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설벽을 넘으니 겹겹의 산봉우리 파도처럼 밀려오고

- 언제 : 2005.10.22~23(무박2일)
- 얼마나: 2005.10.23 04:00~12:00(8시간)
- 날 씨 : 맑음,새벽엔 싸늘했지만 낮은 늦 가을 날씨
- 몇명: 20명
- 어떻게 : 유럽마운틴( http://cafe.daum.net/Yulubmt ) 산악회 따라서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단목령-설피밭-진동리
- 개인산행횟수ː 2005-34 [W산행기록-127/P산행기록-269/T615]
- 테마: 원거리산행,백두대간 능선산행
- 산높이:점봉산 1424.2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뉴스를 보니 설악산에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예년보다 상당히 빠른 시기라고 한다.곱게 물든 단풍 위로 쌓인 눈은 어떤 느낌일까? 신문을 훓어보니 "설악전봉 22:00 유럽마운틴 337-0040"이라는 가이드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에 전봉산이라고 있었나? 약간 의아해하며 예약전화를 하며 알아보니 점봉산이라고 한다.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유럽마운틴 카페로 들어가보니 등로는 적혀있지 않고 그냥 예의 설악산 "전봉산" 가니 많이 참여 해달라는 말 뿐이다.

점봉산은 입산금지 지역일텐데 20년만에 점봉산 흘림골이 해제가 되었다고 하니 아마 그쪽으로 가는가 보다 하고 따라나섰다.그런데 산악회 버스에 오르고 한참을 지나 백두대간을 완주한 산행대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한계령에서 점봉산을 지나 단목령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을 따르는 산행이었다. 결국 입산금지지역에 들어간다는 뜻이된다.

진퇴양난이다.입산금지지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양심이 꺼림칙하고 혼자서 뒤로 빠지자니 여러가지 여건이 좋지 않다.나 하나만을 위하여 버스를 돌릴 수도 없으니....하는 수 없이 어떨결에 공범이 되 버린 것이다. 10월14일 동아일보의 백두산 즈려밟기 코너에도 소개되어 점봉산이 눈에 들어왔는데 대부분 점봉산하면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을 의미한다.이곳들은 해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백두대간길인 점봉산은 입산금지지역이다.

점봉산은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서 입산금지지역으로 남겨 놓은 곳이다.이곳을 산행하다가 적발되면 1인당 5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하는데 수십명의 단체산행을 감안하면 하나의 가이드 산악회가 문을 닫을 엄청난 도박인 것이다. 그러니 세심하게 알아보지 않고 따라나섰지만 설마 입산금지지역에 들어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그런데 막상 가보니 백두대간길은 너무나 뚜렸했고 단목령으로 가는 하산길은 나무들로 계단을 만들어 너무나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기암절벽을 넘어서면 바로 너무나 부드러운 육산으로 바뀌는 점봉산의 변화만큼 평소 입산금지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터부시해온 나로선 아노미에 가까운 아이러니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꾼들은 모두 범법자가 되는 현실때문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눈을 감아주는 경우로 보인다.방만한 휴식년제의 폐해를 볼 때 왠만한 곳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어 줄 날을 기다려본다.


 

04:00~06:55
누군가 나를 흔든다.한계령 휴게소 버스 안이다.산행준비를 하라고 한다.바깥엔 눈이 보이고
제법 쌀쌀하다.겨울용 바지를 입자니 뭔가 무겁고 가을용을 입자니 너무 얇다.망설임 끝에
가을용 바지 바깥에 방풍을 해주는 덧옷을 입고 신발끈을 고쳐매니 한계령에서 인제방향으로 오르다
차가 멈춘다.내려서 철조망을 건너뛰니 바로 산길로 이어지는데 별들이 초롱초롱하고 달빛도 환하다.


새벽 4시의 어두운 산길이지만 침봉이 뚜렷하고 하늘벽을 기어오를때 혹은 낭떠러지로 바위를 잡고
내려설때 마다 정체가 이어진다.거의 2시간이 지나자 암릉구간을 지난 모양이다.여명이 밝아오고
날카롭던 침봉은 오간데 없고 부드러운 육산으로 바뀐다.푸른빛을 뚫고 선지빛 붉은 여명이 밝아오고
곧 해가 뜬다.

07:12~21
우측 인제방향은 운해가 낮게 깔리어 내가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직진방향은 잡목 사이로
1236M 망대암산이 보인다.좌측으론 십이담계곡방향 푸른 산빛이 보기 좋다.뒤돌아 보니 우리가
올라온 암릉이 아찔하게 만든다.

07:24~44
잔설이 더 많아졌다.올해 처음 눈을 보고 밟아본다.기온이 낮아 서릿발이 섰다.중간에 눈을 맞고
서 있는 주목나무가 경이롭다.뒤돌아보니 대청과 중청 그리고 끝청이 일직선을 이루고 한눈에 들어온다.망대암산을 지나 점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진달래 나무가 산을 이루었다.


07:57~9
막상 점봉산에 오르고 보니 백두대간의 산봉우리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제자리에 서서 나의 몸을
한바퀴 돌려보니 장쾌한 파노라마가 느껴진다.용수골방향의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이 파도치고 있다.

08:49~10:41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육산의 능선길을 따라 하산을 하고 있는데 곧 단목령이 보이겠지 하고
언덕을 넘으면 또 하나의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정상에서 하산한지 2시간 반 정도 되었을때 드디어
장승 두개가 있는 단목령 이정표가 있다.

11:05~28
단목령에서 25분 정도 내려오니 하늘아래 첫동네 진동마을이 있다.이곳에 점봉산을 지나 곰배령,
단목령,복암령에서 내려 온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우리나라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는
점봉산의 진동계곡에 자리잡은 진동마을의 붉은빛 가을분위기가 완연한데 그 뒤로 멀리 보이는
설악산 대청봉의 눈덮힌 정상은 묘한 대비와 통일감을 준다.

 

 

 

 

 

 

 

 

 

 

 

 

 

 

 

 

 

첫눈 -조구자

산길로 낙엽이 쌓이는
가을 끝 풍경이
뒤로뒤로 물러나고
마가레트 이름의 뽀얀 국화 향기는
내 눈을 맑히네

긴 기다림으로 채우는
세월의 추운 길목
우리 은빛 만남은
새로운 시작처럼
설레는 마음
가슴 깊이 적실 때

다소곳이
이슬 같은 눈물 같은
소리없는 기원을 뿌려
여러 슬픔들을 기쁨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아
들녘을 덮고
따뜻함을 나누고 있네


앞으론 산행을 갈때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가야겠다. 어떠한 변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해는 되겠지만 용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



━━━━━━━━━━━━━━━━━━━━━━━━━━━━━━━━━

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