다.올라올때는 밋밋한 육산이었지만 여기서 보니 대둔산의 골기가 제대로 드러난다.





14:30~32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고 일행이 식사하는 곳에서 소주와 양주만 마시며 시간을 보낸 후 하산한다.





14:58
조금 내려오니 정상에서 보이던 삼선구름다리가 보이고 금강구름다리도 보인다.


:::금강구름다리

15:05
삼선구름다리는 마천대를 향해 걸린 사다리다.



15:08
금강구름다리는 출렁거리는 현수교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래를 보기가 두려운 곳이다.



15:10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구름다리가 보이고 정상엔 마천대가 보인다.

15:39
20여분 내려오니 케이블카정류장인데 김이 모락모락나는 어묵과 파전을 안주삼아 조껍데기 술로 한잔 더한다.바로 옆 산이 멋있다.



15:50
술판이 끝나고 다들 하산하는데 나는 오늘 케이블카를 한번 타보기로 했다.내가 저주했던 그 시설을 이용해보는 것이다.케이블카에서 보는 대둔산의 조망은 한마리 새가 되어 하늘에서 땅을 보는 듯하여 볼만하다.




:::케이블카에서 본 배티재 방향과 정상 방향

15:52
케이블카를 따라 케이블카 그림자도 따라 내려온다.




눈부신 세상 -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집단시설지구로 내려와 차에 배낭을 두고 본격적인 하산주 사냥에 나선다.내려오면서 봐둔 온천 옆 돼지참숯바베큐를 오늘의 안주로 진땡이술로 마무리했는데 한분 두분 모인 인원이 16명이다.고기와 술 모두 만점이다.

부산말씨는 된발음이 일상적이다.어머니도 으머니로 발음해야 제맛이고 부산사나이도 부산싸나이로 불러야 제맛이다.그리고 직설적이다.그래서 사랑한다는 말도 "내 아를 나도"라고 해야 제맛이다.그런 이유로 무드는 빵점이지만 원초적인 삶의 근원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그런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한잔 먹으면 더욱 찐(!)하게 본색이 드러난다.
"꼬기 안늘찌도록 단디 무라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오후 5시 30분 정각에 부산으로 다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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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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