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봉▲달도 머무러는 한천8경 아래엔 슬픈 역사가

- 언제 : 2004.6.27
- 얼마나:2004.6.27 11:35~14:35(3시간)
- 날 씨 :흐렸으나 다소 무더움
- 몇명:33명
- 어떻게 : 연산바우산악회 따라서
▷소내 느티나무↗농로↗당골재↗상봉↘↗5봉,4봉,3봉,2봉,↘↗월류봉↘원촌리
- 개인산행횟수ː 2004-26
- 테마:계곡
- 산높이ː상봉 405M(월류봉 36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월류봉(月留峰)이란 말 그대로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다.교교한 달빛아래 물 흐르는 용연동 계곡에서 솟아오른 절벽위로 6개의 연봉이 있고 그 중 가장 가까이 있는 1봉인 월류봉 위로 달이 뜬다면 그 느낌을 직접 맞이하지 않고 어떻게 느끼랴?

해는 陽이고 달은 陰인데 그래서 그랬을까? 음기 가득한 이곳 근처 노근리 다리 아래 300여명이나 양민이 학살당한 곳이 있다.벌써 잊혀져가는 느낌이 드는 노근리 학살사건이다.노근리양민학살사건 [ 老斤里良民虐殺事件 ]은 1950년 7월 미 육군이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철교(쌍굴다리) 밑에서 한국의 피난민인 양민 300여명을 작전명령에 따라 사살한 사건이다. 이런 양민학살사건은 견벽청야작전(堅壁淸野作戰:가옥을 불 태우고 주민을 몰살시키는 초토화 작전) 등 6.25때만해도 100만명이 된다고 하니 노근리를 포함한 콜래트럴 데미지 (Collateral Damage)의 큰 상처는 50여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진행형이다.

405M에 불과한 산의 크기의 중요성 보다는 이런 역사적인 의미와 월류봉을 비롯한 한천8경의 풍광을 찾아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11:35
오늘 처음 찾은 연산바우산악회는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등산을 하는 산악회로 보이고 그래서 가족등반이 가능한 산을 찾는 것 같다.최근 운동부족으로 뱃살이 출렁이는 아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선택했다.황간으로 들어온 버스는 노근리 쌍굴다리를 지난다.일순 내 머릿속에는 무차별 사격을 당하는 양민의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등골이 오싹하다.소내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 오늘의 산행들머리다.


:::500년 된 느티나무

11:37
포도밭 옆 농로를 따라 무덤이 있는 산길로 접어드는데 길이 명확하지 않아 뭇가지들의 성가심을 당하며 밀림을 뚫고 올라가듯 능선에 접어든다.



11:51
길없는 길을 찾아 당골재로 오르는데 바람한점없는 무더운 날씨와 가파른 사면을 오르다보니 아들의 숨소리가 금방 넘어갈 듯 거칠다.최고 높이 405M밖에 안되는 산의 출발지점이 140여M 이면 실제 높이는 260M밖에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때문에 무척 힘든 모양이다.



12:29
드디어 능선에 서니 좌측 8자모양으로 물이 흐르는 팔연과 우측 경부고속도로 방향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며 이제 바람도 제법 분다.




12:31
오늘의 최고봉 상봉이다.405M이며 별다른 표시는 없다.여기서 보는 눈맛이 좋다.하지만 병효의 인상은 굳어있고 이 더운 날 등산을 하는 어른들의 정신세계가 이상해 보일 것이다.


:::상봉

12:52~56
상봉은 여섯번째 봉우리다.오늘 넘어야할 봉우리는 6개로 이제 5봉(400.7M),4봉,3봉(395M),2봉(385M),1봉(365M)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 3봉은 사군봉이며 1봉이 바로 월류봉이다.능선을 걸어 사군봉의 모습이 씩씩하게 보이고 발 아랜 계곡의 물이 태극처럼 흐른다.




13:02
산길은 붉은 바위길로 한눈에 보아도 철분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석문에 광산사무실이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13:32~8
월류봉와 2봉사이 안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늘에서 식사를 하고 월류봉에 섰다.월류봉 또한 별다른 정상석이 없어 다소 아쉽지만 월류봉에서 발아래를 내려다 보니 한반도 형상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반도 형상의 산줄기


:::월류봉 정상

14:04
제법 미끄러운 산길과 약간의 가시덤불을 뚫고 하산하고 보니 망초가 가득하다.망초군락을 보니 망자의 넋이 느껴진다.병효도 나의 느낌을 느끼는 것인지 이제는 부처님처럼 무심하다.



15:02~36
우측에 공장이 보이고 월류농원을 지나 원촌교 다리 아래에서 얼굴의 소금끼를 씻어낸다.이곳에 회도석이 있다.황간면 신흥리 장교천변에 세워진 회도석은 황간수 이운영(1778년 가학루 중수, 1781년까지 재직)이 작은 못을 파고 그 위에 글씨를 세운 비를 말한다. 구전에 의하며 풍수지리적으로 황간의 정기가 배바위를 타고 흘러 내려간다고 보아 회도석을 세움으로써 노를 저어 배바위를 되돌려 황간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세워졌다고 하는데 유실되어 인근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1996년에 복원하여 제자리에 세웠다.

차를 타고 월류봉이 제대로 보이는 한천가든으로 간다.이곳 을미정에서 더덕주로 하산주를 하며 주위 풍광을 즐긴다.짜임새가 뛰어난 바위봉인 월류봉과 그 봉을 감싸고 흐르는 강물의 조화는 압권이다. 한천8경에 속한 경승지는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 등 여덟 곳이다.


:::을미정에서 본 월류봉

한천8경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제1경인 월류봉이다.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 있는 월류봉 발치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월류봉 중턱에서 감도는 푸른 이내가 그림 같다. 하지만 월류봉에 걸린 달 풍경을 볼 수 없으니 다소 아쉽다.술한잔의 느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달이 머무는 봉우리’란 이름처럼 달뜬 밤의 월류봉을 가늠해본다.미처 천상으로 오르지 못하고 월류봉에 잡혀버린 달이 강변에 뿌리는 황금빛은 그림자는 꿈결인양 신비로울 것이다.



:::황간면의 뒤편 북쪽에 있는 사군봉(제3경)과 월류봉 곁에서 돌로 내려 뻗는 법존암(제5경), 월류봉과 이어지는 산양벽(제6경)도 영동의 시원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냇물 쪽으로 벌어진 고개를 따라 굴의 입이 여덟 개인 청학굴(제7경)과 월류봉 아래에 있는 용연동(8경)도 신비롭다.


:::월류봉 알림표지석



:::월류봉 법존암 앞 모래밭에서는 제2경인 냉천정을 볼 수 있다. 샘줄기가 모래 속에서 흘러나와 여덟 팔자 모양으로 흐르는 팔연에 이르는데, 한여름에도 차고 서늘해 냉천정이란 이름이 붙었다.

15:39~40
풀밭속에 덩그러니 우암 송시열의 유허비가 있고 한천가든 옆에 있는 듯 없는듯 한천정사가 있다.


:::한천정사


:::우암유허비



강의 노래 - 김지헌

물 속에서 가야금 줄이

끊긴다
그 소리 귀를 씻고
나를 씻고
달밤을 적시며 글썽인다.


인간의 역사 중 숱한 전쟁과 폭력의 결과 한결 같이 하는 말 "두번 다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화두를 염두에 두고 살지만 역시 인간의 이기와 욕심 그리고 불완전한 인성으로 인해 오늘도 지구상엔 애꿎은 양민이 학살을 당한다.그곳에 김선일도 한분이다.명복을 빌 뿐 힘없는 나라의 한사람으로 산자의 무기력함에 통곡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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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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