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내 물고기 노는 그 절집의 마당은 호수이다.
[부제:사람의 뱃속을 통과하고도 살았다면 그것은 스님의 신통력인가? 물고기의 신통력인가?]


- 언제 : 2006.7.15
- 날 씨 :국지성 소나기 있었지만 탐방시간엔 그냥 구름만
- 몇명:2명
- 어떻게:자가용 이용 오후 나들이
- 테마:문화유산답사


사흘간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는 일기 예보에 주눅이 들어 사흘간의 연휴를 유유자적하고 보내려는데, 아무래도 몸이 근질근질해서 오후에 와이프와 함께 오어사를 찾는다.대동IC를 지나니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차창 밖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그러나 양산을 지나 경주 쯤 갔을때는 하늘에 햇볕이 보인다.노면을 보아도 물방울 한방울 묻어있지 않다.경주시내를 지나 포항에 다다르니 구름은 가득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탐방을 끝내고 다시 부산으로 출발하자마자 10여분도 되지 않아서 비가 내리는 거짓말 같은 날씨의 변화에 대해 역시 성스러운 곳을 가면 하늘도 조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감동은 배가 되었다.

 

 

아침에 내리던 비가 멈췄지만 바람은 아직 멈추지 않았고 검은 구름은 정신없이 발길을 재촉하는 분위기다.쇳조각 굽는 지역답게 온통 철과 관련된 공장이 즐비한 포항의 산업단지를 지나며 이런 곳에 삼국유사에도 언급되는 사찰이 있다고 생각하니 선입관으로는 믿음이 별로 가지 않는다.

큰길이 끝나고 약간은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도로 양옆을 보니 물고기와 관련된 음식점 보다는 날것과 다리 네발 달린 짐승의 몸으로 만든 음식들이 즐비하다.아마도 나의 상상력의 산물이겠지만 오어사의 중간글자인 물고기 어자를 보호하는 느낌이다.

닭,오리,돼지는 눈에 익었지만 이곳엔 토끼가 제물이 되었다.토끼탕이 자주 보이고 토끼탕에 옻을 넣은 옻토끼도 보인다.물고기,거북이(사실 남생이 겠지만) 방생하는 사찰에 거짓으로 용왕과 거북이를 속인 토끼가 이곳 지역주민의 제물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동화에서도 살아남았는데 현실에서는 못 살아남은 것 같다. 이쯤되면 내가 생각해도 유치하게 돌아가는 내 머릿속이 궁금해지며 입가엔 내가 나를 비웃는다.

약간 오르막 댐을 지나니 호수가 보인다.이곳이 오어지(吾魚池)다.오(吾)자를 보니 다섯 오(五)도 아니요 사찰과 관련있는 깨달음 오(悟)자도 아닌 나 오(吾)자다. "내 물고기"라는 의미이고 보면 과연 누구의 물고기가 노니는 못일까?


못이 생각보다는 크다.못이 아니라 산정호수에 가깝다.어쨌던 호수를 끼고 갈지자 도로를 따라 원효교,혜공교 다리를 따라 1키로가 좀 넘게 들어간다.하늘에 검은 구름만 보이지 않아도 그냥 건너편 산마루 그림자와 물 속의 구름을 휘저어 보고 싶은 곳이다.좌측에 호수를 배경삼고,과속방지 턱때문에 자연히 서행을 하며 천천히 마음을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이는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서도 최고수인 원효의 흔적을 보러 가는 길이라서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산정호수를 낀 꼬불꼬불한 길 때문에 좌우로 흔들고,과속 방지턱 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리니 오어사 찾는 길은 한바탕 춤사위를 자연스럽게 일으나게 한다.

춤 한번 추고 마음을 서서히 가라앉힐 즈음 물 위에 몸을 띠운 어린이 같은 모습의 오어사가 보인다.

한폭의 그림이 보이는 사찰이다.좌측엔 호수이고 뒷편과 우측은 산이다.그래서 호수와 산이라는 태극의 중간 경계선에 있는 절이다.그래서 산사라고 하기엔 호수가 시샘 할 것 같아 그냥 사찰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운제산 오어사라는 명칭보다는 운제산(산) 오어지(물) 오어사(절)라고 해야 공평 할 것 느낌이다.


여분오어(汝糞吾魚).니 것은 똥이요 내것은 물고기네.

오어사라는 이름이 생겨난 일화는 삼국유사 이혜동진(二惠同塵)편에 나와 있다.

책의 내용과 내가 상상하는 부분을 합성하여 상상해보면 어느날 혜공이 원효가 있는 원효암에 놀러왔고 원효는 원효암 아래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이때는 물고기 잡을 어-漁- 맞겠다.) 술도 한잔하며 노닐다 계곡 위 바위에서 서로 얼굴만 내리고 서로 똥을 쌌다.아마도 서로 마주보며 낄낄거리며 시원하게 용변을 봤을 것이다.먼저 혜공이 말하길 니 것은 똥, 내것은 물고기 일세.그래서 오어사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밋밋하니 혜공과 원효가 물고기를 잡아 먹고 똥을 쌌는데, 그 중 하나가 물고기로 변해서 유유하게 헤엄쳐 갔고, 물고기를 보고 서로 자기가 싼 똥이라고....오어! 그래서 오어사가 되었다.


니 똥과 내 물고기(여분오어) 숨은 의미를 알려면 혜공스님에 대해 알아야 한다.원효는 너무나 유명해서 아마 원효와 혜공이 무엇을 해서 서로 경쟁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잘 알려진 원효의 인기때문에 결과는 원효의 한판승이 될 것이 뻔하다.

원효가 경전을 읽고 주석을 달고 책을 쓸 때 원효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혜공을 찾았다고 한다.원효의 스승이 혜공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래도 원효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혜공에 대해서는 전설만 있다.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는 법이니,한분은 기록이 있고 한분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혜공은 원효와 출신 성분에서 차이가 나는데 원효는 무열왕의 둘째 딸,요석공주와 사이에 설총을 낳은 것 만으로도 그의 신분을 상류층으로 짐작 가능하고,그에 비해 혜공은 천진공이란 양반집 품앗이의 자식으로 주인의 병을 고쳐준다거나, 마음을 꿰뚫는 혜안, 신통력등을 인정받아 출가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원효보다는 한참 아래의 출신성분이다.혜공은 본래 귀족의 집에서 품 팔던 노파의 아들이었고, 그는 언제나 이름 없는 작은 절에 살면서 술 마시고 취하면 삼태기를 지고 미친 듯이 노래하며 춤추고 돌아갔다.그래서 사람들이 혜공이라고 부르지 않고 ‘부궤화상’이라고 부르고, 그가 살던 절도 부개사(夫蓋寺)라고 불렀다.부궤·부개는 곧 삼태기란 뜻이다.사실 노는 것으로만 보면 엔터테이너이다.아마도 기적이나 신통력이 없었다면 혜공은 땡초의 반열로 떨어지기 십상인 중이다.

원효가 복성거사(卜性居士),소성거사(小性居士)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골짜기(俗)로 내려 온 것은 혜공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특히 복성의 복(卜)자는 아래 하(下)자의 아래 있다는 뜻이 아닌가.그렇다면 워낙 낮게 위치하다보니 별로 쓸모 없는 하찮은 것이고,그래서 거리낄것이 없는 단계까지 갔다는 의미로 보면 또다른 이름인 무애거사라고 자처하기도 한 것은 우연일까? "무애박"이니 무애거사니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즉,그것은 바람이 흐르듯 자유롭게 풍류를 즐기겠다는 뜻이었다.그렇게만 보면 원효는 별 볼일없는 분이다.그러나 아래쪽 만이 아니라 위쪽으로도 거칠 것 없는 분이기 때문에 원효가 대단한 것이다.솔직히 아무나 공주하고 잠자리 할 수 있나?


그렇게 보면 원래 풍류란 고귀하면서 천한 것이고 천하면서도 필요해서 고귀한 것이 아닐까? 술좀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만 보인다면 그것은 풍류가 아니다.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아주 치열하게 자신의 삶과 존재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고 도전하는 삶이 결부되어야 풍류가 되는 것이다.


승속을 넘나드는 거칠 것 없는 무한질주의 스님들인데 혜공이 원효에게 니 것은 똥이고 내 것은 물고기라 했다면 경전이나 읽고 주석이나 달고 하는 글장난은 똥이다라고 야단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물고기를 먹으면 똥이 된다.물고기나 똥이나 매한가지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모른다.한때 걸레스님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의 원조가 바로 이 두분이다.

그도 아니라면 아마도 혜공이 잡은 물고기를 원효가 먹어 똥을 만들었다고 해석 할 수도 있다.즉, 혜공이 이미 풍류의 원조로 틀을 잡아 놓았는데 원효가 흉내내다가 풍류 바깥으로 드러나는 안 좋은 면만 보인다고 잔소리 한마디 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효도 결국은 깨우쳤다.승속, 높낮이,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이 다르지 않다는 가름침은 아닐까? 아마도 그것을 그 차이가 다르지 않다(不二)는 것을 알고 넘으면 그것이 바로 무애(無碍)의 고고한 사상이 되는 것이다.똥에서 물고기를 본다면 더 좋은 것이고...그래서 그럴까 오어사의 魚(어)자는 물고기 어자이지 "물고기 잡을 어"(漁)자가 아니었다.살아있는 것이니 오어사 편액의 글자도 힘차게 물고기가 수영하다 물위로 튀어 오를때 뒷 지느러미를 위로 솟구친 모습 그대로이다.아직은 똥이 안된 상태이다.이미 똥이 되었다면 여분사(汝糞寺)가 되었든지 아니면 여어사(汝漁寺)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뱃속을 통과하고도 살았다면 그것은 스님의 신통력이 아니라 물고기의 신통력일 수도 있다.아마도 호수의 용왕 아들이 계곡상류로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오르다가 술 취한 땡중 두분(?)에게 잡아 먹히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용왕의 아들이라서 재주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못이라고 보기보다 산상호수에 가까운 오어지(吾魚池)

뒷산때문에 더 아담해 보이는 오어사 내부.

대웅전의 모습,연꽃창살이 예사롭지 않고 우측 처마의 용머리는 이곳이 산(山)보다는 물에 가까운 곳이라는
느낌이다.
오어사 편액,활어횟집의 글씨처럼 글자 마무리 삐침이 위로 향하고 있다.살아있는 물고기가
수면위로 솟구치는 모습같은 힘찬 필법이다.지혜의 호수 속에 마음껏 유영하는 원효와 혜공을 보는 듯하다.

일주문,불이문,천왕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앞의 호수가 오어사의 마당인 모양이다.
아마도 일주문은 댐 아래에 있는데 내가 보지 못한 모양이다.^^*


문을 들어서면 바로 대웅전이 마주하고 대웅전을 중심으로 설선당,나한전,범종각,칠성각등이 아담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이곳에선 다른 것은 두고라도 대웅전과 동종을 보아야한다.대웅전은 조선 영조(1741)때
중건된 것으로 전면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꽃창살 문양이 아름답다.

그리고 범종루 옆에 유물 전시관이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데 원효의
삿갓,목이 잘린 숟가락까지 보려면 귀찮아도 신발을 벗고 들어 갈 볼일이다.동종은 1995년도 오어지
준설작업중에 발견한 것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오어사 내부로 나무들의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이럴때 불쑥 주위사람에게 "좋잖아 이 분위기!" 라고 말하면
보통 내가 무얼 두고 하는 말인지 몰라 주위를 살핀다.

원효암을 가기 위해 다리를 지나며 오어지의 상류를 지난다.이때 가장 높은 곳에 보이는 자장암이 조용한
절집에 온것 보다는 중국의 도교 사찰같은 곳에 온 느낌이다.아마도 원효와 혜공의 숨결이 깃든 지역이라서
풍류를 즐기기 좋은 곳에 암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어사에서 600M정도 운제산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면 원효암이 나타나다.워낙 숲이 우거져서
원효암 가는길은 밤길을 걷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땀을 훔치고 작은 다리를 지나면 바로 원효암 관음전이
보이고 좌측에 따로 산신각이 보인다.원효암 관음전의 모습이며 우측 단청이 안된 것이 세로 지워진 원효암이다.

다시 하산하여 오어지가 보일즈음 오어사와 산위 자장암이 한눈에 들어온다.그 아래는 오어지이다.

오어사 무료 주차장 우측의 산길로 들면 오어사의 부도밭이 나온다.그 뒤로 쭉 다소 급한 경사로를 따라
150M 오르면 자장암이 나타난다.한곳은 절벽을 다리삼고 한곳은 나무기둥에 목발삼아 위험하게
서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제일 높은 건물 뒤에 보이는 몇그루의 나무 안쪽에 바로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탑이 있는데
"세존진보탑"이라고 씌여있다.


제일 높은 건물인 자장암 내에도 불상이 있는데 그것에 기도를 하며, 절을 하면 자장암 뒤쪽의
세존진보탑에도 자동으로 예경하게 되므로 절집과 탑의 배치가 앞 뒤로 있는 듯 하지만 예경을
다소 효율적으로 하도록 자리를 잡고 있다.


아래에서 볼때는 경치 좋은 곳에 누각을 세운 줄 알았더니 그래도 부처님진신사리를 모셔
윗분에 대한 예의는 다 갖추고 있다.

자장암에서 내려다 본 오어사와 원효암을 가기 위한 다리가 보인다.

 

모든 것에 거리낌 없는 사람만이
한길로 생사의 번뇌를 벗어날 수 있으리.
(一切無㝵人 一道出生死)

한 생각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일어나고
한 생각이 사라지면 온갖 법이 사라지는도다.

-원효

 

원효만큼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도 더물것이다.와이프는 공주이지만 교화는 민중의 성자로
70년을 보낸 분이다.원효의 삶이 바로 반야심경의 축소판이다.반야심경을 줄이고 줄이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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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Posted by 세벗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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