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산 트레킹▲백년만의 3월 폭설,눈부신 정오의 때가 지나면 눈물이 흐른다.

- 언제 : 2005.3.6
- 얼마나: 10:00~13:00(3시간)
- 날 씨 :맑음
- 몇명:4명
- 어떻게 : 가족과 함께 운수산 임도 트레킹
▷용문사↗건강공원-삼각봉 약수터↘신라대
- 개인산행횟수ː 2005-10
- 테마:가족산행,폭설 눈꽃산행
- 산높이ː-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전날 중학교 동기회 모임에 갈때 부터 눈은 내리고 있었다.질서를 지켜 줄 선생님도 반장도 없는 무질서한 중년의 모임에 술까지 가세하니 오랫만에 만난 기쁨이야 이루 말 할 수 없지만 그 모양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카오스의 전형이다.

5시간 동안 모임에 필요한 중요한 회의 하나 못하고,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심정이 술잔만 돌려마신 후 그것도 모자라 쏟아지는 폭설을 뚫고 노래방까지 가는 모습은 주광(酒狂)전사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 모습을 감추고 싶었을까? 폭설은 더욱 기세좋게 내린다.이 혼돈을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감춘다는 것? - 자연의 아름다움은 항상 조건에 대한 최적의 해를 찾아내고 그것에 따라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갈릴레오는 "자연은 신이 쓴 수학책이다"이라고 했다. - 으로 보기엔 하늘의 과잉투자다.

눈때문에 모임장소에서 가까운 본가로 가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창 미녀산에 가려던 산행계획은 부산에 100년만에 내린 3월 폭설때문에 공식취소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이왕 일어났으니 들판에 나가 일출을 보고, 차에 붙은 눈을 떼고 집으로 오니 10시가 다 되었다.귤 몇개만 들고 가족이 폭설을 구경하러 운수산으로 가자고 하니 모두 등산은 싫다고 한다.그래서 등산이 아니라 트레킹이라고 말을 바꾸어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일명 운수산 임도 트레킹이다.트레킹이란 산의 정상을 목표로 하는 등산이 아니라 산허리에서 풍광을 감상한다든지 산의 문화를 찾아보는 여행, 또는 낮은 산을 중심으로 한 가벼운 산행이니 정상만 비켜가면 되는 것 아닌가?



07:24
일출 주위에 구름이 몰려있지만 오늘 날씨는 무척 좋을 것 같다.하얀 들판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새로운 감흥이 인다.



10:11~15
산행 출발지인 용문사 입구로 나가니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에 눈은 빠른 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흰눈에 덮힌 용문사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 아름답다.끝없는 프랙탈의 연속이라는
머리의 이해보다 그냥 아름답다라는 가슴의 공감이 빠른 길이다.





10:20~21
점차 시간이 지나자 영원토록 뭉쳐져 결속을 다지며 함께 할 것 같은 키 큰 나무위에 있던 눈들이
따스한 햇볕에 녹으며 덩이채 땅으로 내동댕이 쳐지며 흩날린다.그렇게 飛散하는 눈들이 목으로 들어가니
나무들이 살아움직이며 장난을 걸어오는 것 같다.




10:27
심설 속으로 빨려들어가다 뒤돌아 보니 엄광산도 흰빛 마쉬멜로우를 덮어쓰고 있다.
눈이든 마쉬멜로우든 열에는 약한 존재들이다.




10:39~47
우선 건강공원에 도착하여 시원한 약수를 한모금한다.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흩날리는 눈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한다.그것은 넓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임도를 따라 눈을 러셀하며 걸어보기로 한다.오랫만에 나온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이제 부터 눈을 제대로 느껴보기로 한다.





10:53~11:09
푸른 하늘 아래 난 산길을 따라 눈을 인 소나무를 보고 걷는다.멀리 낙동강마저 흰눈으로 덮혀진
모습은 보너스이고,가끔 경사진 곳에서의 글리세이딩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11:19~37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진다.삼각봉 약수터를 반환점으로 하산하니 신라대학교이다.








13:00
3월에 내린 백년만의 폭설이다.입춘은 벌써 지나갔고 경칩까지 지났건만 이 무슨 하늘의 조화인가?
마음은 봄이 왔건만 아직은 겨울인가 보다.문은 닫더라도 마음의 문까지 닫을 순 없다.


신라대로 하산해보니 아직 도로는 눈들로 가득하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하지만 빠른 속도로 눈이 녹으며
질퍽하게 길이 변하고 있다.


한 시절 아름답던 슬픔도 기쁨도 설렘도 가슴 미어지는 첫사랑도 눈부신 정오의 때가 지나면 눈꽃이 녹듯
눈꽂이 녹듯 눈물이 흐른다더니...그 말 그대로 질펀하게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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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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